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자·수급자 정보 줄줄 샌다..복지부 정보보안 심각
책임자 솜방망이 처벌..재발방지 대책도 사실상 無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산하기관의 정보보안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의 진료내역은 물론, 수급자의 직장·소득·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상당수 유출됐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은 없었다.
28일 쿠키뉴스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19곳의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현황을 입수했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포착된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는 총 2만5583건에 달했다.
개인의 존엄성과 직결된 정보를 다루는 사회보장정보원에서 유출·오남용 의심사례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총 8477건의 의심사례가 파악됐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기초연금 △영유아보육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긴급복지 등 총 120개에 달하는 사회복지사업을 서비스하는 기관이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연령, 가족관계, 소득, 거주지, 직장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취급한다.
두 번째로 많은 의심사례가 발생한 기관은 국립암센터다. 총 3294건의 유출·오남용 의심사례가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환자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가암관리사업본부도 운영한다. 국내 암환자들의 임상정보를 광범위하게 확보·분석·관리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역시 개인정보 관리에 허술했다. 총 2973건의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가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를 취급한다.
내부 비위 사건으로 질타를 받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도 정보보안에 실패했다. 총 1601건의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뿐 아니라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료를 통합징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국민 대부분의 의료기관 이용과 직장 및 소득 관련 정보를 취급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직원의 46억원 횡령 행위를 막지 못해, 조직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 총 2만5583건 가운데 ‘유출 사건’으로 실제 처분을 받은 사례는 건보공단 7명, 의료기관평가인증원 1건 등 총 8명으로 극히 드물다. 건보공단 처분 가운데 3명은 파면·해임됐고, 4명은 정직·견책 처분을 받았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외에 개인정보 유출 의심사례는 ‘의심’으로 남았다.
‘오남용 사건’의 책임자에는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226명, 국립암센터 1명, 국민연금 1명 등 총 228명 대부분이 주의(218명)나 경고(10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복지부가 정보보안 강화 노력 없이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앞서 2017년 2147건에서 2018년 5004건으로 불어난 뒤 2019년 5323건, 2020년 5195건, 2021년 5255건 발생했다. 올해 6월 기준 의심사례는 2659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의 과반을 지나쳤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 대응 방식에 대해 복지부는 “보건복지부 및 소속·산하기관은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으며, 유출 발생시 해당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 및 산하기관의 정보보안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의 개인정보는 질병을 앓은 기록이나 취업상태 및 소득수준 등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포함한다. 개인의 의사에 반해 이런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격권을 침해하는 사고에 해당한다.
조 의원은 “개인정보를 악용한 범죄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의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의료 및 복지분야는 정보의 특성상 더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어,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처벌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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