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닥에 누워 외친 생존의 의지... 강남역 10년, 여성들이 다시 일어섰다

서울여성회 2026. 4. 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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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샤로수길·노원역 거쳐 전국 19개 지역 순회... "더 이상 여성을 죽이지 마라"

[서울여성회]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지난 주말, 서울의 번화한 거리 위로 여성들이 하나둘 바닥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여성폭력을 해결하라"고 외쳤다. 이는 다가오는 5월 17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발생 10년을 앞두고 여전히 만연한 여성폭력 현실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아래 페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다.

페미연대는 지난 3월 28일 샤로수길(5차), 3월 29일 노원역(6차)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하며 시민들과 만났다. 이날 관악과 노원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여성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이들은 "내가 사는 공간에서부터 안전을 되찾고 싶다"며 주변 여성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보다 안전한 세상을 전하고 싶다며 임신 중인 몸으로 바닥에 누운 참가자부터 10년 전 강남역에 붙였던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메시지를 기억하며 참여한 이들까지 다양한 사연이 이어졌다. 현장에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2016년 강남역부터 2026년 대한민국까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사건은 여성들에게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공포와 문제의식을 남겼다. 그 날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3년 8월, 서울시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출근하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성폭행 목적임을 밝혔음에도 경찰이 당시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면서, 범죄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10년 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가해자가 범행 동기와 관련해 여성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음에도, 수사당국과 일부 언론은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사건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며 문제 제기에 나섰고, 신림동 등산로 등에서 추모와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페미연대는 이번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이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여성폭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거리 위에 누워 피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뒤 다시 일어나 구호를 외치며, 연대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10년 전 강남역에 남겨졌던 메시지를 기억하며, 여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세대를 잇는 목소리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지난 3월 28일과 29일, 서울 곳곳에서 이어진 발언들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의지를 담고 있었다.
서울여성회 윤미영 사무처장은 "파트너 폭력에 위협받는 현실에 절망하기보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섰다"며 안전한 세상을 향한 동참을 호소했다. 10년 전 대학생이었던 시민 유은비씨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을 보며 출근길조차 안전할 수 없다는 절망을 느꼈지만, 이제 공포 속 침묵 대신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선택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현장에서는 대학생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달'의 김남우씨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경향이 일부 사회적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중학생이었던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고려대학교 지회장 최수인씨는 "앞서 활동한 페미니스트들의 노력과 발언을 통해 강남역 사건을 알게 되었다"며 자신에게 용기를 내어 여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해준 친구들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더 이상 주변의 여성들을 잃고 싶지 않기에, 서로를 지키고 서로의 용기가 되자"고 호소했다.

3월 29일 노원에서는 일상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원여성회 박미경 회장은 "여성이 일상을 끊임없이 조정하며 위험을 피해야 하는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며 "광장의 혁명을 이제 일상의 변화로 이어가자"고 촉구했다.

노원인권자람의 조혜림 추진위원과 함께노원 이지희 공동대표는 "두 딸의 엄마로서, 그리고 밤길을 걸으며 느꼈던 불안을 겪어온 여성으로서, 이 익숙한 공포를 끊어내는 것이 10주기 추모의 핵심"이라며 여성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노원공동행동의 용순옥 공동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가정폭력과 직장 내 차별 사례를 언급하며 "남성 중심적인 재판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성평등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페대연 정서윤 서울여대 지회장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최근 남양주 여성 살해사건 등을 언급하며 "더 이상 혼자 슬퍼하는 데 머무르지 말자"며 여성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의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 페미연대
전국 19차 전국 순회, "기억을 행동으로"

페미연대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추모행동,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공동행동,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등 과정을 거쳐 결성되었으며, 50여 단체와 100여 명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를 모집 중이며, 지금까지 약 2200여 명의 여성이 서명하며 높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인 5월 17일까지 활동은 멈추지 않는다. 오는 4월 5일 용산역 광장(7차)과 건대입구역(8차)을 시작으로, 총 19회에 걸친 전국 순회 다이인이 이어진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대전, 대구, 목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릴레이 토론회와 집중행동을 진행하며, 여성폭력 현실을 알릴 예정이다.

이 대장정의 마침표는 5월 17일 강남역 현장에서 찍는다. 이날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를 개최하고, 전국에서 모인 여성선언 결과를 발표하며 성평등 사회를 향한 진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성선언 및 집중행동 참여하기: https://tr.ee/remember0517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와 함께하기 : https://tr.ee/fY0m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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