선수들이 만든 KLPGA 위상, 김정태 회장 지분은 없다

정대균 2024. 5. 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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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선임 파행, 사과 전혀 없어
감사 동원 이사회 유출자 색출
김정태 KLPGA 회장이 정기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집행 임원 선임 과정 파행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오히려 유출자 색출, 언론에 취재원 공개 요구 등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KLPGA 제공


인기 절정의 KLPGA투어가 이른바 ‘회장님 리스크’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협회 규정을 무시한 채 임원 선임을 강행한 김정태 회장의 독단적 행태에 다수의 이사가 반발했고, 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제보자 색출과 해당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히라며 감사 명의의 메일을 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김정태 회장이 KLPGA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입을 막는 ‘입틀막’도 부족해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겁박하기 위해 재갈을 물리는 ‘언틀막’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 29일 있었던 이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수석부회장, 부회장, 전무이사 등 집행 임원 선임 안건을 심의했다. KLPGA 집행 임원은 회장이 추천한 이사 가운데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임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다. 투표 결과 김순희 수석부회장과 김미회 부회장은 과반 이상을 득표해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 반면 최윤경 전무이사는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선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전무이사의 선임을 강행하기 위해 수석부회장과 부회장의 임명을 보류했다. 다수 이사의 거센 반대가 있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3명을 패키지로 묶어 찬반을 묻는 ‘꼼수’ 투표를 강행했다. 과반이 반대했다. 김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과반 이상의 이사들이 반대했다며 임원 선임안은 차후에 이사회를 재소집해 다시 논의키로 한다며 이사회를 서둘러 마쳤다.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9일 이사회를 재소집했다. 결과는 3월 29일 이사회와 똑같았다.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무이사 선임 건을 인정해달라는 김 회장의 요구에 반대파 이사들이 더 이상의 갈등을 원치 않아 동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더 심각한 사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일부 이사들의 전언과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회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진노한 김 회장이 이사회 내용을 외부에 알린 유출자를 찾아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이번에는 감사가 나섰다. 감사는 명백한 독립기구다. 김 회장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사 대상이다. 그런데도 2명의 감사 중 최근에 선임된 A 감사가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한다. A 감사는 홍보팀 B 과장에게 해당 언론사 담당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보낼 수 없다는 B 과장의 항변은 무시됐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들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원칙임에도 A 감사는 김 회장을 위한 호위무사 역할에 충실했다.

감사는 사무국 감사와 언론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에 앞서 논란이 된 집행 임원 선임 절차가 적법했는가를 먼저 따져 봤어야 했다. 알고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다.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KLPGA투어에서 왜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항간에 떠도는 김 회장의 연임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나금융그룹 회장 재직시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총회까지다. 김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말에 하나금융그룹 회장직에서 퇴임했다. KLPGA 회장직은 그보다 앞선 2021년부터 맡고 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히고 다닌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면 불협화음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올 1월에 자회사인 KLPGT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정관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된 정관은 KLPGA 회장이 KLPGT 대표이사를 임명하도록 한다고 보면 된다. KLPGT 대표이사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KLPGA 회장에게 충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김 회장의 연임은 오롯이 회원들이 선택할 몫이다. 오지랖 넓게 한 수 훈수를 두자면 회장이 협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 지는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과보다 공이 크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다시 모셔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KLPGA는 3043명의 회원이 주인이다. 결코 어느 특정인의 놀이터 내지는 호구지책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투어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선수분과위원회의 반응이 전혀 없다는 건 다소 의아하다. 아무리 기량을 갈고닦아도 투어가 사라지면 그 노력은 허사다. 이럴 때일수록 투어의 주축인 투어 프로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그것이 주인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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