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국민제보' 앱, 이런 점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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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라 기자]
올해 초, 횡단보도를 건너다 초록불에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경상으로 끝났지만 아직까지 뇌진탕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 후로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갑자기 오토바이가 달려드는 건 아닐까 싶어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실제로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는 오토바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인도를 당당히 달려오는 오토바이도 심심찮게 만난다. 목청 높여 훈계의 외침을 던져 보지만 운전자는 나를 흘긋 보고 가던 길을 갈 뿐이다.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동네 횡단보도에 서서 지나는 차량들을 지켜본 결과 30분 만에 5대의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했다. 몇 대 지나가지 않은 승용차의 정지선 위반이나 불법유턴, 인도 주차도 총 4건이었다. 통행량이 많은 곳은 보는 눈이 많아 덜 할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사거리를 차선도 없이 종횡무진하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교통문화를 바꾸려면 지역사회 구성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황 개선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륜차의 경우 이윤 확대를 최우선 목표으로 하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정책과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도 얽혀 있지만, 그렇다고 법규 위반 문제를 당연시할 수는 없다.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민 신고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
앱 실행하니 '버벅'... 이걸로 어떻게 신고하나요
▲ 스마트국민제보 앱을 이용한 국민신고를 독려하는 현수막 |
ⓒ 김나라 |
한 이용자(ddd Seo)는 "여기서 신고하려면 위법 상황 발견하는 즉시 시간 정지 초능력 사용한 뒤 동영상 타임랩스 설정해서 찍어야 신고할 수 있다. 얼마나 재빠른 사람이어야 급박한 와중에 신고 어플 카메라 찾아 켜서 찍을 수 있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관리자 측에서는 휴대폰 바탕화면에서 바로 카메라를 실행해 촬영이 가능하도록 '위젯 기능'을 권한다. 나는 휴대폰 길을 걸을 때 아예 카메라를 실행한 채로 걷기도 했다. 그러나 오토바이와 신호등 상태를 동시에 영상에 담지 못하는 등 많은 경우에 "제보해주신 영상 중 피신고차량의 위반사실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폰 촬영을 통한 신고는 기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촬영에 성공해도 확대해 보면 번호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거리가 멀었거나, 차량이 이동중이라 번짐 효과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거기에 스마트 국민제보 앱의 성능이 좋지 않아 신고 과정이 한층 어렵다. 지난 9월 28일에 앱이 업데이트됐지만 기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평점은 개선 전보다 0.1점이 오른 2.3에 불과하다.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더라도 이용자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경찰 입장에서는 주는 도움도 받지 못하는 셈이 된다.
시민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먼저 앱의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 신고를 하려면 앱에 로그인한 뒤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위반항목, 위반장소, 위반위치, 신고내용, 발생일자와 시각, 차량번호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현재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중 업로드가 멈추거나 지도선택 창과 파일 업로드 창이 나타나지 않는 등 오류가 매우 잦은 상태다.
▲ 스마트국민제보앱의 평점은 2.3점. 개선을 요구하는 이용자 의견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
ⓒ 경찰청 |
(참고로 'Time stamp photo and video' 앱을 함께 이용하면 수월하다. 일반 카메라 기능으로 촬영한 뒤 위 앱에서 해당 사진 또는 영상을 열어 '날짜/시간 추가' 버튼을 누르면 촬영 일시가 기록되어 따로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한 사진이나 영상을 '스마트국민제보' 앱에서 불러오면 된다.)
이를 모르고 신고했다가 반려되는 사람이 많아, 앱을 개선한 후에는 영상매체에 연·월·일·시·분이 나타나 있는지 확인할 것 등 '영상매체 인정기준'을 알리는 공지가 뜬다. 하지만 신고 앱을 이용하지 않고 촬영한 영상매체에 촬영 일시를 어떻게 표시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신고 자체를 포기하기 쉽다. 다른 카메라 기능으로 촬영한 경우에도 앱에서 사진과 동영상 파일의 '세부 정보'에 나오는 일시를 인식해서 자동 반영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 관점의 시민 신고 활성화
참여 동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륜차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2020년부터 '교통안전 공익제보단'을 모집해 신고자에게 포상하고 있는데, 2021년에는 5천여 명을 모집했다. 참여 시민은 '스마트 국민제보'와 '국민신문고' 앱을 이용해 이륜차 법규 위반 행위를 신고하고 월 최대 20건, 법규의 갈래에 따라 건당 4천~8천원의 신고 포상금을 받는다. 그런데 제보단만이 아니라 시민 누구라도 신고 요건을 모두 갖추어 신고한 경우 '지역사회의 혜택'을 받는 제도를 신설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건당 최소 300~500원이라도 마일리지를 부여해 시내 대중교통 이용 시 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운전자 따로, 신고자 따로가 아니라 운전자가 신고자가 되면 스스로 교통안전의식이 높아진다. 이런 제도를 갖춘 뒤 신고 활동을 적극 홍보한다면 시민 참여는 자연히 늘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오르는 만큼 교통질서와 도시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법주행 오토바이 신고를 주요 콘텐츠로 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는 불법주행이 심각하던 장소에서 꾸준히 신고를 한 뒤 모든 오토바이가 신호와 정지선 등 모든 법규를 정확히 준수하게 된 모습들이 담겨 있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21만명이 넘는데, 평소 오토바이 불법주행으로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유튜버의 끈기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고 신고 요령을 배우기도 한다.
단속 인력은 부족하고, 이륜차는 전면 번호판이 없는 만큼 무인카메라로도 단속이 쉽지 않다. 차량을 인식하는 AI 카메라가 대안이 된다고 하지만 언제 도입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 신고는 좋은 대안이다. '스마트 시민제보' 정책이 개선되고 활성화되어 마음 놓고 거리를 걷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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