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퇴사 후 만든 선스틱...남미에서 1위 휩쓴 토코보
10년 간 브랜드 기획하다
2021년 코로나 시기 창업
남미 H&B 스토어 판매 1위
MZ세대의 성지인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흰색 바탕에 여성모델 사진의 대형 건물 앞으로 사람들의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토코보(TOCOBO)가 브랜드 론칭 5년 차를 맞아 100평 규모로 준비한 팝업스토어 현장이다.
흰색 셔츠를 통일해 입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은빛 메인 진열대 위에는 하늘색 패키지의 ‘코튼 소프트 선스틱’, 파란색 ‘바이오 워터리 선크림’, 핑크빛 톤업 선크림 등 파스텔톤의 주요 제품들이 감각적으로 놓여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노란색 프레임의 거울 포토존 앞에서는 저마다 제품을 들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느 언어권에서도 발음 같은 사명 정해

지난해 토코보는 매출 430억원을 기록하며 퀀텀 점프를 이뤄냈고, 올해는 600억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비결로는 명확한 타깃 선점이 꼽힌다. K뷰티 주력 품목 중 자외선 차단 시장에 집중했고, 특히 20대 초반 Z세대가 ‘선스틱’이라는 형태를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것이 적중했다.
신흥 시장인 남미를 과감하게 개척한 것도 주효했다. 론칭 초기, 빅 브랜드들이 까다로운 인허가(6~7개월 소요)와 높은 물류비 탓에 주저하던 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멕시코, 칠레 등에 현지 축구팀 후원과 미니 팝업 등 밀착 마케팅을 전개해 남미 H&B 채널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략적 파트너십과 지배구조 개편도 빼놓을 수 없다. K뷰티 대형 유통기업인 실리콘투와 손잡고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해 해외 26개국 오프라인 채널(세포라, 부츠 등)에 빠르게 진입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모펀드 오션프론트파트너스에 인수(지분 60%)되며 든든한 재무적 지원군을 확보했다. 재무 관리는 투자사가 맡고 대표이사는 브랜딩에 집중하는 구조가 안착했다.

특히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것이 최대 숙제다. 최근 업계 전반에 PDRN 등 특정 원료 열풍이 불고 있지만, 토코보는 이를 무작정 따라가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하는 뻔한 흐름을 좇는 대신 토코보스러운 재해석이 불가능하다면 과감히 출시를 미룬다. 결국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토코보만의 뾰족한 개성을 유지하며 생명력이 긴 글로벌 브랜드로 연착륙하는 것이 향후 기업 가치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음은 이병훈 토코보 대표 일문일답.
Q. 남미 시장(멕시코, 칠레 등) 현지 H&B 스토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출시 당시 전 세계 대륙에 제품 체험 마케팅을 동시에 돌렸다. 단순히 좋아요 숫자가 아니라 소비자 반응의 질을 분석한 결과 남미가 가장 뜨거웠다. 유럽(CPNP)과 달리 남미는 국가별 개별 인증이 필요해 진입에만 6~7개월이 걸리고 관세와 물류비도 높다. 다른 K뷰티 빅 브랜드들이 진출을 유보할 때, 우리는 선진 시장보다 위험도는 높지만 선점할 기회가 있는 새로운 대륙에 먼저 도전한 것이 통했다.
Q. 유통 파트너 실리콘투, 그리고 사모펀드(오션프론트파트너스) 인수 등 변화가 컸다.
해외 바이어와 가장 효율적으로 만날 방법을 찾다 다년간 유통 경험을 보유한 실리콘투와 해외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들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B2B·B2C 벤더의 관심으로 이어져 해외 오프라인 입점을 가속했다. 작년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는 재무적인 지원은 물론, 재무 관리와 영업·마케팅 역할이 명확히 구분됐다. 대표로서 브랜딩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브랜드로서 끊임없이 새로움(Newness)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대다수 브랜드가 PDRN 성분 제품을 앞다투어 낸다. 검색량 1위 키워드라 놓치고 싶지 않은 유혹도 있지만, ‘토코보로 재해석하지 못한 제품’은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 남이 한다고 나도 하면 결국 뻔한 흐름이 된다. 건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오직 토코보스러운 제품, 디자인, 마케팅으로만 다가간다는 것이 원칙이다.
Q. 3~~5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토코보가 어떤 뷰티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한국은 훌륭한 제조 기반, 매년 쏟아지는 수만 개의 신생 브랜드, 강력한 K콘텐츠 DNA, 그리고 꼼꼼한 소비자의 리뷰까지 브랜드가 성장하기에 완벽한 토양을 갖췄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솝(Aesop)처럼 확실한 색깔을 가진 의미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할 때다. 2~~3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정말 뾰족한 브랜딩으로 인정받은 K뷰티가 언급될 때, 그 이름이 토코보가 되기를 기대하며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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