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진의 혁신창업의 길] “시력 회복 가능성 열었다”…크리스퍼 한계 깬 유전자 기술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102〉 딥테크 스타트업 ‘엣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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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토콘드리아 교정에 도전
생쥐 실험서 시력 개선 확인
유전자 ‘보충’ 아닌 ‘교정’
임상 앞두고 투자 유치 계획
」

이 난제를 풀고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을 실제 치료제와 연결하려는 이들이 있다. 유전자 교정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김진수 KAIST 공학생물대학원 교수와 유전자 가위 기술 기업 툴젠의 코스닥 상장을 이끌었던 전문경영인 김영호 대표가 손잡은 딥테크 스타트업 ‘엣진(Edgene)’이다. 1999년 툴젠을 창업했던 김 교수는 2022년 엣진을 창업하고 이듬해 김 대표를 영입했다. 엣진은 크리스퍼의 한계를 넘어 단백질 기반 기술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의 상용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금천구 엣진 사무실에서 수조 원대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불치병으로 남아 있던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돌연변이 원인 바로잡겠다는 접근
Q : 이미 툴젠을 창업해 상장까지 했는데 왜 독립 창업을 택했나.
A : ▶김진수 교수(이하 김 교수)=툴젠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세포핵 유전자를 교정하고 엣진은 크리스퍼로는 불가능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을 하기 때문에 시장과 목표가 다른 별개의 사업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탄생한 원천 기술은 각기 별도 법인으로 출발해 독립적인 투자를 받고 성장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기술 성격에 맞는 최적의 자본을 수혈받고, 인재들에게 스톡옵션 같은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툴젠이 아닌 제가 IBS(기초과학연구원) 재직 당시 개발한 성과다. 따라서 엣진이 IBS와 직접 계약을 맺고 원천 및 개량 특허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리(전용실시권)를 확보했다.
Q : 엣진이 하려는 방식은 기존 유전자 치료와 어떻게 다른가.
A : ▶김 교수=기존 유전자 치료가 기능이 떨어진 유전자를 보충하거나 대체하는 방식이라면, 엣진은 돌연변이 자체를 정상 염기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특히 크리스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을 단백질 기반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고장 난 기능을 덧대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직접 바로잡겠다는 접근이다.

엣진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24년 1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 기술(TALED)의 부작용을 크게 줄인 개량형 기술 ‘esTALED’을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이현지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함께 이 기술을 실제 질병 치료에 적용해 세계 최초로 치료 가능성을 입증했다. 시신경이 손상되며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유전질환인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 생쥐 모델에서다. 연구팀이 환자와 같은 유전자 이상을 지닌 생쥐 눈에 유전자 교정 물질을 주입한 결과, 손상된 시신경 세포가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고 시각 기능도 뚜렷하게 개선됐다.
LHON 생쥐 시신경 세포 회복 성과
Q : 왜 LHON을 택했나.
A : ▶김영호 대표(이하 김 대표)=LH ON 환자는 국내에 1000명 정도 있는데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어 임상 시험을 준비하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이 질환은 세 개의 서로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데, 그중에서도 ‘ND4’라 불리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가 전체의 약 70%로 가장 많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이 ‘70%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ND4 유전자를 정밀 타격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최근 성공한 생쥐 실험 결과는 이 기술이 실제 사람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사업적 근거가 됐다.
Q : 현재 기술 수준과 실제 투여 방식은 어떠한가.
A : ▶김 대표=현재 LHON의 경우 환자 유래 세포에서 높은 수준의 교정 효율을 확인했고, 동물실험에서도 시력 회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금은 임상 후보물질을 만든 단계다. 실제 치료 때는 유전자 교정 인자를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라는 전달체에 담아 눈에 주사하게 된다. 이 물질이 시신경세포 안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에 도달한 뒤, 돌연변이 염기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Q : 희귀 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사업성이 있나.
A : ▶김 교수=희귀질환이라고 해서 시장이 반드시 작은 것은 아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더라도 1인당 치료비가 수십억원 정도로 매우 높고, 대부분 보험이 적용 된다. 중요한 것은 환자 수보다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던 질환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느냐다. LHON처럼 치료 공백이 큰 질환은 의학적 의미뿐 아니라 상업적 가치도 충분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위한 플랫폼
Q : 사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A : ▶김 대표=자금이다. 임상에 들어가려면 유전자 교정 인자를 담는 전달체(AAV)를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수준의 GMP 등급으로 생산해야 한다. GMP는 의약품을 임상에 쓸 수 있도록 품질과 제조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기준이다. 여기에 동물에서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는지 확인하는 비임상 독성시험도 거쳐야 한다. 결국 기술 자체보다도 이 두 단계를 밟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게 지금 사업화의 가장 큰 과제다.
Q : 투자 유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 ▶김 대표=창업 이후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85억 원이다. 그동안은 브릿지 투자와 정부 과제 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이어왔다면 이젠 임상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단계다. 임상용 AAV 생산에 약 100억, 비임상 독성 시험 등을 포함해 넉넉히 200억 이상의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올해는 다음 시리즈 투자를 시작할 예정이다.
Q : 언제쯤 임상과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나.
A : ▶김 대표=2029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조건부 판매가 가능하고, 일본은 1상 후에도 판매가 가능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Q : LHON 다음 파이프라인도 있나.
A : ▶김 대표=영아기 신경계가 손상돼 유아 사망을 초래하는 리 증후군뿐 아니라 최근 내과 교수들의 요청으로 당뇨 환자의 1%가 앓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변이(MIDD)에 대해 아주 좋은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의 84% 정도가 단일 염기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이 돌연변이를 고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결국 엣진을 특정 질환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여러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서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에 대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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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

엣진은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치료라는 미개척 영역에 도전하는 매우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세계 최고, 나아가 세계 최초의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잠재력이 큰 기업으로 대한민국 바이오 혁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기대주라 생각한다.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희귀 난치병 환우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엣진의 의지는 대한민국 바이오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파괴적 혁신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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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건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후원위원회 이사장

엣진이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희귀 난치성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엣진의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은 삶의 실질적인 희망을 제시한다.
」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권유진 IT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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