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4주기] '신경영 정신' 절실해진 삼성, 새 방향성 내놓을까
JY, 추도식 이어 사장단과 오찬 전망…미래 청사진 제시할지 관심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아 삼성이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이을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선친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주문하며 세계 일류 삼성 토대를 닦은 것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주기를 기념해 새로운 삼성 방향성을 언급할 것이라는 기대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는 이 선대회장의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는 데 방점이 맞춰져있다. 추도식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일부 사장단이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릴 전망이다.
3년 전 1주기에는 수원 선영에서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추도식을 치렀으며 2주기에는 유족 외에 삼성그룹 경영진 300여명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3주기에는 이 회장과 현직 사장단 60여명이 추모식을 마친 뒤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었다.
앞서 고인 4주기를 기리기 위해 이재용 회장과 유족들은 전날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삼성 사장단,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행사 전 인재개발원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이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홍라희 전 리움 미술관장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을 찾기도 했다.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행사에 유가족인 이재용 회장과 홍 전 관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에도 이 회장은 작년처럼 추도식이 끝난 이후 용인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 자리에서 선친의 '신경영 선언'을 이을 메시지를 이 회장이 언급할지 주목한다.
현재 삼성전자 내 이익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가 밀리고 휴대폰과 가전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산업계는 재계 맏형 삼성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하자 시장은 술렁였다. 당시 주가는 5만원대로 내려앉았고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이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이례적인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갈등은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줄줄이 내놓으며 중국의 기술 자립 시도를 총력 저지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질세라 자국 기술력 확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내달 앞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반도체 전략을 대폭 손질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본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래 대비를 위한 먹거리 발굴 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처럼 커지는 위기론을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 호황기에도 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조직에 활력과 긴장을 끊임없이 불어넣었다. 1993년 푸랑크푸르트 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2022년 전자계열자 사장단 회의에서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 2012년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위대한 내일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1993년 '신경영 선언'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재까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도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삼성의 경영이념으로 남아있다.
이같은 선친의 뜻을 받들어 이 회장은 1주기 흉상 제막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2주기 추도식이 치러진 작년에는 사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선친의 도전 정신을 이어 받아 글로벌 네트워킹을 다지는 한편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국내외 사업장과 협력사, 해외 파트너사들을 수시로 오가며 현장을 직접 살피고,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바쁜 2년을 보냈다.
최근 방문한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에서는 AI(인공지능),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그간 '새로운 삼성' '도전'이라는 메세지를 던지며 광폭 행보를 이어왔던 것처럼 반도체, 모바일,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의 근원 경쟁력을 끌어올릴만한 방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중인 바이오, 로봇, AI 부문 역량 부문에서도 특별한 주문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차기 인수·합병(M&A)에도 한층 공을 들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 글로벌 각국이 반도체 기업 M&A에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공정(패키징)에서 활로를 모색하거나 로봇, AI, XR(확장현실) 등에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과 손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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