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축신모드' 신진호 인터뷰 "노장요? 축구 한창 잘 할 때죠"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신진호는 3일 열린 대구FC와의 홈 경기 후 김기동 감독으로부터 사흘 휴가를 받았다. 포항스틸러스는 6일 수원FC와 원정 경기를 치르지만, 신진호는 대구전에서 받은 경고로 인해 누적경고 8회가 돼 징계로 결장한다. 김기동 감독은 "대구전이 끝나고 충분히 쉬고 팀의 수요일 오후 회복 훈련에 맞춰 복귀하라고 했다. 그만큼 선수의 자기관리와 준비를 믿기 때문이다. 진호는 팀에서 운동량이 제일 많은 선수다. 아마 휴가를 줘도 쉬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김기동 감독의 예상대로였다. 5일 오후 전화 인터뷰에 응한 신진호는 포항에 머물며 쉬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면 집 앞에 있는 운동센터에 가서 웨이트 위주의 개인 훈련을 한다고 했다. 포항이 4-1로 승리한 대구전에서 신진호는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K리그에서 1경기 3개 공격포인트를 올린 건 처음이다. (※ FC서울 시절 AFC 챔피언스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상대로 도움 3개를 기록한 적 있음)
"사실 선수 생활을 하며 공격포인트에 욕심 내진 않았어요. 팀이 좋은 경기를 하는 게 1번이고, 그걸 위해 헌신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축구의 우선 덕목이었거든요. 하지만 프로에서는 공격포인트로 평가받는 부분도 크다는 걸 인지하게 됐죠.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다 보니까 저한테 좋은 상황이 온 거 같아요. 어시스트는 전적으로 골을 넣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죠. 저 역시 찬스가 생기면 골을 넣어야 한다는 강한 목적을 갖고 집중하고 있어요. 미드필더인 제 입장에서 공격포인트는 주변 동료들과의 인플레이 상황, 세트피스에서 잘 맞아야 나오는 거니까요. 특히 세트피스 부분에서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만들어 가려고 해요. 거기서 득점이 나와주면 경기를 풀어가는 데 더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사실 포항의 4번째 골이었던 임상협의 쐐기골 장면도 마지막 패스는 신진호였다. 그러나 그 장면은 도움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은 기본적으로 기록 요강에서 슈팅 포함 3번을 초과하는 터치에 의한 득점의 경우 도움을 인정하지 않는다. 임상협은 슈팅까지 5번의 터치가 있었다. 다만 패스가 공간을 열어준 완벽한 찬스일 경우는 터치 횟수에 관계없이 도움을 인정한다. 신진호는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허용준의 득점 장면을 예를 들며 갸우뚱했다. 당시 허용준은 정재희의 패스를 받아 6번의 터치 끝에 골을 기록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마지막에 허용준 선수가 제주 수비수를 제치고 득점을 만들었지만 정재희 선수의 패스가 공간을 완전히 열어준 침투 패스라고 인정해 도움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임상협은 신진호의 패스를 받아 역시 1명의 선수를 제치고 득점을 했는데, 두 장면에 대한 해석 차이는 애매하다. 포항 구단은 "6일 연맹에 공문을 보내 신진호 선수의 도움 기록을 재확인 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연맹은 기술연구그룹(TSG)에 문의해 해당 장면에 대한 해석을 받을 계획이다.
신진호 본인은 그 장면을 보며 축구가 아이러니 하다고 했다. 사실 대구전 첫번째 도움으로 연결된 정재희의 득점 장면에서의 패스는 마지막 임상협의 득점 때보다 더 평범한 패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재희가 너무 잘 차서 만든 득점은 도움으로 인정이 됐죠. 반면 상협이 쪽의 공간으로 열어준 건 인정이 안 됐죠. 기록이 어렵네요"라며 웃었다. 전반 42분 임상협이 기록한 팀의 세번째 골 때는 완벽한 월패스로 대구 수비진을 붕괴시켰는데 그 장면에 대해서는 "팀이 조직적으로 끌고 밀면서 대구 수비진을 흔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도움이었어요. 동료들의 움직임 덕에 제가 쉽게 패스를 넣을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사실 그날 활약의 백미는 전반 12분에 기록한 프리킥 선제골이었다. 아크 정면에서 고영준이 얻어 낸 프리킥을 신진호가 오른발로 과감하게 대구 수비벽 사이로 찼다. 박용희와 홍정운 사이 약간 벌어진 틈으로 빠르게 통과한 공은 골대 앞에서 한 차례 바운드됐고, 대구 골키퍼 오승훈이 막기 어려운 회전을 먹어 빨려 들어갔다.
"수비벽이 생각보다 가까웠어요. 그럴 때가 있죠. 주심 성향에 따라서 거리가 미세하게 다른데, 그날은 조금 가까웠어요. '넘겨야 하나?' 고민하다가 상대 선수들 머리 사이로 차야 되겠다고 노렸어요. 그 사이를 보고 찼는데 사실 조금 낮았어요. 그랬는데 운 좋게 홍해가 갈라지듯이 갈라졌죠. 코스는 제가 노린 대로였지만, 높이가 사실 안 맞았는데 다행히 통과해서 들어간 거 같아요.
9월 7일, 신진호는 만 34세가 된다. 88년생인 그는 질 좋은 와인처럼 해가 갈수록 경기력에 깊이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신진호 역시 최근 "아직 젊은데 나이 얘기는 왜 나오지?"라는 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며 몸 상태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2021시즌 36경기에서 출전해 2골 7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을 올린 그는 2022시즌 25경기를 치른 시점에 이미 4골 8도움으로 1년 만에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남은 9경기에서 더 좋은 경기력과 기록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신진호는 "몸 상태만 놓고 본다면 작년과 올해가 선수 생활 중 어떤 시기보다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15년 중동에서 돌아와 입대 전 FC서울에서 뛴 전반기에도 정말 몸이 좋았었죠. 그때는 뭘 해도 다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상무에 입대해서도 자신 있었죠. 그런데 너무 빨리 경기에 나선 게 화근이었어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2주 만에 교체로 실전에 투입됐어요. 여름이었고, 그때 근력이 빠진 상황에서 무리를 해서인지 스포츠헤르니아(탈장) 부상이 왔죠. 선수 생활 중 처음 겪는 부상이었습니다. 그 여파가 컸어요. 국내에서 수술을 했는데 몸 상태가 좀처럼 회복이 안되더라고요. 제가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후반 막판에도 상대에게 뒤지지 않고 뛰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운동량이 강점이라 생각했는데 신체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니까 안되더라고요. 수술한 쪽에 자극이 갈 수 있으니 웨이트 훈련을 하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어요. 그 뒤로 2년 가까이 웨이트 훈련을 제대로 못 했죠. 저도 그렇게 느꼈지만, 보시는 팬들도 신진호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기량이 떨어졌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그러면서 30대에 갓 접어들었는데 저 선수 에이징 커브(나이로 인한 기량 저하)가 왔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신진호가 부진하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시점은 전역 후 서울로 복귀했을 때였다. 입대 전 신진호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본 서울 팬들은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 당시의 퍼포먼스가 재현되지 않았다. 34경기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입대 전 3개월의 임팩트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포츠헤르니아의 여파라는 얘기와 함께 이전 같은 모습을 보긴 어려울 수 있다는 섣부른 판단도 나왔다. 서울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신진호는 자유계약 신분이 됐다. 당시 대학 시절 은사인 김병수 감독이 있던 강원FC와 연결됐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그를 적극적으로 원하던 울산현대로 합류했다. 울산에서 신진호는 3선으로 자리를 잡았고, 동시에 몸을 끌어올리는 회복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울산에 가서 조금씩 웨이트 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그러면서 통증도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포항에 와서는 신기하게도 통증이 아예 사라졌어요. 울산 시절에도 피곤하면 한번씩 아팠거든요. 포항은 주닝요 코치, 박효준 코치의 피지컬 파트가 능력이 좋아요. 따로 저에 대해 신경도 써주고요. 그 덕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나이가 더 들었지만 운동량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보다 더 많이 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추가 훈련하는 걸 좋아해서 따로 운동을 더 합니다. 제 캐릭터에 맞는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 뿐이지, 오히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는 시기인 거 같습니다."

김기동 감독은 작년 신진호가 포항에 복귀하고, 서로가 원하는 축구를 합의해 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호가 하려고 하는 플레이가 제가 원하는 플레이에 간격이 좀 있었죠. 작년이 약간 과도기였다면 올해는 서로가 원하는 바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거기다 주장으로서 후배들 너무 잘 이끌어주고 있고요.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죠"라고 얘기했다.
"제가 공격 성향이 강한 편이잖아요. 전방에 주고 앞으로 막 나가고, 사이드에 주고 앞으로 나갔어요. 그러면 감독님이 벤치에서 X표시를 하는 거예요. '아, 감독님이 원하는 게 이게 아니구나' 싶었죠. 그러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것에 맞춰 갔죠. 그래도 본능적으로 나오긴 해요. 주고 나가도 나쁘진 않다고 판단할 때가 있거든요. 김기동 감독님은 투 보란치를 두고 밸런스를 맞춘 뒤 뿌리는 걸 원하셨고요. 자제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편해요. 어떤 때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왜냐면 우리가 작년엔 골이 안 나와서 빌드업 부분이 답답하게 느껴졌으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저희가 공격 옵션이 다양하고, 다 위력이 있잖아요. 저도 선택지가 많고, 재밌는 거 같아요. 상협이, 용준이, 재희 다 능력 있는데 거기에 승대가 오면서 저희가 옵션이 더 늘었어요. 훈련 때 보면 승대가 말을 가려서 하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재밌어요. 만일 감독님이 그런 걸 안 좋게 보시면 분위기가 싸했을 건데, 김기동 감독님은 선수들하고 장난도 많이 치시고 이런 저런 거 다 받아주시니까 팀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그러면서 선수들끼리 전술적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죠. 이거 하자, 저거 해 보자. 올해는 거기서 나눈 이야기들이 실제로도 많이 나와요."
김기동 감독은 신진호에게 자신의 현역 시절을 투영한다. 공교롭게 신진호는 현재 포항에서 김기동 감독의 선수 시절 등번호인 6번을 달고 뛰고 있다. 김기동 감독 역시 30대 중반 포항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었다. "진호는 많은 것을 갖췄죠. 감독이 되면 꼭 한 번 같이 해 보고 싶었어요.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에서 기존에 하던 걸 지양하고 조금 더 뒤에서 안정적으로 뿌려 주길 원하는 게 맞아요. 팀에게도 필요한 역할이지만 그러면 진호도 현역 생활을 더 안정적으로 길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자기 관리도 철저하니까, 포항에서 롱런하면서 멋지게 남은 현역 생활을 풀어 가야죠"라는 김기동 감독의 얘기에선 신진호가 스틸야드에서 제2의 김기동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느껴졌다.
누적경고로 인한 징계를 마치고 복귀하면 신진호는 동해안더비 준비에 돌입한다. 작년 신진호가 포항으로 돌아오며 K리그 최고의 더비에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더해졌다. 포항과 울산에서 모두 주장을 역임한 그는 과거 울산 소속으로 동해안더비에서 득점 후 짜릿한 골 셀레브레이션을 해 포항 팬들의 복장을 뒤집어 놓은 전적이 있다. 그로 인해 포항 복귀 때 환영하지 않는 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솔직히 동해안더비가 K리그 어떤 라이벌전보다 재밌잖아요. 팬들이 신진호는 최고의 직원이다, 현재 소속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며 저도 웃겼어요. 저 같은 '돌아이'가 있어서 동해안더비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요. 팬들을 위해서도 저 같은 선수가 필요하고요. 하지만 경기를 할 때는 침착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울산이 객관적으로 저희보다 전력이 더 좋은 건 인정하지만, 물러서면 안 되는 경기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9월 11일 문수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동해안더비는 포항이 남은 시즌 어떤 목표를 갖고 임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1위 울산과 승점 11점 차가 나는 3위지만 맞대결에서 승리해 승점 차를 좁히면 남은 7경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커리어는 있지만, K리그 우승은 경험하지 못한 신진호도 조심스럽게 그런 열망을 드러냈다.
"2013년에 포항이 극적인 우승을 할 때는 전반기를 마치고 카타르로 가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했죠. 그때 (김)원일이 형이 우승 메달을 따로 만들어서 저한테 선물을 줬어요. 현실적으로 포항이 울산을 추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만일 우리 스스로가 찬스를 잡으면 노려볼 만하다고 봐요. 저희가 선두권과 간격을 좁힐 찬스가 6-7번은 있었는데 그걸 놓쳤거든요. 그 중 절반만 잡았으면 됐어요. 그게 결국은 더 위에 있는 팀과의 차이긴 해요. 그런데 작년보다 지금 현재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요. 훈련 단계에서의 적극성, 팀이 평상시에 프로페셔널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어떤 팀보다 좋다고 느껴요."
혹시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신진호를 파울루 벤투 감독이 국가대표로 뽑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목소리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신진호다운 화법의 답이 돌아왔다. "에이~ 지금 와서요? 말도 안 되죠. 뽑을 거였으면 이전에도 기회가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이어진 그의 답도 프로페셔널했다. "그런 얘기에 흔들리지 않고 포항 생각만 하고 있어요. 다음 경기 준비를 하며 팀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 끌어올리는 게 제가 싸워야 할 현실이죠." 그 말과 함께 신진호는 개인 운동을 하러 출발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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