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징계 맞서 4년 투쟁... 승소한 선생님은 왜 퇴직했을까?
[이영광 기자]
지난 2015년 4월부터 인권, 노동, 경제, 생태, 역사 등 폭넓은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뉴스타파가 이번엔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지난 16일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에 다큐멘터리 <목격자들-열무야 열무야(이하 열무야 열무야)>가 공개됐다. '열무'라는 별명을 가진 윤용숙 선생님은 강원도교육청의 부당징계와 폭력에 맞서 긴 시간을 견뎌왔다. <열무야 열무야>에는 열무를 비롯해 강릉 유천초등학교 교사들의 4년여 투쟁이 담겨있다.
<열무야 열무야>의 기획 의도를 듣기 위해 지난 22일 이 작품을 연출한 김상패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김상패 감독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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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쟁 중인 열무, 윤용숙 선생님. |
| ⓒ 뉴스타파 |
"많은 분들이 잘 봤다고 연락을 주셔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의 시원함과 섭섭함이 동시에 있고, 못다 한 이야기도 있지만 장편에서 풀어낼 생각이에요. 앞서 단편으로 25분짜리 작품을 만들어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했고, 여기에 더해 49분짜리로 뉴스타파에 공개했어요. 2편인 셈이죠. 이를 토대로 장편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추가 작업 중이에요."
- 작품이 '열무'라는 별명의 윤용숙 선생님의 삶을 다루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이던 차헌호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학교의 부당한 징계에 맞서 싸우는 강릉 유천초 선생님들 집회에 참석하러 강릉에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갔다가 유천초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영화를 만들려고 찍은 게 아니에요. 국가 폭력이나 공권력과 싸우는 분들은 사회적 약자잖아요. 옆에 카메라가 있으면 경찰들도 함부로 못 하는 부분이 있어서, 연대하는 의미로 카메라를 들고 간 거였어요. 그러다 선생님들이 교육감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항의하러 간 날이 있었어요. 경찰에게 끌려 나오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굉장히 분노했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다큐로 공개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 윤용숙 선생님(열무)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민주적이고 학생들 시선에서 함께하려는 선생님이더라고요. 학교라는 집단이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열무(윤용숙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다 따랐다고 해요. 겨울에 교장실에는 난로를 때면서 학생들 교실에는 안 땔 때, 이건 잘못됐다고 말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해요. 조금씩 변해온 사람인데, 학생들을 위한 게 뭔지 늘 생각하는 선생님이라고 느꼈어요."
- 열무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가 있나요.
"초반엔 열무라는 별명이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별명이 있던 다른 선생님에게 왜 학생들에게 별명을 부르게 하는 지 물었죠. 학생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는 답을 듣고 본인도 별명을 만든 거예요. 평소 선생님이 열무김치를 굉장히 잘 담갔기에 별명도 열무라고 지은 거죠. 사실 학생들이 선생님 이름을 뒤에서 함부로 부르기도 하잖아요. 선생님 앞에서는 이름을 못 부르기도 하고요. 근데 별명은 선생님 앞에서도, 뒤에서도 부를 수 있어요. 학생과 선생님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죠."
- 작품을 보니 열무 선생님이 근무하던 학교에 혁신학교 정책이 도입되면서 열무도 전환점을 맞이한 거 같아요.
"사실 열무는 이전부터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강원도에서는 '행복 더하기 학교'라는 이름으로 2011년부터 이 제도(혁신학교)가 도입됐어요. 열무는 2011년 2학기부터 공부 모임에 합류했고 이후 적극적으로 활동했죠.
정책 도입 전에도 열무는 한 달에 한 번씩 놀이 활동을 했는데, 끝나면 늘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다툼이 일어났다고 해요. '행복 더하기 학교'로 지정된 후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고 해요. 열무 스스로 '나는 너희를 즐겁게 해주는 좋은 교사'라고 생색내려는 마음이 컸고, 학생들을 동등한 관계가 아닌 가르치고 통제하는 대상으로 봤다는 거예요.
놀이 대부분이 경쟁 게임이라 늘 기분 나쁜 누군가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행복 더하기 학교' 이후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 받으며 열무도 많이 성장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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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윤용숙 선생님과 나단아 감독 |
| ⓒ 뉴스타파 |
"혁신학교에서 공개 수업을 하면,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나눠서 지켜봐요. 수업이 끝나면 '이 학생이 뭘 어려워했다', '옆 학생을 어떻게 도와줬다', '어떤 내용에 호응이 많았다'를 선생님끼리 공유해요. 이렇게 쌓인 내용이 교안으로 개발되고 다음 학년 선생님들에게 전달되죠.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에요.
수업 외에는 '다모임'이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학생회인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모둠을 만들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요. 보통 학급 회의는 같은 학년 학생끼리 모여 그 학년의 과제를 논의하잖아요. 다모임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년이 한 조에 섞여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 학년 문제뿐 아니라 학교 전체 문제, 건의하고 싶은 사항들을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교사는 조력자로만 있고요. 처음엔 학생들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했지만, 이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해요."
- 윤용숙 선생님은 왜 교육청에서 징계받은 거죠?
"부당징계의 이유를 파고들어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다큐의 본질이 달라져요. 그래서 작품에서도 길게 다루지 않았어요. 이 다큐를 만든 목적은 열무와 유천초 선생님들이 징계로 얼마나 일상이 무너졌는지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는 거였거든요."
- 열무는 승소해서 복직했지만 2026년 5월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더라고요.
"열무가 30년 동안 선생님을 했는데, 정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년은 더 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승소와 복직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버린 거예요. 복직 후 1학년 학생들을 주로 가르쳤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몸이 못 따라갔던 거죠. 마음도 그렇고요. 국가 폭력과 행정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분노가 문득문득 올라오고, 저녁이면 잠도 안 와서 약을 먹어야 겨우 잘 수 있었대요.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서 선생님 생활을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어 퇴직을 신청한 거예요."
- 윤용숙 선생님 삶을 기록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4년 동안 열무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어요. 응원하고 싶고, 무엇보다 모두 행복하길 바라요. 느낀 건 아주 사소한 기쁨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거예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라는 걸 이분들을 통해 배웠어요. 선생님들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많이 베풀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데, 아픈 가운데서도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하고 관심을 보일 때 가장 행복해하세요. 이분들과 함께한 시간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줬어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촬영하면서 관계가 생겨서 자주 모여요. 맛있는 것도 먹고, 각자 생일날에는 다 같이 모여 파티해요. 노래도 부르고, 첼로를 배우는 감자 선생님이 직접 연주를 해줄 때 다들 너무 즐거워했는데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긴다면요.
"올해, 이 내용을 담은 장편이자 3편, 마지막 편인 '언젠가는 어딘가에'를 완성할 계획이에요. 열무와 선생님들이 꿈꿨던 세상이 언젠가는 어딘가에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제목이에요. 90분 분량의 장편으로 만들 예정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선생님들께도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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