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현의 차트로 세상 읽기]
2025년 '리스크 관리'에 초점 맞춰야
코스닥, 대하락 준비중...차라리 인버스
코스피, 내리막이냐 반등이냐 초관심
삼성전자, 이미 대지지선 깨져...암울
원달러환율, 어디까지 갈지 예측불허
차트는 보통 스탁 개념의 ‘틱차트’도 있지만 플로우 개념의 차트가 일반적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봉, 주봉, 월봉 또는 분봉 등 일정 시간내에 거래된 주식데이타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차트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플로우 차트중에서 매년 딱 한 번만 보는 차트가 있다. 맞다. 바로 ‘연봉차트’다. 말 그대로 1월 첫 영업일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를 기록해 오직 하나의 캔들로 압축해놓은 차트를 말한다.
사실 연봉차트는 그 흐름이 너무 길어서 투자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 수 년간 또는 수십 년간의 기록이 오롯이 남아 있기에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이 지금 성장기에 있는가 아니면 쇠퇴기로 접어들었는가가 바로 보인다. 특히 대형 우량주의 경우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매번 말하는 거지만 차트분석의 쓰임은 매우 범용적이다. 그것은 주로 개별 기업차트를 분석하는데 쓰이지만 지수차트나 선물차트 또는 기타 다른 차트들을 분석하는데도 위화감이 없다. 연봉차트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 차원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맘때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지수들을 연봉차트로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작업이다. 지금까지의 시장 전체가 보이는 것은 물론 향후 시장의 큰 흐름을 추론하는데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흥미롭게도 대표지수 및 대표기업들의 연봉차트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패턴들이 다수 나왔다. 이는 차트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만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코스닥 연봉차트
우선 코스닥 차트를 보도록 하자. 사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차트는 코스피 차트겠으나 금번 코스닥 차트에서 매우 확실하면서도 유의미한 패턴이 나왔기에 먼저 볼까 한다.
위 차트를 제대로 보기 위해 우선 차트의 ‘패턴’에 대해서 잠깐 공부해 보도록 하자. 차트분석에서 패턴이란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데 주가가 추세를 만들기 전 힘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있는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하락하기 전 매도세가 집중되며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패턴을 ‘하락패턴’이라 하고, 상승하기 전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 동력이 축적되는 패턴을 ‘상승패턴’이라 부른다. 그런데 위 코스닥 차트는 그 하락패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불리는 ‘H&S 패턴(일명 머리&어깨 패턴)’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H&S 패턴은 보통 왼쪽어깨, 머리 그리고 오른쪽 어깨의 형태로 이어지는데 금번 코스닥 연봉차트는 이미 이 모든걸 다 만들고 이제 본격적인 하락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H&S 패턴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 경험으로는 80% 이상이라고 본다.
왼쪽이 H&S 패턴의 전형이다. 보통 고점에서 오른쪽 어깨까지 다 만들어지고 나면 그때부터 급락이 나온다. 매도세가 압도적으로 압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른쪽 코스닥 연봉차트를 보면 이미 오른쪽 어깨까지는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 '대하락'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지표중 하나에서 대하락 패턴이 나왔다. 그만큼 올해 코스닥 업종의 투자가 암울하다는 얘기다. 올해만큼은 코스닥 시장에서의 투자는 가급적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ETF 인버스 상품은 노려볼만 하다. 지수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연봉차트
그렇다면 진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역시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아직 코스닥 지수만큼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고점에서 H&S 패턴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만약 지수가 더 떨어져서 차트상의 대지지선(파란선)마저 깨뜨리기까지 했다면 매우 암울할 뻔 했다. 코스닥 차트마냥 완벽하게 H&S 패턴이 완성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2003년 돌파 이후 2022년까지 단 한 번도 이 선을 깨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22년 한 번 깨졌고 작년에 다시 반등한 이후 이제는 코스피 지수의 마지막 보루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올 한해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 이것이다. 저 파란 기준선을 결국 깨고 내려가느냐, 아니면 파란선의 지지를 받고 다시 힘차게 반등하느냐가 올해의 화두라 하겠다. 마음 같아서는 장대양봉이 우뚝 서면서 전고점까지 뚫어주면 고맙겠으나 기준선 밑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자리라 방심하면 안된다.
어쩌면 시장은 백척간두의 급박한 상황에서 하락패턴을 완성하고 하락추세까지 이어지느냐, 아니면 새로운 패턴을 만들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그러니 투자자들 역시 시장이 방향성을 확실히 잡기까지는 조금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잘못하면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되는 시점에 진입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시장이 저 기준선을 하회하며 움직인다면 기존 보유물량에 대한 과감한 정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본래 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백약이 무효한 법이다. 실적이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분위기에 휩쓸려 도매금으로 같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시장에서 내가 가진 종목만 독야청청할 것이라 믿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 삼성전자 연봉차트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지수의 연봉차트를 보았다. 그렇다면 개별 기업들의 차트는 어떨까? 대표적으로 최근 성장성이 문제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롯데지주의 차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1998년 이후로 한번도 깨지 않았던 대지지선을 2024년에 깬 모습이다. 게다가 고점에서 하락패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쌍봉패턴’을 만들면서 깬 모습이다. 어쩌면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최근의 삼성은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오너리스크가 부각되었고, 반도체 발전 추이를 따라가지 못해 망신을 당한 바 있다. 과거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며 굳건한 아성을 지켜왔던 신화는 상당히 바랬고, 이게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필자는 차트분석 수업시간에 이런 모습의 차트가 보이면 무조건 매도를 외친다. 고점에서의 쌍봉패턴은 매우 위험한 상황인데다 그간 굳건하게 지켜주었던 대지지선마저 깨졌다면 이는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주봉이나 월봉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연봉차트에서 나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안타깝게도 이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에서 나왔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삼성전자가 무너진다면 시장도 결코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삼성전자 하나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거 아니냐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모습이 보편성을 띠느냐도 의문을 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지주’ 연봉 차트가 어느정도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삼성전자가 가게 될 길을 그대로 먼저 가고 있기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줄 수도 있다.
과거 신격호 회장이 그룹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때만 해도 단 한 번도 깨지지 않던 대지지선이 2017년 살짝 깨지더니 그 이후로 주가가 계속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고점에서 H&S패턴이 완성된 해 역시 2017년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금의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회장에 취임한 해가 2017년이다.
영업환경이 롯데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한 오너리스크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고, 이게 연봉차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연봉차트는 기업의 흥망성쇠까지 보여준다 하였다. 롯데지주의 차트를 보면 왜 필자가 그런 말을 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롯데지주 이 두 기업 말고도 30대 그룹 전체의 연봉차트를 참고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몇 개 빼놓고는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대한민국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연봉차트
연초부터 지나치게 하락 위주의 차트만 소개한 듯해서 분위기 전환겸 최근 급등한 차트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밑에서 오랫동안 ‘삼중바닥패턴’을 만들더니 2022년부터 본격 상승을 시작한 원달러 환율의 연봉차트다. 그나마 상승압력을 최소화하려던 그간의 노력들이 무색하게 최근 정치상황이 급변하면서 아예 날개를 달았다.
그러고보니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해도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분이 취임한 첫해였다. 이처럼 자국의 환율차트는 그 나라의 경쟁력을 포괄하는 최고 차트로서 경제수장의 능력, 신념 등이 그대로 반영되곤 한다. 위기는 계속되고 있고, 차트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섰으니 이제 환율이 어디까지 상승할 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기업이나 대통령이나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골로 간다는 게 이처럼 연봉차트에선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살펴본 차트들로 봐서는 우리같은 투자자에겐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니다. 아마도 2025년 올 한해는 수익보다는 리스크관리에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성승현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한국신용평가정보에서 수년간 자산관리 업무를 경험하였다. 10년전 주식고수를 만나 차트분석의 묘법을 사사하는 기연(奇緣)으로 지금까지 주식 및 해외선물 투자 중이다. 차트분석 전문가로서 추세추종을 통한 장기투자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