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최동석, 둘 다 잘못했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박지윤과 최동석 관련 이슈로 떠들썩하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0월에 두 사람이 이혼 절차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져 매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그 이후 계속해서 이슈가 이어졌다. 최근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이 공개된 후 이슈가 더 뜨거워졌다.
두 사람의 이혼 이슈가 무려 1년간이나 세인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왜 두 사람의 사적 다툼을 온 세상에 대고 떠드느냐고 꾸짖는 목소리가 커진다. 박지윤, 최동석 두 사람이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비판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사람들은 최근 알려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박지윤 측에서 공개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박지윤과 최동석을 비판한다. 자녀도 있는 부부가 어떻게 그렇게 상대의 온갖 사적인 치부를 다 드러낼 수 있는가라는 보도들이 나왔다.
가장 최근엔 두 사람이 자녀 앞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부분도 비판 대상이 됐다. 박지윤이 최동석에게 “애 앞에서 ‘네 엄마가 다른 남자한테 꼬리를 쳤어’라고 하는 건 훈육이야? 양육이야?”라며 따지니 최동석이 “팩트”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지윤은 “그건 폭력이야. 정서적 폭력. 그러면 내가 다 아이 앞에서 얘기할까? ‘너희 아빠가 나 겁탈하려고 했다. 성폭행하려고 했다’”. 이에 최동석이 “왜? 그건 부부끼리 그럴 수 있는 거야”라고 맞서자 박지윤은 “부부끼리도 성폭행이 성립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 누리꾼이 두 사람 대화에서 나타난 ‘부부 성폭행’ 의혹에 대해 경찰 고발했다고 한다.
이런 속에서, 부부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온갖 잡음이 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두 사람을 질타하는 보도들이 나오는 것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이제 두 사람 다 조용하라고들 권한다. 이런 태도는 정당한 것일까?
세상에서 제일 편한 게 양비론이다. 싸우고 있는 양 측에 둘 다 잘못했으니 이제 그만 싸우라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았으니 마치 공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공평한 태도일까?
사건 내용에 따라 다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엔 이슈를 만든 게 최동석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처음 이혼 사실이 알려졌을 때 잉꼬 부부라던 박지윤, 최동석이 헤어진다고 하자 당연히 큰 이슈가 터졌다. 우리 사회는 이럴 때 꼭 유책 배우자가 누구인지를 색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에 온갖 말들이 퍼졌다.
당시 최동석이 “저희 부부를 두고 많은 억측과 허위사실이 돌아 이를 바로잡고 일부의 자제를 촉구한다”며 “마치 아내의 귀책인 것처럼 조작되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하며 이런 억측이 계속된다면 강경 대응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올리는 등 루머에 대한 경계가 나오며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동석이 그 후 SNS에 계속 의미심장한 게시물들을 올리며 일을 키웠다. 최동석이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지만 그의 게시물들로 인해 박지윤이 불륜적 행위를 한 유책배우자이고 가정을 외면한 채 사치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추측이 초래됐다.
박지윤은 가만히 있는데 최동석은 SNS에 계속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이러면 계속 말을 하는 사람이 억울한 사람이고, 가만히 있는 쪽은 뭔가 켕기는 게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최동석이 “살면서 후회스러운 것 중 하나는 상대가 반박불가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나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올린 글은 박지윤이 ‘반박불가의 잘못’을 저질렀다는 추측을 낳았고, 최동석이 ‘바람피운 여자에게 절대로 돌아가지마’라는 글귀가 담긴 영상을 공유한 것은 박지윤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추측을 나았다.
박지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그녀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을 뿐 최동석과 시비를 다투진 않았다. 그 직후 최동석은 “사람은 두려우면 말이 길어진다”고 올렸다. 이는 박지윤의 잘못이 너무나 커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박을 못하고 원론적인 말만 했다는 인식을 초래했다.
이런 식의 과정을 통해 연예인인 박지윤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손상됐다. 원상복구가 가능할지 의심이 될 정도다. 박지윤이 반박하지 않으면 루머들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번에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이것이 정말 박지윤 측에서 공개한 건지는 확인이 돼야겠지만, 어쨌든 박지윤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반박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최동석의 공격이 그간 이어졌고 그에 대해 방어를 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이럴 때 두 사람 모두를 비판하면서 입을 다물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최동석 편을 드는 것이다. 최동석이 그동안 많은 공격을 했는데 그에 대한 박지윤의 방어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지윤이 최동석의 부당한 공격에 당한 거라면, 둘 다 똑 같으니 조용히 하라는 언론의 훈계는 박지윤을 향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둘 다 똑 같다는 말은 양측이 똑 같이 공격행위를 하며 난타전을 벌였을 때 해당되는 말이다. 이번 사건은 최동석이 일방적으로 공격해 일을 키웠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양비론보다는 최동석에게 뭘 근거로 박지윤이 가족을 외면하고 불륜과 사치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느낌을 받도록 이야기했느냐고 물어야 한다. 둘 중의 누구라도 부당하게 피해를 당했다면 언론이 누명을 벗겨줘야지 침묵을 강요해 누명을 기정사실로 만들면 안 된다.
두 사람이 과도하게 일을 키운다는 프레임이 퍼지다보니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사람이 아이 앞에서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그 대화록을 잘 보면 박지윤이 최동석에게 아이 앞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박지윤이 한 말은 아이 앞에서 한 게 아니라 최동석에게 한 말인 것 같다. 그러므로 이걸 가지고 두 사람이 모두 아이 앞에서 부적절한 대화를 나눈 철없는 이들이라고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두 사람이 그 대화 속 부부 성폭행 이슈를 법적 쟁점화하지 않았는데 제3자가 고발한 것도 과도하다.
물론 두 사람의 사적인 부분이 까발려지고 이슈가 되는 건 당연히 부적절하다. 다만 최동석이 먼저 장기간 공격하면서 박지윤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으니 그에 대한 방어권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조건 양비론을 적용하면 이런 사안의 특수성에 맞지 않게 된다. 다른 이슈에서도 언론이 기계적 양비론을 펼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양비론이 전가의 보도가 아님을, 그게 때론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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