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선도 버거운 코스피…그 뒤엔 174조 개미 ‘거대 매물벽’

장서윤 2026. 8. 26. 17: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97% 상승한 6808.21에 마감했다. 뉴스1

한때 1만 포인트를 목전에 뒀던 코스피가 이제는 7000선마저 버거운 고지가 됐다. 배경 중 하나로 개인 투자자가 7000선 위에서 사들인 거대한 ‘매물벽’이 꼽힌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본전만 회복하자’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세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7% 오른 6808.2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한때 7200선을 넘어섰지만 상승분을 반납하고 6800선에서 마감했다. 이렇게 한 달 넘게 7000선 안착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물대를 코스피의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는다. iM증권이 지난해 10월 이후 개인의 누적 순매수액을 코스피 구간별로 집계한 결과 7500~8000선이 60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8000~8500선에 56조6000억원, 7000~7500선에 37조8000억원이 몰렸다. 7000~8500선에 쌓인 개인 순매수액만 총 154조8000억원에 이른다. 범위를 7000~9500선으로 넓히면 173조90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가 40% 가까이 하락했던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30일까지로 기간을 좁혀도 개인은 코스피 7500~8000 구간에서 9조4000억원, 8000~8500 구간에서 27조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이후 낙폭이 더 커지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손실을 보고 있다.

코스피가 반등해 매수 가격에 가까워질수록 원금 회복을 노린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이유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7월 조정장에서 ‘매수하면 수익’이라는 공식이 항상 옳지 않다는 점을 학습했다”며 “코스피가 7000을 넘어 올라서도 매수세로 전환하기보다는 물량을 조금씩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도 비슷한 가격대에 몰려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개인이 사들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매수액은 코스피 8200~8400 구간에서 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 220만원대, 삼성전자 29만원과 36만원대에 매수 물량이 촘촘하게 쌓여 있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오르내릴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음의 복리’ 영향을 받는다. 원금을 회복하지 못해도 지수가 어느 정도 반등하면 손실을 감수하고 처분하는 물량이 나올 수 있다. 김효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당 가격대에 진입할수록 탈출하려는 심리의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 상방은 이 매물대의 저항을 받으며 속도가 제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7000선에 안착하려면 증시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 흐름도 회복돼야 한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투자자예탁금을 102조5341억원(지난 25일 기준)으로 집계했다. 지난 6월 초 132조원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약 30조원 감소했다.

개인의 매물 부담을 소화하려면 결국 외국인 자금이 돌아와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893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8조8217억원을 팔아치웠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외국인의 순매수”라며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된 점은 외국인 순매수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