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제주 이슈 뒷전, 대본에 충실했던 대통령 민생토론회
[제주의소리 박성우]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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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지정, 크루즈 무인 출입국심사 도입 등 굵직한 지역현안을 단박에 해결해줬다는 호평과 더불어 행정체제 개편, 관광청 신설, 제2공항 등 예민한 이슈를 뒷전으로 미뤘다는 혹평이 상존하면서다.
특히 민생토론회의 진행 방식이 사전에 협의된 의제만을 다루며 흡사 대본을 읽는 듯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한 윤 대통령은 광역시도 중 마지막 일정으로 15일 오후 2시 제주를 찾아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는 크게 ▲ 세계인의 관광 휴양도시 제주 ▲ 탄소없는 에너지 선도도시 제주 ▲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되는 살기좋은 제주 등 3개 분야로 나뉘어져 진행됐다.
기업인, 지역주민, 학계 관계자 등의 참석자가 윤 대통령에게 질문하면 법무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배석한 각 부처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답변하는 방식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 제주신항 개발 ▲ UAM 시범사업 지원 ▲ 제주해녀어업 전승 지원 ▲ 국립탐라문화유산연구센터 건립 ▲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선도도시 ▲ 그린수소 생산․활용을 통한 친환경 수소차 생태계 구축 ▲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 공공하수도 인프라 확충 ▲ 스마트공동물류센터 건설 등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대부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해 온 사안이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약속을 지켰고, 지체되고 있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됐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남겼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전국을 순회했지만 제주에서만큼 시원시원하게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민생토론회에 선정된 주요 현안들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취사 선택됐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1시간 20여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는 철저히 사전에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 사전에 섭외된 참가자에 의해 예정된 질문이 던져졌고, 해당 민원을 답변할 수 있는 각 부처 관계자들만 배석했다.
'크루즈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설치'와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의 돌발 발언 형태를 띄었지만, 이 또한 사전에 준비된 사안이었다. 현장에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이미 배석해 있었다.
그렇기에 '앞 쪽에 앉아계신 남성분', '이번에는 이 쪽에서 질문을 들어볼까요',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신가요'라는 사회자의 진행은 다소 민망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결과적으로 예민하고 민감한 지역 현안들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
토론회 중 발언권을 받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026년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행정체제 개편은)도지사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인데..."라고 말을 흘리며 즉답을 피해나갔다. '검토해보겠다' 정도의 의례적인 답변조차 나오지 않았다.
민생토론회 직후 지방시대위원회가 주관으로 열린 제주지역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우동기 위원장은 "민생토론회 의제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다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제주지역 최대 현안이자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던 제주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도 "제2공항과 관련된 담당부서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민생토론회가 열리는 JDC 건물 앞으로 제2공항 반대 집회가 한창이던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의 제주지역 시그니쳐 공약임에도 대선 이후 감감무소식인 '관광청 신설'과 관련해서도 "이번에 의제로 설정되지 않아 논의가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참석을 못했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말 한마디로 갈음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제가 빨리 못 왔다고 해서 제주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산업 어건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려 한다"며 "절대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제주도 이슈를 까먹고 있거나 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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