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연 “‘금수저’로 새로운 얼굴을 봤죠” [쿠키인터뷰]

배우 정채연. BH엔터테인먼트

몰락한 재벌 딸. MBC ‘금수저’ 나주희는 가진 게 많지만, 늘 자신의 힘으로 하려 한다. 으리으리한 집을 두고도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먹으며 아르바이트에 열심이다.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맞자, 제 삶을 개척하며 진범을 찾으려 분투한다. 나주희의 성장사는 그를 연기한 배우 정채연과 어딘가 닮았다. 걸그룹 생활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친 정채연은 최근 연기자로 본격 발돋움을 시작했다.

‘금수저’는 BH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정채연이 배우로서 선보인 첫 작품이다. 최근 서울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정채연은 “배우로서 부담감과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모두 컸던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고민이 참 많았단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중압감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를 떨쳐낸 건 현장에서 함께한 배우들 덕이다. 좋은 동료들과 호흡하며 서서히 중심을 잡았다.

“동료 배우들끼리는 또래라 쉽게 친해졌어요. 매번 서로를 격려했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즐거운 순간도 많았죠. 주희와 승천(육성재)이가 데이트하는 장면을 찍을 땐 성재 오빠와 비투비 노래로 수다를 떨던 기억이 나요. 제가 몸담았던 아이오아이의 ‘픽 미’ 이야기도 나눴고요. 연우 언니와 함께하는 장면은 매번 웃음을 참느라 고생이었어요. 종원 오빠와는 늘 장난을 주고받곤 했어요. 현장에서 배우들과 만날 때마다 시너지 효과가 컸어요.”

MBC ‘금수저’ 방송화면

정채연은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공감을 얻길 바랐다. 아버지의 도움을 거절하고 자립하고자 노력하는 주희의 모습이 자칫 부자의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까 염려했다. 그는 성장하는 주희의 모습에 집중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 캐릭터의 나이테를 표현하고 혼란, 울분과 오열 등 과격한 감정을 연기한 건 값진 경험으로 남았다. 정채연은 “‘금수저’는 내게 큰 공부가 된 작품”이라면서 “아쉬움이 참 많지만 그만큼 발전했단 걸 느낀다. 슬픔과 기쁨에 대해 깊이 고민한 시간”이라고 자평했다.

정채연은 지난해 ‘연모’에서 지고지순한 하경 역을 맡았다. ‘금수저’에서는 차분하고 천진한 주희를 연기했다.  거듭 착하고 순한 배역을 맡았지만, 일탈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착하지만 할 말 다 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얼굴엔 화색이 가득했다. 액션, 호러, 로맨틱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언급하던 그는 “다방면으로 잘 해내고 싶다. 이제 시작 단계라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이돌로 활동하며 배우의 꿈을 잠시 접었던 정채연은 ‘연모’를 만나 연기에 다시 눈 떴다. 즐기는 마음은 곧 의욕으로 이어졌다.

“무대는 무대대로 좋아요. 연기는 또 다른 보람이 있더라고요. 새로운 저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연기를 시작한 뒤부터 모니터를 할 때마다 ‘내 표정이 이랬구나’를 새삼 느꼈어요. 그동안 감정을 누르기만 했지, 제대로 분출해본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거울로 표정을 자주 살펴봐요. 얼굴과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연기하면서 떨림과 후련함을 종종 느끼고 있어요.”

배우로 전향하고 처음 맞은 올해. 정채연은 “참 열심히도 달려왔다”며 웃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되짚던 정채연은 “운 좋게도 여러 기회가 찾아와 행복했다”면서 “앞으로는 더욱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설레요. 내년엔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멋진 배우가 될 거라는 꿈을 꿔요. 전지현, 손예진, 한효주 선배님처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