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으면 못 움켜쥔다…정신건강과 비례하는 뜻밖의 '이것' [건강한 가족]
병원리포트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팀
신체 근력 저하가 심리에도 영향
우울증 위험도 3.74배까지 차이
국내 연구진이 세계 지역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손아귀 힘을 뜻하는 악력의 저하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오재원 연구원, 계명대 통계학과 손낙훈 교수팀은 세계 지역별 중장년층의 악력 저하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 증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 의욕 저하가 주요 증상이며 인지 및 정신적·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제한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선 노쇠와 신체 근력 저하로 신체 활동량이 줄면 자신감 상실, 절망감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 증상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예방을 위해 신체 활동과 근력 강화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악력은 근력이나 신체·정신 건강의 유효하고 신뢰성 있는 지표다.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과 악력 간 연관성이 입증됐으나 세계 지역별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한국(KLoSA), 중국(CHARLS), 미국(HRS), 영국(ELSA), 브라질(ELSI), 유럽연합(SHARE)의 중장년층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45세 이상 5만1285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우울증 간 연관성을 살폈다. 악력을 4분위로 나눠 가장 악력이 높은 집단인 1분위부터 가장 악력이 낮은 집단인 4분위까지 악력에 따른 우울증 위험도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남성의 경우 영국·중국에선 악력이 가장 높은 1분위 대비 모든 하위 집단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한국·브라질·미국은 1분위 대비 3,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했다. 유럽연합은 1분위 대비 악력이 가장 낮은 4분위에서만 우울증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한국·중국·브라질·미국에서 1분위 대비 모든 하위군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했다. 반면에 영국과 유럽연합에선 1분위 대비 4분위에서만 높은 우울증 위험도를 보였다. 특히 한국은 악력이 가장 높은 1분위보다 악력이 가장 낮은 4분위에서 남녀 우울증 위험도가 각각 3.09배, 3.74배로 다른 지역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력 측정, 우울증 조기 선별에 유용
결과적으로 세계 지역별 데이터베이스를 통합·분석했을 때 남녀 모두 악력이 높은 1분위보다 악력이 낮은 2, 3,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1분위 대비 4분위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남성은 2.32배, 여성은 2.11배 높았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으로 구성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악력 저하와 우울증 간의 유의한 연관성을 일관되게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산 교수는 “악력 저하와 우울증 간 연관성을 규명함으로써 중장년층 우울증을 조기 선별하는 데 악력 측정을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결과는 ‘정동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 실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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