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다" 60년 방치한 그림 반전…88억짜리 피카소 작품?

채혜선 2024. 10. 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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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동안 집 거실에 걸려있던 피카소 작품(현재까진 추정). 사진 CNN(안드레아 로 로쏘)

이탈리아 한 가정집에서 60년 넘게 방치돼있던 그림이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작품으로 인증받는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까.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이탈리아 남성 안드레아 로 로쏘(60)의 사연을 전했다.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예술품 감정·복원 전문 기관인 아르카디아 재단에 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카프리 섬 출신이자 고물상이었던 로쏘 아버지는 버려진 집 등을 뒤지다 1962년 카프리 섬에 있는 빌라 지하에서 그림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성 얼굴의 비대칭적인 모습이 인상적인 유화였다.

당시 24세였던 로쏘 아버지는 작품 왼쪽 위 모서리에 있는 ‘피카소’라는 서명이 어떤 뜻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림을 값싼 액자에 넣어 아내에게 줬는데, 이를 받은 아내는 화를 냈다고 한다. 그림이 팔릴 정도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 뒤 그림은 집에 50년 동안 걸려 있게 됐다. 로쏘는 영국 가디언에 “그림을 없애는 걸 고려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림을 ‘끔찍하다(Horrible)’고 했다”고 말했다. 한때 가족 레스토랑에도 걸렸던 이 그림은 집에서 ‘낙서(The Scribble)’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림 왼쪽에 있는 서명. AP=연합뉴스

그림 가치를 알아본 건 아들 로쏘였다. 1980년대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미술사 교과서에서 피카소 작품을 접한 뒤 집에서 본 그림이 피카소가 그린 것일 수 있다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서명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못생겼다’며 무시됐던 작품의 화가가 피카소임을 확인하기 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예술품 감정·복원 전문 기관인 아르카디아 재단에 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진품이 아닐 것이라 했지만, 마침내 예술품 감정·복원 전문 기관인 아르카디아 재단 측은 피카소 작품이 맞다고 최근 감정했다. 이 재단 명예 회장인 루카 젠틸레 카날 마르칸테는 CNN에 “피카소 연인이었던 도라 마르(1907~1997)의 왜곡된 이미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피카소는 카프리 섬을 자주 찾았으며, 이 그림은 1930~1936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2019년부터 밀라노의 금고에 보관돼있다. 밀라노 유산 법원의 필적학자인 친치아 알티에리도 지난 9월 이 그림에 있는 서명이 피카소의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피카소 서명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위조라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알티에리와 같은 전문가에 따르면 루쏘 가족이 보관했던 이 그림의 가격은 약 600만 유로(88억7600만원)로 추정된다. 다만 이 그림에 대한 최종 인증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피카소 재단이 내려야 한다. CNN은 피카소 재단에 의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쏘는 CNN에 “이 놀라운 이야기가 끝나려면 한 단계(피카소 재단 인증)를 더 거쳐야 한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림이 피카소 작품이라고 피카소 재단이 확인하면 이 그림은 경매에 부쳐질 것이라고 로쏘는 밝혔다.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다.

그는 가디언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평범한 가족이었고 목표는 항상 진실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그림)으로 돈을 버는 데엔 관심이 없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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