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멀쩡한 출입구를 왜?' 9호선 동작역에 15년 째 방치된 '유령 출입구'
[땅집고] “출입구 하나 만드는데 40억 정도가 드는데, 이 돈을 낭비하고선 나몰라라 하고…”
서울 동작구 동작동에 2009년 개통한 지하철 9호선 동작역. 출구가 총 6개 만들어졌는데,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국립서울현충원 서북쪽 방향으로 나 있는 곳이 몇 번 출구인지 번호도 매겨지지 않은 채 철문이 굳게 닫혀있는 것.
이 출입구는 9호선이 개통한지 15년째인데도 사람이 드나든 역사가 한 번도 없는 이른바 ‘유령 출입구’로 남아 있다. 사용도 하지 않을 출입구를 만들어둔 이유가 대체 뭘까.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은 국립서울현충원을 끼고 있다. 매년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이면 현충일 행사를 비롯해 유가족들이 하루에도 수만명씩 방문하곤 한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동작역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상 출입구를 한 곳 더 만들어둔 것이다.
하지만 동작역 개통 후 15년이 되도록 비상 출입구가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노선 및 역사 기본설계 과정에서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동작역 비상 출입구를) 설계할 때는 현충원에 혼잡으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우려해 만들었는데, 설치 후 운영 중에서는 그렇게 혼잡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아니면 지상이나 통로 등으로 (동작용 이용객들) 수용이 다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투입 (비용) 대비 이용객이 있는지 판단할 때는 전체 지하철 이용객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동작역 몇 번 출구 이런 부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세금으로 만들어뒀는데도 버려진 동작역 비상 출입구에 대해 최민규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하철 역사 하나를 설치하는 데는 800억원, 출입구 하나를 설치하는 데는 40억원 정도 든다”며 “이 돈을 15년 동안 그냥 낭비하고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지난해 9월 열린 제 32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도 “방치된 출입구에 관한 문제 제기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지만, 관련 부서들은 서로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다”며 “시장님과 관련 공무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여 앞으로 방치되고 있는 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동작역 비상 출입구를 활용한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지하철 9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측은 언론에 “비상출입구가 있는 지역에 아파트가 생기거나 추후 개발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지금 당장 개통을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장기적으로 검토를 해야 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