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중국전 앞둔 손흥민, '창사 참사' 설욕 예고

김현기 기자 2023. 11.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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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의 중국 원정 각오가 다부지다 못해 약간 살벌하다.

그 만큼 중국을 넘고 싶은 의지가 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중국 대표팀과 2026 북중미(캐나다·멕시코·미국 공동 개최)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 중국전을 치른다.

중국과 6년 8개월 만에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를 다시 하는 셈이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17년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0-1로 충격패한 적이 있다. 역대 중국전 2번째 패배이자 월드컵 아시아 예선 첫  패배였다. 당시 경기가 열렸던 창사의 이름을 빌려 '창사 참사'로 불렸던 당시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상대 장신 공격수 위다바오에 내준 헤더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치욕적인 0-1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전은 한국이 정상적인 전력으로 임하질 못했다. 손흥민이 앞선 경기들에서 경고 누적을 당해 중국전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선수단과 중국에 동행하긴 했으나 실전에서 보탬이 되지 못했고 결국 한 골 차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역대 중국전 두 번째 패배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컵에서 국내파로 이뤄진 허정무호가 남아공 월드컵 앞두고 중국에 0-3으로 완패해 이른바 '공한증'으로 불리는 중국 축구의 한국 공포가 드디어 깨진 경기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창사 참사'는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한국 축구에 주는 충격파가 남달랐다. 게다가 한국은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년 EAFF컵에서 국내파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음에도 중국의 최정예 국가대표팀을 2-0으로 완파, 남자축구에 관해서는 1~2수 우위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창사 참사'로 2년 만에 그런 우세가 무너졌다.

이후 한국은 EAFF컵에서 3차례, 아시안컵에서 한 번 등 총 4번 중국을 만나 3승 1무의 우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EAFF컵에선 한국이 국내파 위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중국은 23세 이하 선수들 위주로 꾸리는 등 최선을 다하지 않는 문제 등이 있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격돌했으나 그 땐 두 팀이 모두 1~2차전을 이긴 터라 16강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특히 이탈리아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으로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당시 중국 대표팀 감독이 그랬다.

'창사 참사'에선 주장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한국 대표팀 주장을 5년째 맡고 있는 손흥민은 동시에 공격의 선봉장으로 팀의 대승을 이끌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손흥민 외에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최근 쾌조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유럽파 톱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해 승리할 최적이 조건은 마련됐다.

손흥민은 중국 현지에서 딱 한 번 치른 훈련에서도 강렬한 발언으로 승리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대표팀은 21일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훈련을 했는데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동영상 채널에 따르면 손흥민은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내일 관중도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며 중국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자는 의지를 다졌다.

이어 "힘내서 이기고 잘 돌아가자"라며 동료들과 어깨 동무를 하고 훈련 마지막 순간을 큰 구령과 함께 마무리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는 한중전 앞두고 4만 좌석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고 전한 적이 있다.

손흥민의 각오는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중국전을 연상하게 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인 당시 8강전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23세 이하) 대표팀은 8강에서 중국과 맞붙어 승리를 챙겼다.

당시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홍현석은 중국 관중들이 가득찬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선보였는데, 중국 팬들은 패배를 직감한 듯 아무말 없이 경기장에서 침묵했다. 

홍현석은 선제골을 넣고 중국 관중석 앞에 두 귀를 대는 '안 들려' 세리머니를 한 뒤 소감으로 "경기장이 도서관 같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중국전 2번째 골을 넣은 송민규도 5만 관중 앞에서 '안 들려' 세리머니를 펼쳤다.

현지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선전에서 엑스포츠뉴스 등 한국 취재진과 마주한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몸 상태에 대해 아무 문제 없음을 강조했다. 사실 중국전을 앞두고 손흥민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이 제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싱가포르전 당시 후반 37분 손흥민이 상대 파울에 쓰러진 뒤 고통을 호소해 클린스만은 물론 팬들까지도 모두 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상대 미드필더 누르 사히란의 태클이 다리를 강타한 손흥민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큰 부상이 아니라면 평소처럼 곧바로 일어났을 손흥민이지만, 손흥민은 한동안 다리를 잡고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까지 투입돼 손흥민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최근 부상 문제가 자주 대두됐던 손흥민이 절뚝이는 모습까지 보이자,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컸다.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경기 막판에는 다행히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전에 도착한 뒤 "손흥민도 이강인도 경기 중에 부상 장면 같이 보였을 수 있지만, 큰 부상은 없다. 작은 부상도 없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라며 경기 출전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도 "결국 이런 게 월드컵 예선이지 않나 싶다. 모든 상대가 거칠게 나올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승리를 따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분명 다칠 수도 있고, 아니면 타박상이나 파울 장면이 경기 중에 나올 수도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는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큰 부상만 아니면 크게 우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통증을 안고도 참고 뛰는 그런 모습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통증이 있을 때는 가벼운 회복 운동으로 선수들을 준비시키고 있기 때문에 큰 부상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당장 선수들의 컨디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은 대륙의 일방적인 응원과 거친 수비가 큰 문제가 아니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지난 16일 싱가포르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던 공격수 조규성은 "원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서 중국이 거칠게 나올 것 같은데, 우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국보다 거칠고 강하게 한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거친 플레이엔 거친 플레이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어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겅기를 하면 골이 좀 빨리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중국도 금방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 중국전 조커 출격이 점처지는 오현규는 중국이 거칠다는 견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활약 중인 그는 "스코틀랜드가 더 거칠다고 생각이 든다. 거친 것에 대해서는 항상 대비가 돼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더 강하게 준비돼 있기에 유연하게 잘 대처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을 홈에서 기다리는 중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결사항전(?) 각오다. 그만큼 이번 경기 승점 획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대표팀을 이끄는 세르비아 출신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은 한국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손흥민만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팀 모두를 수비해야 한다. 팀 수비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우리는 모든 선수에게 높은 규율을 요구해 막을 것이다"며 "상대가 공격력이 뛰어나기에 그래야 한다. 우리 수비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팀이라고 약점이 있기에, 그점을 파악해 파고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의 한국전 2승에 모두 출전했던 베테랑 수비수 장린펑은 "난 과거에 치중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일 경기에 집중할 것이다"며 지난 2승에 대한 기억을 지운 뒤 "감독님 말씀처럼 한국은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기에 수비진이 최고의 모습을 준비해서 보여줘야 한다. 한국의 모든 측면을 분석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만을 강조했다. 

◆ 클린스만호 전적 및 일정

2023년 3월24일 친선경기 / 한국 2-2 콜롬비아(울산문수축구경기장) 득점 : 손흥민(2골)

2023년 3월28일 친선경기 / 한국 1-2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인범

2023년 6월16일 친선경기 / 한국 0-1 페루(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2023년 6월20일 친선경기 / 한국 1-1 엘살바도르(대전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의조

2023년 9월8일 친선경기 / 한국 0-0 웨일스(영국 카디프)

2023년 9월13일 친선경기 / 한국 1-0 사우디아라비아(영국 뉴캐슬) 득점: 조규성

2023년 10월13일 친선경기 / 한국 4-0 튀니지(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이강인(2골) 황의조 자책골

2023년 10월17일 친선경기 / 한국 6-0 베트남(수원월드컵경기장) 득점 : 김민재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 자책골

2023년 11월16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 5-0 싱가포르(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조규성 황희찬 손흥민 황의조 이강인

2023년 11월21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중국(중국 선전)

2024년 1월15일 2023 아시안컵 / 한국-바레인(카타르 도하)

2024년 1월20일 2023 아시안컵/ 한국-요르단(카타르 도하)

2024년 1월25일 2023 아시안컵/ 한국-말레이시아(카타르 도하)

2024년 3월21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태국

2024년 3월26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태국

2024년 6월6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싱가포르

2024년 6월11일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 한국-중국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1월 A매치 참가 선수 명단(23명)

GK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DF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 박진섭(이상 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MF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FW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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