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개구리와 바다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냈고,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던가. 정제되지 않은 음성들이 마구잡이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란했던 낮의 잔상을 잠재우고, 내게 수묵화 같은 고요를 선사하는 건 장자의 ‘외물(外物)’편이다. 때때로 우연은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찾아온다. ‘좁은 연못에 사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고, 여름 한철을 사는 벌레에게 차가운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 구절을 대여섯 번쯤 입안에서 굴리다가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간 나를 지치게 했던 수많은 ‘개구리’와 ‘여름벌레’를 떠올렸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속을 태웠고, 진심이 닿지 않아 억울했던 순간들을. 그러나 이내 누군가에게는 내가 바다를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한 개구리였을 거고, 얼음을 믿지 못하는 여름벌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내가 쌓아온 ‘경험’이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 더 큰 세상을 알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사람이니까.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 지식, 시간의 둘레 속에 갇혀 있기 마련이고 각자의 삶에는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세상이 있는 법이다. 우리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한쪽이 부족하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자라온 연못의 크기와 살아가는 계절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이런 바탕에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본 바다를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얼음의 차가움을 설득하려 목청을 높일 이유도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제는 마음의 에너지를 모든 곳에 흩뿌리며 소진하기보다 그저 비슷한 깊이의 바다를 유영하는 이들과 깊게 교감하고, 또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계절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겸허한 믿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싶다. 내일은 가뿐한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연못에서 각자의 계절을 정성껏 살아내고 있을 그들을 담담히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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