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침 길어야 4~8주인데…폐 딱딱히 굳는 치명적 병이었나

권선미 2024. 10.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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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둘째주 수요일은 ‘폐의 날’


호흡은 생명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폐를 통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으면서 숨을 쉰다. 그런데 흡연·미세먼지 등으로 폐 기능이 약해지면 호흡이 힘들어진다. 일교차가 크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가을 환절기에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는데다 호흡기 점막도 건조해져 호흡기 질환이 악화하기 쉽다. 폐의 날(10월 둘째 주 수요일)을 계기로 폐를 잠식하는 주요 호흡기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감기 기침은 길어도 4~8주 넘기지 않아
호흡기 질환은 숨을 갉아먹는 병이다. 질환이 진행하면서 호흡이 가능한 폐의 용적이 줄어들면서 일상적 활동이 어려워진다. 초반에는 가볍게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된 기침에 호흡기 점막이 예민해져 발작적으로 기침하고 가래가 끓는다. 만성적 염증 반응으로 코에서 폐로 연결된 통로인 기도가 좁아지면서 편안하게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최준영 교수는 “고작 숨을 몰아쉬는 것 정도로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곤란이 심해져 산책·쇼핑·식사·목욕 같은 일상조차 힘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암, 심뇌혈관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당뇨병을 질병 부담이 높은 4대 만성질환으로 분류했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박용범 교수는 “기침·가래·흉통·객혈·발열·피로감 등 호흡기 증상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누구나 흔하게 경험하는 기침은 호흡기 질환을 의심하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기침은 정상적인 신체 방어 활동의 일종이다. 호흡기 자극 물질이 코를 통과해 목 기관지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폐 속 공기와 함께 몸 밖으로 밀어낸다.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기침은 아무리 길어도 4~8주를 넘기지 않는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별다른 이유 없이 8주 이상 장기간 기침을 달고 산다면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 천식, 간질성 폐 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운다면 COPD에 주의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흡연은 COPD의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이라고 말했다. 담배 연기의 간접흡연도 COPD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OPD인데 흡연을 계속하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비가역적 폐 손상으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을 몰아쉬게 된다. 늦은 밤에 유독 발작적으로 기침한다면 천식을 의심한다. 간질성 폐 질환은 폐의 공기주머니면서 산소 교환 역할을 하는 폐포와 폐포를 연결하는 벽인 간질(間質)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폐가 점차 굳어가는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 섬유화가 발생하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호흡 능력이 떨어진다.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다면 간질성 폐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호흡곤란이 있을 때도 주의한다. 사실 숨을 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호흡곤란이 있어도 폐 기능 저하를 인식하기 어렵다. 박용범 교수는 “호흡기 질환인 COPD의 인지율은 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COPD의 경우 국내 만 40세 이상 유병률이 10.8%인데, 의사의 진단을 받은 인지율은 2.5%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고혈압 인지율 71.4%, 당뇨병 65.2%, 이상지질혈증 61.7%와 비교해 차이가 분명하다. 만약 동년배와 같이 걸었을 때 혼자만 뒤로 처지거나 평지를 걷는 데 숨이 차다면 폐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김덕겸 교수는 “호흡기 질환은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 효과가 낮아지고 합병증·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호흡기 증상은 기복이 존재한다. 오늘은 기침·가래가 심했는데, 내일은 덜할 수 있다. COPD 등 호흡기 질환에서 급성 악화는 치명적이다. 이진국 교수는 “한 번이라도 급성 악화를 경험하면 심각한 폐 기능 저하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COPD 환자가 심각한 급성 악화를 겪으면 3.6년 이내 사망률이 5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때 꾸준한 증상 관리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급성 악화 땐 흡입기 약물치료로 막아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호흡기 염증은 존재한다. 만성적 염증으로 숨길인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가 비가역적 상태로 변한다. 급성 악화로 돌발적으로 숨 쉬기가 어려워지고 호흡기 증상이 심해지고, 폐활량이 점진적으로 줄면서 폐 기능이 떨어진다. 폐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급성 악화 빈도가 늘어나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사망 위험이 커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따라서 호흡기 염증을 가라앉히는 흡입기 약물치료로 현재의 증상을 완화·조절하면서 급성 악화를 막아 남아 있는 호흡 능력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유광하 교수는 “흡입기 약물은 투여하는 스테로이드를 경구 치료제와 비교해 1000분의 1로 수준인 저용량으로 적용하면서 폐에 직접 작용해 안전하게 증상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약 형태의 경구 스테로이드는 부작용 우려가 높아 국내 주요 진료지침에서 안정기 치료에 권고하지 않고 있다.

치료 전략은 호흡기 질환마다 다르다. COPD 치료의 중심은 기관지 확장제다. 증상 완화를 위한 일종의 유지 치료다. 지속적 치료에도 급성 악화를 경험했다면 LAMA+LABA2제 복합제, ICS+LAMA+LABA3제 복합제 등으로 단계적으로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 천식은 증상 조절이 잘 되는 최소 치료 단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 점막에 약이 직접 작용하는 흡입 스테로이드(ICS) 치료로 기도 과민성을 줄여줘 천식 조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중증 천식 등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제2형 염증을 타깃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간질성 폐 질환은 폐 섬유화 현상이 나타났다면 질병 진행을 늦추는 약(닌테다닙)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속도를 늦춰 질병 진행을 더디게 한다.

호흡 재활도 실천한다. 심폐지구력을 향상하는 걷기,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으로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평지를 걸을 때 숨이 차서 동년배보다 천천히 걷는 등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거나, 천식 등으로 호흡곤란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호흡 재활 치료를 고려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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