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황진만이 쓴 시, 원작자는 누구?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속 가장 고요한 인물이 오히려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박해준이 연기하는 동만(구교환)의 형 황진만은 한때는 촉망받는 시인이자 국문학도였지만, 지금은 배추밭과 공사장을 오가며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시 한 편은 긴 대사보다 더 묵직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저 시 실제 작품이냐?”, “박해영 작가가 직접 쓴 거냐?”는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6화와 8화에 삽입된 시들은 드라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담백한 문장 안에 스며든 외로움과 기다림,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황진만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겹쳐지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깊게 끌어당긴 것이다.

현재까지 <모자무싸>에서 공개된 황진만의 시는 총 3편이다. 이 가운데 2편은 실제 시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송원섭 기자의 기사에 따르면, 6화에 등장한 “이런 날은 살기 좋은 날 / 멀리 갔다면 / 돌아오기 좋은 날”이라는 구절의 시는 임곤택 시인의 ‘저녁의 신부 5’다. 이어 8화에서 등장한 ‘데리러 온다는 말’ 역시 임곤택 시인의 작품이다.

극 중 시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다. 황진만이 왜 시를 버렸는지, 어떤 상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의 언어처럼 사용된다. 특히 “데리러 가는 길이면 좋겠습니다 / 맞으러 가는 길이어도 / 좋겠습니다”라는 문장은 진만의 삶 전체를 압축한 듯한 먹먹함으로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얻었다.

박해영 작가는 평소 임곤택 시인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어려운 단어 없이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깊고 담백한 슬픔이 오래 남는 점이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자무싸>의 분위기 역시 거대한 사건보다 인물의 결핍과 고독, 그리고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임곤택 시인의 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임곤택 시인의 시집 《죄 없이 다음 없이》

현재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임곤택 시인은 2004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시집을 펴낸 중견 시인이다. ‘저녁의 신부 5’는 두 번째 시집 《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에, ‘데리러 온다는 말’은 세 번째 시집 《죄 없이 다음 없이》에 수록돼 있다. 비교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는 아니었기에 드라마를 통해 처음 접한 시청자들도 많았다.

임 시인 역시 드라마 속 활용 방식에 놀랐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시가 어떻게 사용될지 의아했지만, 방송을 본 뒤 “마치 그 장면을 위해 시를 쓴 것 같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시와 장면, 인물의 감정이 완벽하게 맞물렸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 속 모든 시가 임곤택 시인의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초반부 어린 황진만이 썼던 시와 앞으로 후반부에 등장할 일부 시는 박해영 작가가 직접 쓴 작품이라고 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박해영 작가가 시집을 내도 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황진만이라는 인물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단순히 실패한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를 포기한 뒤에도 여전히 세상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말 대신 침묵으로, 설명 대신 시 한 줄로 감정을 남기는 인물. 그래서 시청자들은 황진만이 다시 시를 쓰게 될지, 그리고 그가 끝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박해준 역시 황진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따뜻한 가장 양관식으로 사랑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전직 시인의 고독을 묵직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끊임없이 불안과 열등감을 쏟아내는 동생 황동만과, 모든 감정을 안으로 삼켜버린 형 황진만의 대비는 <모자무싸>의 가장 강렬한 정서 중 하나로 꼽힌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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