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과학과 진리의 수도원, 소크생물학연구소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 전 세계 아동을 구한 조너스 소크(1914~1995) 박사는 막대한 자산과 후원금으로 비영리 독립연구소 설립을 꿈꿨다. 당시 혁신적인 생물학과 신경과학 연구기관으로 최고 연구자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설립에 앞서 무엇보다 훌륭한 건축환경이 우선이라 판단, 예일대 교수 출신의 거장 루이스 칸(1901~1974)에게 설계를 맡겼다.
LA 인근 라호야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휴양 도시이며, 연구소는 태평양에 면한 환상적인 입지에 자리했다. 1965년 완공 직후부터 연구소의 첨단 기능과 건축적 미학 모두 성공을 거둔 명작으로 극찬받았고 현재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긴 중앙광장 좌우로 선형의 연구실험동을 대칭으로 배열했다. 콘크리트 벽체의 건물은 칸의 이론대로 ‘봉사하는’ 설비층과 ‘봉사 받는’ 연구층이 짝을 이뤄 구축했다. 공간을 제약하는 설비들을 별도 층에 올려 자유로워진 실험실은 프로젝트에 따라 수시로 구획을 달리하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칸이 감동했던 아시시 수도원의 ‘침묵과 빛’을 건물 곳곳에 재현해 과학 연구와 진리 탐구의 수도원으로 만들었다.

중앙광장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공간’으로 손꼽힌다. 원래는 광장에 수목을 심어 정원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또 한 명의 거장, 루이스 바라간에게 자문해 텅 빈 마당으로 바꾸었다. 대양을 향해 열려있는 무한 공간으로 대리석 바닥에 한 줄기 수로가 태평양을 향해 흘러간다. 하늘은 천장이 되고 바다는 바닥이, 건물은 벽이 된 ‘비어 있어 가득 찬’ 철학적인 공간이다. 36개의 개인 연구실이 대양을 바라보도록 벽면에 돌출되어 운율까지 이룬다.
소크 박사는 ‘피카소가 찾아올 만한’ 아름다운 건축이 최고 연구소를 만드는 전제라고 건축가에게 주문했다. 칸은 아름다움이란 ‘놀라움’에서 얻어진다는 확신대로 경이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그 결과일까,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각종 치료제를 개발한 이 분야 최고의 연구소가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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