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퍼스트' 박승규, 대기록보다 승리가 우선

양형석 2026. 4. 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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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0일 NC전 2루타 빠진 사이클링 히트 맹활약, 삼성 8-5 승리

[양형석 기자]

 4월 10일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 중인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 선수(삼성 라이온즈 인스타그램 수훈선수 인터뷰 영상 갈무리)
ⓒ 삼성라이온즈
삼성이 안방에서 NC를 4연패에 빠트리며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이 경기 전까지 11이닝 무실점 행진을 달리던 NC의 에이스 구창모가 등판한 경기에서 8득점을 기록하는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인 삼성은 공동 1위 세 팀에 반 경기 뒤진 단독 4위로 올라섰다(6승1무4패).

삼성은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8회 2사 후에 등판한 우완 이승현이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구자욱이 시즌 2호 홈런을 비롯해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이 선수의 대활약엔 미치지 못했다. 2루타가 빠진 사이클링 히트를 포함해 시즌 첫 출전 경기에서 4안타 4타점 3득점을 폭발한 박승규가 그 주인공이다.

KBO리그 44년 역사에 단 32번 나온 대기록

한 경기에서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사이클링 히트는 타자가 한 경기에서 올릴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런 기록 중 하나로 꼽힌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에서도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적은 단 32회에 불과하다. 그만큼 1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2024년 9월 17일 LG 트윈스전의 고승민(롯데 자이언츠)을 끝으로 KBO리그에는 1년 넘게 사이클링 히트가 나오지 않았다.

KBO리그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는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 삼성에서 활약하던 오대석(경상중 코치)이 처음 기록했다. 오대석은 6월 12일 '전설의 꼴찌'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KBO리그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때려냈다. 오대석 이후 KBO리그의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가 1987년 8월 빙그레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이강돈이었으니 무려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사이클링 히트가 나오지 않았던 셈이다.

'양신' 양준혁은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통산 두 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1996년 8월 23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커리어 첫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양준혁은 해태 타이거즈와 LG를 거쳐 삼성으로 돌아온 후 2003년 4월 15일 현대전에서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NC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는 40-40클럽에 가입했던 지난 2015년 한 시즌 두 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구단 별로는 두산 베어스가 OB 베어스 시절부터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사이클링 히트 선수를 배출했다. 재미 있는 사실은 1992년 홈런 3위(26개)에 올랐던 임형석 정도를 제외하면 두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 중 거포 유형의 타자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2023년의 강승호는 홈런과 3루타, 2루타, 단타의 순서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며 역대 최초로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 '적토마'로 불리던 이병규(LG 2군 감독)는 2013년 7월 5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38세 8개월 10일의 나이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이병규는 그 해 타율 .348로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병규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세우던 날 ,정작 소속팀 LG는 넥센과 26개의 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10-12로 패했다.

팀 먼저 생각해 더 빛났던 박승규의 '인생 경기'

투수로 활약하다가 경기고 2학년 때 외야수로 전향한 박승규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9라운드 전체 82순위의 낮은 순번으로 삼성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박승규는 여느 하위 지명 선수들처럼 입단과 함께 육성 선수로 전환됐지만 그 해 8월 정식 선수로 등록되면서 루키 시즌 14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91경기에서 타율 .258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명 순위를 뛰어넘어 단숨에 삼성의 외야 유망주로 급부상했던 박승규는 2021년 59경기 타율 .182, 2022년 62경기 타율 .216에 그치며 성장이 주춤했고 2023년 1월 상무에 입대했다. 2023년 퓨처스리그에서 74경기에 출전했던 박승규는 2024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재활에 몰두하느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전역 후에도 부상 회복에 전념하느라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박승규는 작년에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월 말 1군에 올라와 64경기에서 타율 .287 50안타 6홈런 14타점 39득점 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797의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작년 8월 3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손가락에 사구를 맞은 후 엄지손가락 분쇄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1군 선수로서 한창 자리를 잡는 시점에 시즌을 일찍 접었지만 2026년의 활약을 기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올 시즌 연봉이 8000만 원으로 인상된 박승규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성윤, 김태훈의 연쇄 부상으로 9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박승규는 10일 시즌 첫 출전 경기에서 엄청난 맹타로 삼성의 승리를 견인했다. 1번 우익수로 출전한 박승규는 1회 선제 3루타와 8회 결승 3타점 3루타, 5회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4안타 4타점 3득점을 몰아치며 삼성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승규는 8회 2사 만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망설임 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2사였기 때문에 안타가 되는 순간 3타점이 보장돼 있어 2루에서 멈췄다면 역대 33번째 사이클링 히트이자 2016년의 최형우 이후 약 10년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삼성 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승규는 대기록보다 팀 승리에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는 질주를 선택하며 팬들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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