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리거> 김남길, "총을 내려놓는 선택, 그게 진짜 결말이죠"

김남길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에서 김남길은 불법 총기 확산이라는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 인물 ‘이도’를 연기했다. 평생 총을 잡아 온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지만, 이번엔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내려놓는 선택을 한다. 혼돈에 빠진 사회 속에서 총을 쏘는 사람보다 내려놓는 사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트리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내느냐”는 질문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자, 김남길이 매력을 느낀 이유였다.

그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한국이라는 배경이 주는 현실성을 놓치지 않았다. “해외에는 총기가 합법인 나라가 많지만,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예요. 인구 절반이 군 복무를 마쳐 총을 다룰 수 있는 나라죠. 어릴 때부터 게임으로 총기를 접한 세대도 많고요. 이런 나라에서 총이 불법으로 풀린다면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그 혼돈과 해결 과정을 풀어내는 설정이 참신했어요” 이도가 어린 시절 총과 얽힌 트라우마를 겪었으면서도 UDT에 입대하는 것이 아이러니해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부모를 죽인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아이가, ‘나쁜 사람을 죽이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특수부대에 들어간 거죠. 하지만 어린아이를 사살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내가 믿었던 정의가 맞나 의문이 들었을 거예요. 그때부터 총을 내려놓고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방법을 찾으려 했을거예요”

<트리거>

그래서 그는 이도의 액션을 설계할 때 ‘절제’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다. 총을 잡는 사람들의 사연이 감정이입될 수 있도록, 또 총기 사용이 미화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았다. “고시원 장면에서도 사살 대신 맨몸 제압을 선택했고, 경찰서 신도 게릴라전처럼 만들었죠. 반대로 후반부 군인들과의 전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맥락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적인 살상을 넣었어요” 총기 조립 장면의 비하인드도 흥미롭다. “군대 경험이 있으니 어렵지 않았어요. 촬영 전 10분 정도 옆에서 보고 반복 연습했죠. 다만 ‘멋 부리는 액션’은 피하고 싶었다”며 원래 경찰서 장면은 ‘난도질 콘셉트’였지만, 그는 방어적 액션으로 방향을 틀자고 제안했다.

고시원 액션은 한국적인 공간이 주는 특수성을 살린 시퀀스였다. 외국 관객에게 생소한 이 공간을 미로처럼 활용해 숨고 빠지는 리듬을 만들고, 불을 꺼 공포감을 조성했다. 문을 여닫으며 시야를 가리는 디테일, 총알 수를 계산하는 설정도 있었지만 복잡해 보여 대사로 정리했다. 김남길은 “낯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이 작품의 주제를 더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는 “내 아이디어를 강조하지 않는다”며 “다 같이 만드는 거죠. 총격 장면에서 피해를 직접 보여줄지 말지, 인물의 시선 위치 등을 두고 많이 토론했어요. 판타지라도 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중요했거든요” 총기 견착 자세도 특수부대 기본기를 익힌 뒤 자신에게 맞게 변형했다. 바이크 장면은 “평소 타던 방식에서 드라마적 속도감을 더했다”고 했다.

촬영 시기와 맞물려 실제 총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판타지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따라 하면 어떡하나 두렵기도 했죠. 그래서 과도한 홍보보다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어요”

작품의 결말이 다소 교훈적이라는 반응에 대해서는 “누구나 트리거를 갖고 있지만, 총을 내려놓는 선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가 개입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했어요. 다음 세대를 위해 위험한 도구는 없는 게 좋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주고 싶었죠”

액션 장르의 베테랑답게 김선웅 무술 감독이 ‘액션 제일 잘 하는 배우’로 꼽았지만, 이번에는 몸을 아꼈다며 웃었다. “예전엔 ‘내가 뛸 수 있다’며 직접 다 했는데, 화면을 보니 기린이 뛰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요즘은 반복 합으로 안전하게 갑니다”

최근 ‘수다쟁이’ 이미지가 굳었다는 말에 그는 웃으며 “이게 다 윤경호·주지훈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억측도 있지만, 저는 사람을 좋아해서 낯선 사람과도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죠” 실제로 그는 대담집을 낸 인터뷰어로서도 활동한 적이 있어,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많다. “형식적인 질문에서 출발하더라도, 편안해지면 속이야기가 나와요. 질문은 궁금증을 채우기도 하지만, 내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2021년 “필모가 부족하다”고 말했던 그는 지금도 부족함을 느낀다. “배우는 많이 할수록 늡니다. 다만 소모가 크고 예민해지기도 해서, 쉬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쉬고 나니 부족한 점이 보였고, 그게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해요”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다음 캐릭터를 위한 준비다. “짧을 때보다 긴 머리가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더 도움이 돼요. 이왕 기른 거,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