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엄마인가? 시청자 눈 돌린 '모자무싸' 고윤정 스웨터 포옹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 캡처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또 한 번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교환의 연기력이나 박해영 작가 특유의 섬세한 대사가 아닌, 한 장면을 둘러싼 거센 갑론을박 때문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9회에서 변은아(고윤정)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 황동만(구교환)을 자신의 스웨터 안으로 감싸안으며 위로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지만,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동적이라기보다 기괴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문제가 된 장면은 황동만이 감독 데뷔를 앞두고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과거의 상처, 스스로를 향한 혐오가 한꺼번에 몰려오자 변은아는 “도망가고 싶다고 하면 내가 도망가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품에 안았다. 이어 자신의 커다란 스웨터 안으로 황동만의 머리를 감싸며 마치 아이를 달래듯 위로했다. 다시 힘을 얻은 황동만은 변은아 앞에서 상상 속 신인감독상 수상소감을 읊으며 “당신이 없었다면 여기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연출 의도 자체는 분명했다. 세상에서 밀려난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 순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일부 시청자들은 “황동만처럼 무너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온기였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인간 연민이 잘 드러난 장면”이라며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훨씬 더 거셌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왜 또 여성이 남성을 엄마처럼 품어줘야 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엄마와 아들 관계도 아닌데 여성이 남성을 품고 보듬는 모성애 역할을 강요하는 것 같아 기괴했다”는 반응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나이가 많은 남성을 어린 여성 캐릭터가 품으며 구원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구교환과 고윤정의 실제 나이 차이까지 언급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극 중에서도 황동만은 사회적으로 실패와 좌절을 겪는 40대 남성으로, 변은아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여성으로 묘사된다. 여기에 실제 배우들의 나이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어리고 예쁜 여성에게 중년 남성을 돌보는 역할을 부여하는 설정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의 전작들이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나의 아저씨> 역시 어린 여성과 상처 입은 중년 남성의 관계를 통해 위로와 구원을 이야기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삶의 밑바닥에 선 사람들의 연대”라는 호평과 함께 “결국 여성 캐릭터가 남성의 감정 회복을 위해 기능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했다. 이번 <모자무싸> 역시 비슷한 지점에서 논란이 재점화된 셈이다.

물론 반대로 “왜 모든 관계를 성별 권력 구조로만 해석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행위 자체를 모성애로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과한 분석 아니냐”, “황동만도 변은아에게 정서적 지지를 주고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실제로 드라마는 황동만을 단순한 ‘보호받는 남성’으로만 그리지 않고, 변은아 역시 상처와 결핍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장면의 호불호를 넘어, 2026년 현재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관계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과거에는 감성적인 위로로 받아들여졌을 연출이 이제는 “왜 여전히 여성의 역할은 어른 남성을 돌보는 역할에 머무나”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OTT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젠더 감수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지금, 드라마 속 작은 장면 하나도 더 이상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

과연 <모자무싸>가 남은 회차에서 이런 논란을 극복하고 ‘박해영식 위로’에 대한 공감을 다시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

제보 및 보도자료:
nowmovie0509@gmail.com
Copyright ⓒ 나우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