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계에서 오컬트 장르의 저변을 넓힌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로 이어지는 ‘오컬트 3연타’를 성공시키고, 〈파묘〉로 마침내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이다. 탁월한 연출력과 철저한 조사, 종교·민속·문헌을 아우르는 집요한 리서치로 유명한 그는 “한국에서 오컬트를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개척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런데 이 뛰어난 감독에게 단 하나, 도무지 발전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작품 제목을 짓는 것. 장재현 감독의 팬들이 “제발 제목만은 지인에게 맡겨라”고 외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세 작품 모두 ‘충격적인’(혹은 ‘경악스러운’) 가제를 거쳐 지금의 제목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
원래 제목은 〈검은 돼지〉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은 500만 관객을 넘기며 장재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런데 처음 가제는 무려 <검은 돼지>였다. 아마도 작품 속에서 악령을 돼지에 봉인하면 검게 변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감독 본인에게는 논리적인 제목이었을지 몰라도, 대중과 투자사 기준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주변 동료들의 반대와 조언으로 현재의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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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처음 이름은 〈고스트〉?

두 번째 작품 〈사바하〉는 감독의 작가주의적 면모가 가장 강하게 드러난 영화다. 불교적 상징, 종교 신화, 괴이한 사건이 얽힌 복잡한 서사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지금도 깊게 파고드는 팬층이 탄탄하다.

그러나 이 작품도 뭔가 갸우뚱하는 제목이 처음에 불렸다니 그건 바로 <고스트>다. 오컬트 영화라는데 <사랑과 영혼>(Ghost)의 절절함이 떠오르기까지 하다니, 종교적 메시지와 한국 토속 신앙, 미스터리 스릴러가 모두 결합된 작품의 결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지인들의 만류로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는 불교용어 〈사바하〉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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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파묘〉
가제는 〈한국의 미이라〉

2024년을 강타하며 한국 공포·오컬트 영화 최초 천만을 기록한 〈파묘〉. 이 영화의 초기 제목은 〈한국의 미이라〉였다.

장재현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미이라 관련 문헌과 사례를 가장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한국 고유의 장례문화 때문에 실제로 의도치 않은 미이라가 종종 발견된다는 점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라지만, 오컬트 스릴러를 기다리던 관객에게는 너무 곧장 ‘스포일러 같은 제목’이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 제목은 절대 안 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고, 결국 ‘파묘’라는 간결하고 강렬한 제목으로 수정됐다.
- 감독
- 출연
- 김민준,김병오,전진기,박정자,박지일,이종구,이영란,정상철,김지안,김태준,김서현,고춘자,최문경,김선영,이다윗,김소숙,정윤하,홍서준,김희상,장재현,권지용,박형진,이모개,이성환,정병진,김태성,서성경,정인철,박준용,유청,최윤선,이은주,황효균,이희은,곽태용,구종률,김병인,도광일,도광섭,김신철,손승현,정윤헌,문광식
-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