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퇴사 후 만든 선스틱...남미에서 1위 휩쓴 토코보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6. 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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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출신 이병훈 대표
10년 간 브랜드 기획하다
2021년 코로나 시기 창업
남미 H&B 스토어 판매 1위

MZ세대의 성지인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흰색 바탕에 여성모델 사진의 대형 건물 앞으로 사람들의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토코보(TOCOBO)가 브랜드 론칭 5년 차를 맞아 100평 규모로 준비한 팝업스토어 현장이다.

흰색 셔츠를 통일해 입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은빛 메인 진열대 위에는 하늘색 패키지의 ‘코튼 소프트 선스틱’, 파란색 ‘바이오 워터리 선크림’, 핑크빛 톤업 선크림 등 파스텔톤의 주요 제품들이 감각적으로 놓여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노란색 프레임의 거울 포토존 앞에서는 저마다 제품을 들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인파가 몰린 토코보 성수 팝업 현장(토코보 제공)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팝업 오픈 첫 주말 토코보의 검색량은 전월 대비 3배 폭증했고, 연계 진행된 네이버 라이브 방송에는 29만 명이 접속했다. 해외 반응도 달아올라 100위권 밖이던 미국 아마존 선케어 판매 순위가 단숨에 54위로 뛰어올랐다. 수출 비중이 90%에 달해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낮았던 토코보가 글로벌과 내수 시장 모두에서 ‘선(Sun) 하면 토코보’라는 확실한 대세감을 각인시킨 결정적 장면이다.
삼성전자 출신 대표가 설립한 토코보
어느 언어권에서도 발음 같은 사명 정해
토코보는 삼성전자 출신의 이병훈 대표가 이끄는 뷰티 브랜드다. 10년간 삼성그룹에서 기획과 전략을 담당했던 이 대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퇴사해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었다. 브랜드명 ‘토코보(TOCOBO)’에는 과거 삼성(Samsung)이 해외에서 국가마다 다르게 발음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던 이 대표의 경험이 녹아 있다. 어느 언어권에서나 동일하게 발음되고 간결하게 읽히도록 알파벳을 조합했다.
이병훈 토코보 대표(토코보 제공)
브랜드가 탄생한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우울하고 무채색이던 사람들의 일상에 반짝이고 컬러풀한 생기를 불어넣고자 과감한 비비드 컬러와 시크한 디자인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품목을 찾고, 고객을 세분화해 불편을 해소한다는 이 대표의 철저한 ‘삼성식 기획 DNA’가 브랜드 곳곳에 배어 있다.

지난해 토코보는 매출 430억원을 기록하며 퀀텀 점프를 이뤄냈고, 올해는 600억원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비결로는 명확한 타깃 선점이 꼽힌다. K뷰티 주력 품목 중 자외선 차단 시장에 집중했고, 특히 20대 초반 Z세대가 ‘선스틱’이라는 형태를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것이 적중했다.

신흥 시장인 남미를 과감하게 개척한 것도 주효했다. 론칭 초기, 빅 브랜드들이 까다로운 인허가(6~7개월 소요)와 높은 물류비 탓에 주저하던 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멕시코, 칠레 등에 현지 축구팀 후원과 미니 팝업 등 밀착 마케팅을 전개해 남미 H&B 채널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전략적 파트너십과 지배구조 개편도 빼놓을 수 없다. K뷰티 대형 유통기업인 실리콘투와 손잡고 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해 해외 26개국 오프라인 채널(세포라, 부츠 등)에 빠르게 진입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모펀드 오션프론트파트너스에 인수(지분 60%)되며 든든한 재무적 지원군을 확보했다. 재무 관리는 투자사가 맡고 대표이사는 브랜딩에 집중하는 구조가 안착했다.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북반구, 남반구 고객에 순차적으로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차별화한 토코보(토코보 제공)
제품 라인업을 다루는 방식도 독특하다. 이 대표는 이를 ‘대류 현상’이라 부른다. 북반구의 여름이 끝나 선케어 수요가 줄어들면, 립 마스크와 플럼핑 립 오일 등 립케어 제품으로 빈자리를 채운다. 동시에 남은 선케어 물량과 마케팅 역량은 여름이 시작되는 호주와 남미 등 남반구로 대규모 이동시킨다. 계절과 지역을 교차하며 일 년 내내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이뤄내는 영리한 전략이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오리지널리티 집중
과제도 뚜렷하다. K뷰티 전반이 B2B 위주의 양적 성장을 지나 B2C 채널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질적 성장의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것이 최대 숙제다. 최근 업계 전반에 PDRN 등 특정 원료 열풍이 불고 있지만, 토코보는 이를 무작정 따라가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하는 뻔한 흐름을 좇는 대신 토코보스러운 재해석이 불가능하다면 과감히 출시를 미룬다. 결국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토코보만의 뾰족한 개성을 유지하며 생명력이 긴 글로벌 브랜드로 연착륙하는 것이 향후 기업 가치를 좌우할 전망이다. 다음은 이병훈 토코보 대표 일문일답.

Q. 남미 시장(멕시코, 칠레 등) 현지 H&B 스토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출시 당시 전 세계 대륙에 제품 체험 마케팅을 동시에 돌렸다. 단순히 좋아요 숫자가 아니라 소비자 반응의 질을 분석한 결과 남미가 가장 뜨거웠다. 유럽(CPNP)과 달리 남미는 국가별 개별 인증이 필요해 진입에만 6~7개월이 걸리고 관세와 물류비도 높다. 다른 K뷰티 빅 브랜드들이 진출을 유보할 때, 우리는 선진 시장보다 위험도는 높지만 선점할 기회가 있는 새로운 대륙에 먼저 도전한 것이 통했다.

Q. 유통 파트너 실리콘투, 그리고 사모펀드(오션프론트파트너스) 인수 등 변화가 컸다.

해외 바이어와 가장 효율적으로 만날 방법을 찾다 다년간 유통 경험을 보유한 실리콘투와 해외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들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 B2B·B2C 벤더의 관심으로 이어져 해외 오프라인 입점을 가속했다. 작년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는 재무적인 지원은 물론, 재무 관리와 영업·마케팅 역할이 명확히 구분됐다. 대표로서 브랜딩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선블록 등 여름 겨냥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토코보(토코보 제공)
Q. 클린뷰티, 비건 등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브랜드로서 끊임없이 새로움(Newness)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대다수 브랜드가 PDRN 성분 제품을 앞다투어 낸다. 검색량 1위 키워드라 놓치고 싶지 않은 유혹도 있지만, ‘토코보로 재해석하지 못한 제품’은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 남이 한다고 나도 하면 결국 뻔한 흐름이 된다. 건전한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오직 토코보스러운 제품, 디자인, 마케팅으로만 다가간다는 것이 원칙이다.

Q. 3~~5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토코보가 어떤 뷰티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한국은 훌륭한 제조 기반, 매년 쏟아지는 수만 개의 신생 브랜드, 강력한 K콘텐츠 DNA, 그리고 꼼꼼한 소비자의 리뷰까지 브랜드가 성장하기에 완벽한 토양을 갖췄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솝(Aesop)처럼 확실한 색깔을 가진 의미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탄생할 때다. 2~~3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정말 뾰족한 브랜딩으로 인정받은 K뷰티가 언급될 때, 그 이름이 토코보가 되기를 기대하며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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