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대작 사이, 규모 키우는 창작 뮤지컬들

박정선 2024. 9. 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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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는 대형 라이선스, 내한 작품을 연이어 무대에 올리면서 해마다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규모를 키운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 무대에 올려지면서 규모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장르에서 라이선스와 내한 작품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특히 대부분의 티켓 판매액이 발생하는 대극장의 경우 창작 뮤지컬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 지난해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만 보더라도 창작 뮤지컬은 ‘베토벤’ ‘벤허’ 두 작품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에도 ‘프랑켄슈타인’이 유일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움츠러들었던 창작 작품의 개발이 활발해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엔 실험적인 창작 작품이 자체가 위축되었던 것은 물론, 간혹 제작이 되더라도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은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 제작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뮤지컬 시장이 회복된 이후 대형 제작사들이 창작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 역시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대극장 창작 뮤지컬은 물론, 대극장용 신작들도 연이어 관객들을 만나거나,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조선 최초 오페라 테너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올해 2월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했고, 관객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로 자리를 옮겨 지난 5월 19일, 7주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6월 5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개막해 지난달 25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성료했다. 앞서 창작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만큼, 이번 시즌 역시 독보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공연을 앞둔 한 달 동안 대다수의 회차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뮤지컬화한 서울예술단의 ‘천 개의 파랑’도 지난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면서 대부분의 회차를 매진시켰다. 현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베르사유 장미’도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만화로 사랑받았던 작품을 뮤지컬로 재탄생 시키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오스칼을 번갈아 연기한다.

하반기에도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 기다리고 있다. 냅코 프로젝트와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을 모티브로 제작한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 데이즈’)는 오는 11월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유일한 박사가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뮤지컬화했다.

김태형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참여한 이 작품은 ‘실미도’로 천만 영화 시대를 연 김희재 작가의 첫 뮤지컬 집필작이기도 하다.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후원하던 사업가에서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유일형 역에 유준상·신성록·민우혁을 중심으로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김려원, 전나영, 이아름솔, 정상훈. 김승용 등이 출연한다.

이에 앞선 10월 23일에는 국내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의 신화로 읽히는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3년 만에 돌아온 만큼, 화려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사무치게 애틋한 스무 살로 되돌아간 작곡가 명우 역에 지난 시즌 뜨거운 사랑을 받은 윤도현, 엄기준과 새롭게 합류한 손준호가 캐스팅됐다. 월하 역에는 차지연, 김호영이 다시 돌아오고, 새로운 캐스트로 서은광이 함께한다.

사실상 매출 면에선 창작 초연 뮤지컬의 성적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창작 초연의 경우 공연 기간이 비교적 짧기도 하고, 대중 역시 티켓값이 19만원(VIP석 기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미 흥행이 보장된 장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창작 뮤지컬 개발이 이어지면서 뮤지컬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년간 수차례 무대에 올려지며 사랑을 받은 것처럼, 새로운 창작 초연 뮤지컬이 장기적인 한국 뮤지컬계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을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시기”라며 “당장의 매출로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위대한 개츠비’ ‘어쩌면 해피엔딩’ 등 한국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재, 국내에서도 한국 고유의 스토리를 개발해 시장의 내실을 다지고 건강하게 규모를 키우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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