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죠, 배터리]LG엔솔, 벤츠향 배터리 공급의 의미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 벤츠 계열사와 수조원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완성차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은 전기차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정체)의 돌파구와 반전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부터 2038년까지 벤츠의 전기차에 탑재될 총 50.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다. 1GWh 배터리가 전기차 1만2000대에 탑재된다고 보면, 전기차 60만대 이상에 탑재되는 규모다.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평균 배터리 셀 가격이 ㎾h당 107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7조원을 넘어서는 계약이다. 다만 배터리셀 가격은 원료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2028년 이후 공급 금액은 이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수주 개시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 물량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에 납품하게 될 46시리즈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2번째 단독 공장으로, 36GWh 규모로 지난 4월 착공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2026년부터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공들여 개발한 46파이(지름) 원통형 배터리의 첫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2170(지름 21㎜·길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이 일정해 대규모 양산에 있어 가격 경쟁력과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계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두꺼운 캔 구조로 설계돼 있어 기본적으로 높은 안전성을 가지고 있고 이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가장 진보된 소재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41%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원통형 4680(지름 46㎜·길이 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첫 46시리즈로, 업계에서는 12월 첫 양산을 시작해 테슬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통형·LFP·ESS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이번 수주는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삼원계(NCM·NCA) 배터리를 주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해왔다. 원통형 배터리도 테슬라외에 유의미한 대규모 공급은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첫 레퍼런스(수주 실적)를 통해 향후 원통형 배터리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올렸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 속에 돌파구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간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과 이를 공략할 삼원계 배터리에만 개발과 생산을 집중했는데 업황 부진 속에 가격 경쟁력과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빠르게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배터리셀 기업으로는 최초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계약을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체결했다. 약 39GWh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비전 공유회를 통해서도 EV(전기차)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비중을 키우기로 했다. 오는 2028년 미국 ESS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해 시스템 통합(SI) 매출을 5배 높이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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