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은 공연처럼" '피가로의 결혼' 리허설 오픈데이

이채훈 2025. 11. 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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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감상과 제작 과정 견학 일거양득... 좋은 기회 늘려갔으면

[이채훈 기자]

지난 21일 오후 3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드레스 리허설이 시작됐다. '2025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한 노블오페라단이 마련한 '리허설 오픈데이'는 신선했다. 전문 예술 단체와 일반 애호가 사이의 접촉면을 늘리면서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디어였다.

관객들로서는 1만원의 큰 부담 없는 티켓으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출자, 출연자, 스태프,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만들어 나가는지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은 1층 650석, 2층 200석, 도합 850석 규모인데,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2층 객석만 오픈했다. 눈짐작으로 2층의 약 절반 정도인 100명 가량의 관객이 드레스 리허설을 지켜보았다.

"공연은 연습처럼, 연습은 공연처럼"
 <피가로의 결혼> 커튼콜.
ⓒ 이채훈
무대와 오케스트라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22일 막이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점검해서 완벽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자리였다. 관객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티스트들에게 좋은 효과를 낳았다. "공연은 연습처럼, 연습은 공연처럼" 하라는 격언이 관객 덕분에 저절로 이뤄진 것이다. 관객의 존재는 드레스 리허설 무대에 긴장감을 더해 주었고, 관객들의 박수는 출연자와 스태프들에게 격려가 되었다.

정민 지휘 뉴서울 필하모닉이 바탕을 깔아 주고, 피가로의 바리톤 최병혁, 수잔나의 소프라노 이동민 등 성악가들이 자기몫을 다하며 리허설에 임했다. 출연자들의 연기와 동선은 다듬을 부분이 꽤 많아 보였다. 연출자 김숙영을 중심으로 무대위 액션을 다듬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

<피가로의 결혼>은 원래 공연 시간이 3시간을 넘는 4막 오페라인데, 이번 공연은 약 2시간 분량의 2막 오페라로 줄였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을 위해서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초연 때 대본 작가 다폰테도 브로셔 서문에서 "작품이 너무 길어서 송구스럽다"며 "새로운 작품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페라를 줄이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피가로와 수잔나의 레치타티보(간단한 선율로 대사를 노래하는 부분)를 대폭 생략했는데, 통상적인 연출에 더해서 원작에서 잘라낸 부분을 최대한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게 큰 과제였다. 일부 출연자들은 동선이 몸에 익지 않아서 액션이 어색한 지점이 있었고 그때마다 음악까지 덩달아 산만해졌다. 단 하루 만에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연출자의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았다. 한번 끊어갈 때마다 액션과 노래는 물론 오케스트라 음악, 심지어 자막까지 모두 다시 해야 하는 엄청난 조직적 작업이라는 걸 관객들은 실감할 수 있었다.

1막이 끝나자 연출자 김숙영은 마이크를 잡고, "한번에 죽 가지 않고 끊어 가는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제작 과정을 흥미 있게 이해하시는 데 도움을 드리려는 것"이라고 밝히는 여유를 보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연출도 일부 있긴 했다. 레치타티보를 많이 줄이다보니 스토리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고 노래에서 노래로 쉼 없이 연결되니까 숨 가쁜 느낌이 들었다. 레치타티보를 반주할 하프시코드가 있으니 꼭 필요한 대사는 살려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2막 케루비노를 여장시키는 장면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인데 통째로 생략해서 아쉬웠다. 수잔나는 4막 아리아를 부를 때 교태를 부렸는데 비제 <카르멘>의 '하바네라' 같은 느낌이어서 수잔나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연출 자체에 대한 의견보다는 완벽한 프로덕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겠다.

3막 후반부, 4막 후반부로 가면서 오케스트라가 확실히 페이스를 되찾자 전체 음악도 활기와 조화를 회복했다. 연습을 더 하면 그만큼 더 좋아질 거라는 증거였다. 아무래도 연기와 동선 처리는 리허설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연출자 김숙영은 "내일 공연 전에 (연출자의 지시를 적은) 노트를 나눠드리겠다"고 밝혔다. 모든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완벽한 공연을 이루자는 뜻으로 읽혔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공연 단체들은 '오픈 리허설'(Open Rehearsal) 또는 '공공 리허설'(Public Rehearsal)이란 이름으로 최종 리허설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공개한다. 관객들에게 클래식의 장벽을 낮추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바우의 '드레스 리허설'(Dress Rehearsal)처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서울시향이 관객들을 초청하여 진행한 '리허설룸 콘서트'나 유니버설발레단이 <지젤>의 드레스 리허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개한 선례가 있긴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예술 단체처럼 지속적이고 안정된 프로그램으로 정착 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블오페라단(단장 신선섭)과 강동문화재단(대표 김영호)이 협력하여 마련한 '리허설 오픈 데이'는 다른 예술단체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립' 또는 '시립' 타이틀을 갖고 있는 예술 단체들이 공공 마인드를 발휘하여 이런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문화투데이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클래식 연구가로, <모차르트 평전>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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