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매일 쓰는 물병, 헹구기만 하세요? 세균통

“매일 쓰는 물병, 마지막으로 언제 제대로 씻으셨나요?”

아침마다 가방에 챙기고, 운동할 때 꼭 들고 다니는 물병. 겉보기에 아무 이상 없어 보이는 그 물병 속에, 하루가 다르게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물만 마시는데 뭐가 문제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헹굼 한 번으로 세척을 끝내기 일쑤다.

하지만 그 물병 안은 '세균의 이상적인 번식지'로, 건강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물병 속 ‘미끈함’의 정체, 사실은 세균층

최근 3월 17일 BBC 보도에 따르면, 퓨듀대학교 식품안전학 교수 칼 벤케는 자신의 재사용 물병 안에서 정체불명의 미끈한 감촉을 느꼈고, 조사 결과 이는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바이오필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다수의 물병 사용자들이 세척을 거의 하지 않거나, 세척 방법 자체가 미흡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중 15%는 물병을 한 번도 세척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으며, 많은 이들이 ‘결과를 알고 싶지 않다’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위생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세균 번식, 하루면 충분하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미생물학과 프림로즈 프리스톤 교수는 “상온(20℃ 내외)에서 단 하루만 지나도 물병 안 세균 수가 수백만 마리로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싱가포르 연구에서도, 끓인 수돗물로 시작해도 하루 만에 세균 수가 75,000마리에서 200만 마리로 증가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물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입’과 ‘손’이다. 물을 마실 때마다 입 안의 세균 수백 종이 병 안으로 들어가고, 손을 자주 씻지 않으면 대장균(E.coli) 등 ‘배변 유래 세균’이 물병 입구나 외부를 오염시킬 수 있다.

특히 운동 직후 땀이 흐르는 손으로 병을 잡고 바로 입을 대는 경우, 그 오염 속도는 더 가속화된다.

프로틴·주스 넣었다면? 세균의 뷔페가 된다

물 외에 다른 음료를 담는 경우, 세균 번식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프리스톤 교수는 “단백질 음료나 주스처럼 당분·단백질이 포함된 음료는 세균과 곰팡이에게는 완벽한 영양 공급원”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남기는 끈적한 막처럼, 물병 안에 남은 미세한 음료 찌꺼기는 세균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의 맛이 이상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냉장 보관? 정답은 ‘세척’이다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의 정답일 뿐이다.

프리스톤 교수는 “냉장 보관은 세균 증식을 늦출 수 있지만, 이미 형성된 바이오필름을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바이오필름은 쉽게 말해 ‘세균이 모여 만든 끈끈한 집’이다. 이들은 미온수나 간단한 헹굼으로는 제거되지 않으며, 오히려 항균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습관이 필수다.

✅ 뜨거운 물(60도 이상)과 주방 세제를 이용한 세척

✅ 병 안에 세제를 푼 물을 10분 이상 담가두기

✅ 병 목·뚜껑·빨대까지 전용 브러시로 꼼꼼히 문지르기

✅ 깨끗이 헹군 후에는 완전 건조하기

세척 후 바로 닫지 말고, 공기 중에서 말리는 ‘자연 건조’가 핵심이다. 습한 환경은 다시 세균 번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물병, 미세플라스틱과 호르몬 교란까지

청결 외에도, 병의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 카타르 와일 코넬 의과대학 아밋 아브라함 교수는 플라스틱 물병에서 BPA와 같은 화학물질이 물로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화학 성분은 인체 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심장 질환·당뇨·불임과의 연관성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반복 세척으로 플라스틱 표면이 마모되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녹아 들어갈 수 있다.

보다 안전한 대안은?

✅ 스테인리스나 유리 소재 물병

✅ 세척이 간편한 구조(병목이 넓은 디자인)

✅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여부 확인

‘물만 담았으니 괜찮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물은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지만, 이를 담는 물병이 오염됐다면 그 물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고령자, 환자에게는 가벼운 세균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병이 냄새가 나거나 미끈하다면 이미 세균이 번식 중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세척이 아닌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는 작은 습관, 물병 관리에서 시작된다. 헹굼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올바른 세척과 건조 루틴을 실천해 보자.

생각해봅시다.

✔️ 지금 사용하는 물병, 마지막으로 ‘솔질’한 때는 언제인가요?

✔️ 가족이나 자녀가 사용하는 물병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나요?

✔️ ‘냄새 난다’ 싶으면, 이미 늦은 걸지도 모릅니다.

하루 한 번의 정성스런 세척이, 내 몸속 하루 수천만 마리의 세균을 막는 첫걸음입니다.


흡연보다 더 치명적... 매일 무심코 하는 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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