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 지났는데…"얼음정수기 디자인 베꼈다" 싸늘한 소송전
장기전 전망…2014년 소송도 아직까지 이어져
‘얼음정수기’를 둘러싼 렌털업계의 디자인 분쟁이 불거졌다. 코웨이가 얼음정수기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IP)을 놓고 여러 업체를 상대로 소송 제기 및 경고장을 송부하면서다. 다만 타사들도 디자인권 획득 등을 근거로 반박하고 있어 공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쟁 핵심은 외관 디자인
코웨이는 지난 23일 교원 웰스를 상대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 판매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주요 내용에는 ‘디자인권 침해 금지’, ‘부정경쟁행위 금지’, ‘특허권 침해 금지’ 등이 포함됐다.
분쟁의 핵심은 얼음정수기 ‘외관’이다. 코웨이는 2022년 6월 각진 형상을 강조한 ‘아이콘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상하부로 나뉜 직육면체 2개가 결합한 듯한 형태가 특징이다. 해당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은 같은 해 3월에 출원해 특허청 심사를 거쳐 지난해 2월에 등록 완료됐다.
코웨이는 교원 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가 전체적으로 자사 제품과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모서리 길이, 전면부 버튼 및 디스플레이 배치, 사틴 글라스 느낌의 전면부 마감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모서리 길이의 경우 코웨이 제품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40㎜, 473㎜, 465㎜이고, 교원 웰스 아이스원 얼음정수기는 각각 230㎜, 480㎜, 470㎜다. 이준석 코웨이 IP팀장은 “그간 업계 1등 기업으로서 지식재산권 분쟁을 자제해 왔으나 공정한 경쟁의 가치 확산을 통한 시장 성장을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교원 웰스는 아이스원 얼음정수기의 디자인적 특징과 디자인권 획득 등을 근거로 코웨이에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의 외관 중 가장 큰 특징은 ‘3도 경사면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교원 웰스 측은 “사용자의 시선에 맞춰 디스플레이를 3도 기울여 시각적인 편안함과 디자인 차별성을 높였다”며 “전면 분할 구성을 봤을 때도 조작부와 출수부를 가로선을 이용해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단 출수부에는 반투명 재질의 분리형 커버를 적용했고, 전면 아이콘은 온수·정수·냉수·용량 등 네 가지 기능키만 배치한 채 우측 상단에 설정 아이콘을 넣어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는 게 교원 웰스의 입장이다.
지난해 9월 특허청에 출원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 디자인은 심사를 거쳐 지난달 12일 최종 등록이 완료됐다. 이로써 교원 웰스는 아이스원 얼음정수기 디자인권을 확보하게 됐다. 교원 웰스 측은 “이미 특허청으로부터 디자인권을 인정받은 아이스원에 대한 무의미한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공방 장기화 되나
코웨이는 지난달 쿠쿠홈시스 ‘제로100 슬림 얼음정수기’, 이번 달 청호나이스 ‘아이스트리’에 대해 각각 디자인 및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경고장을 발송했다. 다만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 또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호나이스의 경우 연구소와 법무팀에서 대응을 검토하는 중이다. 특히 청호나이스 아이스트리는 변리사 등 전문가를 통한 디자인 검수를 한데다 특허청 디자인권까지 획득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가 ‘침해 사실을 인정 못한다’는 답변을 보낸다면 코웨이는 교원 웰스처럼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법정 공방이 시작될 경우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2013년에도 동양매직(현 SK매직)의 ‘나노미니 정수기’가 자사의 ‘한뼘 정수기’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당시 코웨이는 한뼘 정수기 중앙부에 ‘디귿’(ㄷ)자 모양으로 된 디자인을 동양매직이 무단 적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5년에야 동양매직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2014년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얼음정수기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 정수 시스템 및 장치’ 특허를 보유한 청호나이스는 코웨이가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오랜 시간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경우 시간이나 인적 자원 및 비용 소비 등으로 모두에게 소모적일 수 있다”며 “적당한 선에서 회사 간 합의를 통해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얼음정수기 시장
코웨이의 이번 소송 제기 및 경고장 송부를 놓고 ‘시장 분위기 쇄신 차원’일 것이라는 업계 의견도 나온다. 얼음정수기 시장이 매년 커지는 추세인 가운데 ‘코웨이가 업계 1위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LG전자라는 대기업이 지난달 얼음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의 올해 4~7월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교원 웰스 또한 4~8월 얼음정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얼음정수기 판매 비중도 8%에서 18%로 2배 이상 늘었다.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경우 냉장고나 워시타워, TV 등 대다수 큰 틀에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정수기도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디자인이 특출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코웨이 측에서도 유사한 이미지의 제품을 놔두면 점점 커지는 얼음정수기 시장 경쟁에서 장기적으로 손해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 및 경고장은 시장을 견제하고 타사에 경고하기 위한 제스처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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