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AI 감시?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 정부효율부(DOGE)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공무원들의 대화를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화를 추적하는 기준은 머스크 본인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였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환경보호국(EPA) 소속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DOGE가 AI를 통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협업 툴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에서 “반트럼프” 혹은 “반머스크”적인 발언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EPA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조직 축소와 예산 삭감의 중심에 섰던 기관으로, 약 600명의 직원이 해고됐으며 예산의 65%가 삭감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롭게 임명된 인사들이 기존 직원들에게 “AI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는 전언은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그들은 특정 정치 성향의 발언을 걸러내고자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감시 목적의 기술 활용은 공직 사회 내 표현의 자유와 사적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PA는 로이터 측 질의에 대해 “기관의 행정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을 검토 중”이라며 “DOGE와 협의한 인사 결정에는 AI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공무원 감시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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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대화, 불투명한 정보 사용

한편, 로이터는 DOGE팀이 최근 기밀 유출 논란이 있었던 민간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Signal)’을 통해 고위급 내부 소통을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시그널은 설정에 따라 대화 내용이 일정 시간 후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 있어, 미국 연방정부의 기록 보존 원칙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식통들은 또한 DOGE가 연방정부 공무원 대규모 감축 과정에서 머스크가 개발한 AI 챗봇 ‘그록(Grok)’을 대거 투입했다고 밝혔다. 인력 감축에 AI가 사용되었다는 이 사실은, AI가 단순한 지원 기술을 넘어 인사 및 구조조정에 활용된 사례로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윤리 전문가 캐슬린 클라크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의견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활용한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AI가 공공 권력과 결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대목이다.

AI 논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AI 관련 감시 및 통제 논란은 머스크 사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2023년 AI로 인해 발생한 사건은 142건에 달해 전년 대비 48%나 증가했다. 개인정보 수집, 딥페이크 범죄, 자율주행 사고 등 다양한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도 역대 최대 수준의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AI 위험 대응을 위한 ‘AI 안전연구소’를 설립했으며, AI 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고위험 AI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민 단체들은 인권 침해 방지 조항이 부실하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비윤리적 AI 금지 조항이 없고, 고위험 AI의 책임 규정이 미비하다”며 실질적인 인권 보호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는 기술 발전을 산업 진흥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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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시, ‘효율성’과 ‘자유’ 사이에서

머스크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AI 기반 행정 혁신은 효율성을 앞세운 변화로 포장돼 있지만, 그 이면에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개인정보 침해라는 중대한 윤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AI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고 감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는 명백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결국 사회의 윤리 수준을 결정짓는다. AI가 공공 영역에서 신뢰받는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선, 감시가 아닌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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