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힙한 전시, [LAZY] 샘바이펜과의 인터뷰


Q :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샘바이펜의 첫 번째 전시다. 이번 개인전 〈LAZY〉 소개를 부탁한다.
A : 근 1년 동안 갤러리와 대화하며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문득 초창기에 다뤘던 주제들을 이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개인전 〈Tired〉나 두 번째 개인전 〈Wasted〉처럼 평상시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다가가보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 담아보려고 했다. 난 작업에 있어선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면에선 그와 반대로 게으른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게으름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Q : ‘갓생’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라고 본다. 전시를 준비하며 당신을 지배했던 상념은 무엇이었나?
A : 이름이 알려지면서 한창 바쁘게 지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일도, 행사도, 커머셜 작업도 굉장히 많이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작업을 마치 배설하듯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번아웃이 온 셈이다. 그 시간을 겪고 나니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가 나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캐릭터 ‘시한폭탄맨’의 탄생기도 궁금하다.
A : 처음 폭탄을 그렸던 건 아마 4~5년 전이었을 거다. 당시 사과 박스에 담긴 현금, 그러니까 뇌물을 다룬 기사를 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위험한 물건과 결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사과와 폭탄을 결합한 형태의 아이콘을 만들었다. 이후로도 이 소재는 꾸준히 작품 속에 가져왔는데, 그것이 자연스럽게 ‘시한폭탄맨’이라는 캐릭터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시한폭탄맨’은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건 평소 작업할 때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을 ‘시한폭탄맨’이라는 캐릭터에 투영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Q : 샘바이펜의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굿즈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늘 흥미롭다. 이번엔 굿즈에 이어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한 음원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A : 갤러리 이사님의 제안 덕분에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우슬라임 등 주변의 뮤지션 친구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빌미로 친구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다른 분야지만 창작이라는 비슷한 업을 할 때 서로가 느끼는 동질감이 있더라. 그런 점을 서로 나누며 작업했는데,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작업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여성 보컬리스트 류수정 님의 목소리가 더해져 음악의 밸런스 면에서도 더 탄탄해졌다. 앞으로 이런 음악 작업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 라인업을 좀 더 탄탄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Q : 앨범이 또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겠다.
A : 맞다. 전시장에 못 오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그분들에게 전시의 취지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아쉽게 함께하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다음엔 더 다양하게 꾸려볼 생각이다.
Q : 샘바이펜은 굿즈와 음악으로 전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작업의 동력은 어디서 오나?
A :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다.(웃음) 작업 방식에 있어선 남들이 하는 걸 무작정 따라 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여기엔 그림자를 그려야 해” 하고 공식만 알려주는데, 거기에 늘 맞서왔던 것 같다. 그래피티 작업도 마찬가지다. 그래피티에도 나름의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난 그것들을 존중은 하지만 작업에 있어선 나만의 방식을 접목하고 싶다. 그런 시도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Q : 안 그래도 당신에게 작가로서의 반골 기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그래피티 작가는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깨고 싶다고 말했더라.
A : 맞다.(웃음) 갇혀 있는 룰을 깨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다. 물론 그들의 룰과 스타일은 존중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방식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것에 나만의 것을 시도해보는 방식은 앞으로도 고수하려고 한다.
Q :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 정의한 ‘페이크 아트’라는 개념도 생겨난 걸까?
A : 그렇다. 갤러리에 걸린, 이른바 ‘파인 아트’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개념인데, 난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는, 정석 과정을 밟은 것이 아니라 길에서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알리고 설득한 셈이니까. 하지만 앞으로도 뻔뻔하게 내 길을 가고 싶다. 그게 멋있지 않나.(웃음) 언젠가는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을 테고.

Q : 작가로서 활동한 지 어느새 10년이다. 그 시간은 어떻게 다가오나?
A : 이렇게 아저씨가 되는구나.(웃음) 부쩍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다. 그와 함께 젊은 세대들이 생각했을 때 적어도 멋없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작업에 있어서도, 인성에 있어서도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는 순간들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자기 계발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고!
Q : 얼마 전에 아트 바젤 홍콩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앞으로 샘바이펜의 여정이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한데.
A : 이번 전시를 준비하느라 아쉽게도 현장엔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트 바젤은 내 커리어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 역시 큰 갤러리에서 하는 첫 전시라 설레기도 한다. 내 포지션이 파인 아트와 스트리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길 한복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로지 내 것을 가지고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열심히 가보려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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