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중인 KGM! 라인 하나에서 여러 차 만든다
지난 4월 23일, 평택에 위치한 KG 모빌리티(이하 KGM) 공장을 찾았다. KGM은 작년 하반기 평택 공장에 500억 원을 투자해 기존의 두 조립라인(2, 3라인)을 하나로 합쳤다. 목적은 분명했다. 모노코크 차체와 보디 온 프레임 차체는 물론 내연 기관과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혼류 생산을 통한 효율성 재고와 유연성 확보였다. 과연 KG 모빌리티의 체질 개선과 변화의 과정, 그리고 최근 1분기 흑자 전환 소식을 알린 기업 분위기는 어떨까? 지금부터 시작한다.
KGM이라는 자동차 회사를 얼마나 잘 아는가? 솔직히 아직 쌍용자동차만큼 익숙하지는 않다. 1988년 쌍용자동차로 사명 변경 후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되는 부침을 겪다 지난 2022년 KGM으로 재탄생했다. 일단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KG 그룹부터 간략히 살펴보고 넘어가자. KG는 그룹 모체 중 하나인 비료회사 경기화학의 '경기'에서 따온 이니셜로 추정된다.
KG그룹의 시작은 1983년 현 곽재선 회장이 설립한 세일기공으로, 건설 플랜트 사업이 주력이었다. 2003년 회생절차 중인 비료회사 경기화학(현 KG케미컬) 인수는 본격적인 기업 확장의 발판이었다. 이후 이데일리, 동부제철(현 KG스틸), KFC코리아, 할리스 커피 등을 인수했고 2022년 8월 쌍용자동차, 2023년 7월에는 에디슨모터스까지 사들이며 시세를 넓혔다.
그러고 보니 쌍용자동차가 KGM으로 바뀐 지도 벌써 20개월째다. 그 사이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변화의 중심에 생산라인 공사 완료와 경영 정상화를 통한 흑자 전환 소식이 포함된 셈이다. 때마침 하동환 자동차를 시작으로 치면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올 1~3월, KG 모빌리티는 판매 2만9326대, 매출 1조18억 원, 영업이익 151억 원, 당기순이익 539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 물량 증가와 함께 내부 경영체질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토레스 EVX 판매에 따른 이산화탄소 패널티 환입 및 신주인수권 평가이익 등에 따른 긍정적인 결과인 것이다.
KGM 완성차 공장은 본사와 함께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했다. 본사 건물에 완성차 생산공장, 종합기술연구소 등이 한데 모인 이곳은 1979년 12월 총 86만㎡ 부지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직원 수는 4222명이다. 평택 공장에서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코란도, 코란도 EV, 토레스, 토레스 EVX,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및 칸을 만들고 있다.
경남 창원 공장에서는 엔진을 만든다. 11만7000㎡(3.5만 평) 규모로 1공장(1.5L 가솔린 터보)과 2공장(2.0L 가솔린 터보, 2.2L 디젤 터보)으로 나눠 운영 중이며 2교대 기준 연간 28만1000기 생산이 가능하다.
1, 2, 3라인에서 1, 3라인으로 통합 운영
총 3개의 조립 라인에서 차를 만들던 평택 공장은 공사 완료 후 기존의 2, 3 라인을 통합해 2라인에서 차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모노코크 차종을 생산하던 조립 2라인과 바디 온 프레임 차종을 생산하던 조립 3라인을 통합해 혼류 생산 가능 라인으로 체질을 바꾸는 대대적인 공사였다. 작년 10월부터 약 2개월간 총 500억 원을 투입해 3개였던 조립 라인은 2개(1라인·3라인)로 줄인 것이다. 연간 생산 가능대수는 25만대로 기존과 차이는 없다.
라인 통합 공사와 더불어 보디와 데크 동시 운반 시스템에 더해 배터리, 섀시, 모듈 등이 자동으로 운반되는 설비도 구축했고, 전기차 충전시스템에 대한 정밀 검사시스템도 적용했다.
이전의 2 라인에서는 체어맨과 티볼리를 만들었었다. 이번 공사로 3라인과 통합하면서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토레스 EVX를 동시에 만든다. 기아도 모하비와 쏘렌토 등 모노코크와 보디 온 프레임 모델을 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 중이다. 하지만 골격이 다른 두 차체는 물론 파워트레인이 다른 전기차까지 동시에 만드는 사례는 KG 모빌리티 평택 공장이 유일하다.
현재 평택 공장 조립라인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 근무(07:00~15:40/15:40~01:30)를 시행 중이다. 인원은 차체 및 도장 301명, 조립 536명. 현재 인원구성으로는 연간 16만4640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공장 방문의 핵심은 통합 공사를 마친 조립 3라인 둘러보기다. 이곳에서는 1995년 이스타나 양산을 시작으로 무쏘, 액티언, 렉스턴 등 보디 온 프레임 차종을 만들어 왔다. 모노코크 생산 라인과 합치면서 상황과 수요 변동에 따른 생산 유연성을 확보한 셈이다. 렉스턴과 토레스 EVX를 같은 라인에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사뭇 흥미롭다.
생산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이른바 '결혼(marriage)'이라고 부르는 합체 공정이다.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만 갖춘 하부 섀시를 위쪽 차체와 결합하는 작업이다. 렉스턴은 기다란 사다리꼴 프레임을 보디와 합치는 반면 토레스는 앞뒤 서브 프레임을 따로 연결하기 때문에 볼트의 접점부터 다르다. 서로 다른 섀시를 떠받치되 규격은 같은 트레이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휠 규격과 볼트 사이의 간격이 차종마다 다른 문제는 전용 체결 장비로 해결한다. 작업 차종에 맞춰 자동으로 크기와 간격을 조절해 5초 만에 체결을 마친다.
조립 라인 끝 지점에 600~800㎏의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하는 설비도 갖췄다. 100% 자동화 설비로 진행되는 배터리 체결 작업은 정확하고 빠른 혼류 생산 라인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만일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점까지 갖췄다.
연이어 둘러본 조립 1라인은 1987년 구형 코란도를 만들면서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이후 2010년 모노코크 보디 차종 생산 공장으로 거듭났다. 코란도 C를 거쳐 현재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코란도와 코란도 이모션, 토레스와 토레스 EVX를 만든다. 여전히 혼류 생산이긴 하지만 보디 온 프레임 모델이 없는 만큼 3라인보다 작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설비가 더 많다.
보디 온 프레임 모델 유지, 내년에 하이브리드도 투입
한동안 경영난과 여러 악재 속에서 부침을 겪었던 KGM은 KG그룹 인수 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공장 투어 후 마주한 박장호 생산본부장은 "내수 중심의 판매 구조였던 KGM이 최근 들어 수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비중이 6대 4에서 4대 6으로 바뀌었다."고 근황을 전했다.
더불어 "외자 자본 아래에서는 의사 결정이 너무 늦어 진행이 더디었던 반면 KG그룹 인수 후 토론 거친 결정은 신속하게 이행되는 면이 있다"며 "혼류 생산을 위한 통합공사도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과 진행 속도의 긍정적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아 모하비와 더불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보디 온 프레임인 렉스턴을 단종할 계획이 없다. 더불어 이번에 공사가 진행된 조립 라인에서 보완 없이 하이브리드 모델도 생산 가능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내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할 것이고, 지금 준비 중"이라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