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교훈인 학교의 정체
<토끼풀> 3명의 기자들이 첫 지방 출장을 다녀왔다. 문성호·이서찬·조준수 기자로 구성된 ‘홍동면 특별취재팀’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1박2일 머물며 곳곳을 누볐다. 이틀 동안 잠도 제대로 안 자고 풀무학교(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홍동중학교, ‘ㅋㅋ만화방’, 밝맑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취재했다. 길게 인터뷰한 사람들만 10명이 넘고, 오고가며 만난 사람들은 수십 명에 달한다(홍동면 인구는 3천여 명).
홍동면은 충청도 대부분 지역과는 달리 평균 연령이 상당히 젊다. 귀농한 젊은이들도 많고, 풀무학교를 졸업한 후 홍동에 눌러앉아 농사짓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마을 전체가 진보적이다. 문화적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협동조합이 국내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할머니 7명이 모여 농협 매장에서 반찬을 파는 협동조합까지 있다!
물론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이다. 지난 21대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의 득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3.9%) 지역이다. 권영국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1표 차로 이기기도 했다. 전국으로 보면 권영국 후보(0.98%)와 이준석 후보(8.34%)는 득표율이 8배 넘게 차이 난다.
청소년들도 "노무현 밈을 거의 보지 않는다(김한울 학생)". 전국에서 씨름하고 있는 청소년 극우화의 여파도 이 지역에는 거의 미치지 않았다니,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신기한 마을에서의 1박 2일 취재를 연작 기사로 담아냈다. 청소년의 시각에서 치열하게 걷고 물은 기록이다. <기자말>
[토끼풀]
풀무학교(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1958년 홍동면에 설립된 대안학교다. 전국 최초의 대안학교라는 자부심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민'과 '일소공도(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를 교훈으로 삼고 있을 만큼 특이한 학교다.
이곳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농사라는 삶의 현장을 배우고 익히는 데 목적을 둔다. 현재는 고등부 과정뿐만 아니라 '풀무생태농업전공과정(전공부)'을 통해 전문적인 유기농업 교육까지 이어가며 마을 교육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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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생협 내부 모습. 학용품과 과자 등을 판매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
| ⓒ 이서찬 |
그렇다면 마을 자치의 발원지라 불리는 풀무학교의 교실과 현장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반적인 학교가 상급 학교 진학을 목표로 삼는 것과 달리, 이곳의 학생들은 교과서 밖의 마을을 관찰하고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실천적인 고민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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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옥로·이찬갑 선생의 초상화.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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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 게시판.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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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 창업식.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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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 모금함과 수리함 모습.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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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 도서관.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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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지 '풀무'. |
| ⓒ 문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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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 벽보 게시판.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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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 반 모습.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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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간 풀무학교 학생들의 졸업논문이 보관된 사랑방 내 캐비닛.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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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 목공실 모습. |
| ⓒ 이서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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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생협 내부 모습. 다양한 과자와 빵을 판매한다. |
| ⓒ 이서찬 |
기숙사에는 '맑은 집'과 '밝은 집'이 있다. 그 중 '밝은 집'은 한옥 구조로 지어져 외관상 고즈넉한 멋을 풍기지만, 학교 꼭대기에 위치해 동선이 길고 겨울철 추위에 취약한 실생활의 불편함이 공존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매년 남녀가 서로 바꿔 체감하며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밝은 집'은 평소 기숙사로 기능하는 동시에, 넓은 중앙 정원 덕에 풍물 공연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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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학교의 염소들. |
| ⓒ 이서찬 |
이곳의 학생들은 입시에 목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성적, 등급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풀무학교에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라는 글귀가 있다. '전인 교육'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학교 공동체가 만든 구호다.
풀무학교 주한 선생님은 "풀무학교는 시험을 볼 때 감독을 두지 않는데도 커닝 사고가 건교(개교) 이래 한 번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 정도로 학생이 시험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거다. 풀무학교 학생은 목표하는 지점 자체가 다르기도 하다. 보통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최고 목표는 '명문대 진학'과 성공이지만, 풀무학교 학생들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막대한 돈을 버는 것처럼 세속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교훈인 '더불어 사는 평민'은 사람들의 계급이 나뉘고, 성공하지 못한 99%의 사람들은 패배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풀무학교의 이념은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에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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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무농업기술학교 본관 전경. |
| ⓒ 이서찬 |
이러한 학생 자치는 개교 직후부터 구축되어 60년 이상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단순히 교육받는 장소가 아닌, 자신들의 참여로 유지되는 자치 공간임을 체감하게 하는 전인 교육의 역할도 한다.
풀무는 대장간의 불에 바람을 넣어 호미나 낫 같은 '쓸모 있는 농기구'를 만드는 기구다. 풀무학교는 풀무처럼 학생 모두가 '쓸모 있는 평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풀무학교에서 단련된 학생들은 졸업 후, 홍동면의 자치를 지탱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는 견고한 버팀목이자 주역으로 다시 태어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끼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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