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물꼬 텄지만…“내년 의대정원 조정 불가능” 남은 난관도 [2024 국감]

김은빈 2024. 10. 2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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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단체 두 곳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며 협의체 출범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의료계가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의대생 휴학 승인’과 ‘내년 의대 정원 조정 논의’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협의체 출범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2025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해서 입장 변함은 없다”면서 “(의료계) 의견을 공식적으로 잘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휴학 승인에 대해서는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내건 조건에 대해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도 증원 재논의, 협의체 발족 전 의대생 휴학계 승인 등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 장관은 “어렵게 참여를 결정했는데 제 발언으로 인해 참여를 안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 된다”면서도 “2025학년은 불가능하고 2026학년은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단체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하면 2026학년도 정원은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의대생 휴학계 처리에 대해서도 ‘동맹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조 장관은 “교육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휴학은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동맹휴학은 법령과 학칙에서 정하는 정당한 휴학 사유는 아니다.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며, 저도 큰 이견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 역시 의료계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KAMC·의학회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환영한다”면서도 “대입 수시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조정은 법령상,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지난 6일 발표한 바와 같이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2025학년도 학생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 승인 방침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이라고 분명히 해뒀다.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체 출범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휴학 승인 문제가 완결되지 않으면 두 단체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해당 사항은 아직 확인하지 못해 다시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KAMC와 의학회가 협의체에 참여한다고 해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주요 의사 단체가 빠진 점도 문제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KAMC와 의학회가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교수님들의 결정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지 다시 한 번 숙고하길 바란다”며 “정치인들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의협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의협은 현 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표했다. 

이에 복지위 국정감사에선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의 참여 없이 잘 굴러갈 수 있겠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여야의정 간 자리가 형성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안 됐다”며 “의협과 대전협이 안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두 단체에 대해 “의학회는 194개 학회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학회 중의 하나이고, KAMC는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된 곳”이라며 “이 두 단체가 나머지 의사 단체를 완벽하게 대표하는 데 제한이 있겠지만, 의료계 얘기를 충분히 자세하게 전달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대란 종식을 위해 대통령의 사과와 장·차관의 ‘용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의정 간 신뢰 회복을 위한 물꼬를 트기 위해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을 직언하고, 스스로 용퇴하라(전진숙 민주당 의원)” “복지부 장·차관이 마지막 책임을 져야 한다”(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제가 결정하거나 (용퇴) 하기는 어렵다”고 응했다. 

아울러 전공의 복귀에 대해선 “조기 복귀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전공의 미복귀 대책도 마련해뒀다고 공언했다. 조 장관은 “과거에도 말씀드렸듯 플랜B가 있다”면서 “우선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제일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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