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0만4천원' 김혜경에 다시 300만원 구형

[재결심공판] 김혜경 "나라에 일 많은데 중요한 일할 분들 시간 낭비 같아 송구"

[김종훈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10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의 구형량은 변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검찰은 다시 한번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본건은 피고인(김혜경)이 유력 정치인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죄질이 중하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초 이 재판은 지난 7월 25일 결심 공판을 마치고 8월 13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하루 전날인 8월 12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하면서 결심 공판이 두 번 열리게 됐다. 첫 결심 공판에서도 검찰은 "기부행위 금액과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면서 벌금 3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재판에서 문제가 되는 금액은 총 10만 4000원이어서, 소위 '10만 4000원 기소'로 불린다.

다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상식과 경험칙, 사건 당일 통화 내역 따르더라도 피고인의 사전 지시 및 승인, 통제 없이 배OO(수행비서, 전 경기도 공무원)이 본건 식비를 결제할리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신문단계부터 변론종결 이르는 현재까지 지켜지지도 않는 '각자 결제'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금액에 상관없이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돈으로 매수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10년 이상 피고인을 섬긴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하급자의 책임으로 몰고 자기는 빠져나가려는 태도 역시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김씨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21년) 8월 2일 OO(광화문 위치 중식당) 식사(결제)를 피고인이 공모했느냐 여부"라면서 "적어도 (경선에 돌입한) 8월 2일은 이미 (캠프에서 제공한) 운전자와 수행원까지 있는 상태였다. (김씨가) 타인을 대접하거나 식대를 대신 결제하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 인식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최후변론 차례에 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저로 인해서 나라에 일이 많은데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할 분들이 시간을 낭비한 거 같아서 송구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관여하지 않았고 비서 배씨에게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재판부 판사가 잘 판단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앞으로는 정치인의 아내로 생각하면서 조그만 건도 만들지 않고 나를 보좌한 사람의 관리도 더 조심스럽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꼬투리 잡히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며 살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던 첫 결심공판 때와 달리 이날 김씨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선고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후 2시로 잡혔다.

김씨는 2021년 8월 2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민주당 전·현직의원 배우자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공익제보자 등 3명에게 총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시기는 남편인 이재명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다. 이날 결재는 수행비서이자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배씨가 법인카드로 했는데, 김씨가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