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봄바다’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함덕 서우봉 해변을 주목해보자. 흔히 함덕해수욕장으로 알려진 이곳은 여름철 피서지로 이름났지만, 봄이 찾아오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스하며, 무엇보다 북적이지 않아 진짜 제주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다. 이른 아침, 이른 봄, 그리고 이른 바다 지금 이 조합을 놓친다면 1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함덕해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에메랄드빛 바다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서우봉(西牛峰)이 바다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 때문이다.
해변 오른편으로 완만하게 솟은 서우봉은 누구나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 코스다.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의 탁 트인 전망과 함덕 마을의 정취가 한눈에 담긴다.
특히 봄철에는 서우봉 일대에 유채꽃이 어우러져 황금빛 들판을 연출한다. 파란 하늘, 초록빛 바다, 노란 꽃길이 한데 어우러진 그 장면은 그야말로 ‘제주의 봄’ 그 자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풀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봄철의 함덕 해변은 여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한산한 해변을 거닐다 보면, 파도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고 바다빛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마치 자연과 나만 연결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백사장은 걷기 좋게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간간이 눈에 띄는 조약돌은 제주 바다의 흔적처럼 다가온다.
아침이면 이른 시간 산책을 즐기는 현지 주민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해변을 바라보는 여행객들이 고요한 풍경에 녹아든다. 이맘때쯤이면 두툼한 외투는 벗고 가벼운 겉옷 하나면 충분하다.
서우봉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즐길 수 있는 감성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쏟아지고,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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