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령도 푸틴 맘대로, 엉망진창이다" 크렘린 내부자의 폭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연이은 차질에 직면하자 독단적으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전혀 상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의 전 BBC 기자이자 독립 언론인인 파리다 루스타모바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공무원, 의회 관계자, 공기업 및 사기업 임원 등과 푸틴 대통령의 현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부 소식통들의 정확한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중 과반이 상급 관리자 이상의 직책에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개전 이래 최대 패배는 러시아 내부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으며, 부분 동원령 선포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결정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크렘린궁과 가까운 소식통은 “패전을 선택할 수 없는 푸틴은 상황을 급히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계획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각계의 불만을 샀다. 한 정부 소식통은 “그 누구도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도 “푸틴은 모든 사람에게 다른 것들을 말한다. 경제뿐 아니라 전쟁도 그렇다. 협조 체계가 없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린 하르키우에선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치인도 군인들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다수의 내부 소식통들은 이미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계획이 구체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며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밝힌 기준에 어긋난 사람들까지 징집 대상 통지를 받는 등 문제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달 24일 드미트리 불가코프 국방부 차관 해임으로 귀결됐다. 이후 지난달 29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직접 “부분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수가 바로잡혀야 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태 개선을 약속했다.
또 내부 소식통들은 러시아 정부의 고위 직책자 중 누구도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처음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몇 달간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회계감사원장 등이 전쟁의 후과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서다.
이들은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 지배층의 진심 어린 지지는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국외로 가는 편도 비행편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다음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나. 1만 달러(약 1441만원) 이상은 들고 나가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내부 소식통 중 전쟁을 찬성하는 인물들과 반대하는 인물들 모두 전쟁의 구체적인 최종 목표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승전 외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핵심 병참 도시 리만에서 퇴각한 것을 두고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서조차 군 지휘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알렉산드르 라핀 육군 중장을 향해 “내 방식대로 할 수 있었으면 병사로 강등하고 최전선으로 보냈을 것”이라는 이례적인 비판글을 공개했다. 러시아 신흥재벌로서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설립자이기도 한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원색적인 어조로 군 지휘부를 비판했다.
친 크렘린 성향 싱크탱크인 '러스트라트'의 엘레나 파니나 국장은 이같은 러시아 군 지휘부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 자신도 군 지휘부의 물갈이가 필요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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