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기 원심분리기 보란듯 보여준 김정은… 핵 대놓고 고도화
전문가 영변 내 확장시설 추정
5년간 생산능력 2배 확대 주장
金 “핵은 국가발전 기본적 담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라늄 농축 공장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핵물질 생산시설을 시찰했다. 시설 위치는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지만 평안북도 영변 내 농축시설과 연계된 확장형 설비 또는 신규 거점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 능력이 기존의 배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며 핵무기 증산 의지를 노골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전날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핵무기연구소 지도 간부들이 함께했다.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백 기가 공장 내부를 가득 메운 채 줄지어 늘어서 있고, 김 위원장이 이를 둘러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5년간의 핵무력 강화 노정을 경과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은 종전의 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무기는) 나라의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라며 “핵물질 생산 능력을 더 확대하고, 그에 따라 핵무기 보유 수를 계속 늘려갈 데 대한 전략적 결정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핵무력을 국가 생존과 발전의 기반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은 이날 핵무력 강화와 관련한 중요 협의회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공개된 시설이 영변 핵시설 단지 인근에 마련된 신규 농축시설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6월 영변 핵시설 단지 내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공개된 시설이 해당 공장일 것으로 추정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기존 영변 시설에서 약 2㎞ 떨어진 곳에서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이 시설이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 능력이 계속 증가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선전 효과로 영변 신 시설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영변 신축 건물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는 평안북도 영변, 남포시 강선, 평안북도 구성 3곳이 알려져 있다. 다만 이 3곳이 아닌 ‘제4의 지역’에 새로 건설된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시찰은 핵 개발이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과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무력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왔음을 재차 못 박아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추진 상황을 자신들의 핵무력 가속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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