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에 ‘천리장성’ 쌓는 北… 남북 채널 다 막혔다

박준상 2024. 10.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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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국경 봉쇄를 선언하며 언급하며 남북 영토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남북 절연(絶緣) 정책의 끝판 성격이 짙다.

북한은 그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군 통신연락선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고, 최근에는 군사분계선(MDL)에 방벽 건설까지 진행하며 수십 년간 쌓아 온 남북 채널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동시에 남북 단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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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사무소 폭파·통신선 차단 조치
군사 긴장 고조·남북 단절 복합 전술
향후 대외정책시 남한 배제 의도도
9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에 북측으로 향하는 차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길을 모두 끊고 남쪽 국경을 영구 봉쇄하는 요새화 작업을 공식화했다. 뉴시스


북한이 9일 국경 봉쇄를 선언하며 언급하며 남북 영토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남북 절연(絶緣) 정책의 끝판 성격이 짙다. 북한은 그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군 통신연락선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고, 최근에는 군사분계선(MDL)에 방벽 건설까지 진행하며 수십 년간 쌓아 온 남북 채널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동시에 남북 단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대외 정책에서 한국을 ‘패싱’한 채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천명한 이후 휴전선 이북에 요새를 쌓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이날 남측과의 완전 단절을 선언한 것도 김 위원장의 지시 이행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김정은의 노선 전환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남북 통로를 끊는 작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군사적 긴장도 높여왔다. 지난 1월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정황이 포착됐고, 4월부터는 전방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6~7월에는 경의선·동해선 철로 제거 작업에도 나섰다. 지난 5월 28일부터는 오물풍선을 살포하며 저강도 심리전 성격의 회색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까지 공개했다.

남북관계는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악화 일로였다. 북한은 회담 결렬 후 곧장 대남 적대 정책을 강화했다. 같은 해 5월에는 1년5개월여간 중단했던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고, 11월에는 서해 완충수역에서 해안포 사격에도 나섰다.


윤석열정부는 초기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며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한 채 도발 일변도로 맞섰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 남북 간 통신연락선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핵협의그룹 신설 등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맺었다. 이에 맞서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으로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단절 조치를 추가적으로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의 단절·차단 조치를 공식화한 북한이 실제 장벽을 휴전선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해 해상경계선을 발표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김정은이 역내 핵 대치 상황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약화하고 미국과 직접 거래를 모색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미·일 북핵 고위급 대표는 이날 유선 협의를 갖고 현 상황에 대한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미·일 3국은 도발 가능성을 포함한 향후 북한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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