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전략]①"활황일 땐 인덱스…변동성 이기는 적립식 투자해야"
나이 들어갈수록 성장형→인컴형 비중 확대
"MZ, 하루라도 빨리 연금투자 시작하라"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 증시가 역대급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도 500조원으로 성장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재테크에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 상태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에 비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수익률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절반은 수익률이 연 2%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상위 10%는 평균 19.5%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하위 10%는 수익률이 0.5%에 그쳐 상위 10%와 하위 10%의 수익률이 40배가량 벌어졌다.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의 원칙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퇴직연금은 노후자산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아시아경제가 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 KB, NH투자, 신한투자, 키움증권 등 국내 7개 증권사의 연금 담당 임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제시한 연금투자의 핵심 전략은 자산배분과 적립식 투자였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본부 본부장은 "퇴직연금은 어디까지나 '노후자산'이기 때문에 베팅 전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직장에서 가지고 있는 현재 위치, 근로 기간 등을 감안해서 자산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표영대 키움증권 상무도 "퇴직연금은 단기 트레이딩이 아닌 수십 년의 장기 투자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지수 상승 기대감이 높은 장세일수록 과도한 집중 투자보다는 분산과 적립식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코스피가 1만선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퇴직연금에도 국내 증시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적절한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보니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안정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일정한 목표를 본인 성향에 맞춰서 정하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방법이 맞다"고 짚었다.
송상은 KB증권 연금그룹장도 "고점 우려 장세에서 연금 전략의 기본 원칙으로 타이밍 전략이 아니라 자산배분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시장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한 곳에 올인하는 전략은 연금의 구조와 불일치하다. 연금은 일시금이 아니라 분할 납입 장기 운용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증시가 강세를 보일수록 개별 업종이나 테마보다는 인덱스 위주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은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아지면서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집중화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증시 활황일수록 인덱스 위주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장세를 적극적인 투자 기회보다는 연금 자산을 리밸런싱하는 기회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재경 NH투자증권 채널솔루션부문 부사장은 "연금 투자는 장세에 민감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한국, 미국, 채권, 주식 등에 몇 프로씩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일년에 한 두 번씩 리밸런싱하는 게 좋다. 요즘 같은 장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꿀지 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투자 트렌드로는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꼽았다. 최근 가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군으로는 단연 ETF가 손꼽힌다. 최 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만 해도 올들어 순증의 80%를 차지하는 등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 비중이 확연히 커진 상태"라며 "이는 국내 증시 호황 속에 주식형 ETF 등에 대한 선호가 강화된데다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로 연금 자산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송 그룹장은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ETF·TDF 중심으로 분산·기동성·자동조정이 가능한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면서 "무조건 안전하거나 무조건 공격적인 상품보다는 ETF나 TDF처럼 분산이 돼 있고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상품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연령대별 다르게 투자전략을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젊을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은퇴까지 기간 많이 남아있는 20~30대 근로자의 경우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간적인 가능성, 계속되는 인컴(급여) 등 버틸 수 있는 부분 있어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40~50대로 넘어가게 되면 성장형 주식과 인컴형 자산의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인컴 자산을 늘려야 한다. 60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인출을 고민할 때로, 그 기간에도 절대로 원리금 보장으로 놔두지 않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유동성을 밑에 깔고 상단은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을 배치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대별로 개별 상품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성장형, 안정형(지수형), 인컴형(배당 다우존스) 등으로 자산배분을 짜놓고 그 안에서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그룹장은 "퇴직연금은 나이에 따라 '수익을 키우는 전략'에서 '수익을 지키고 꺼내쓰는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야 한다"면서 "20~30대는 시간을 자산으로 쓰는 구간으로 주식이나 주식형 ETF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고 40대는 글로벌 주식 ETF, 채권형 ETF, TDF, 중립형 디폴트옵션 등을 활용해 수익률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구조로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 50대는 지키는 전략으로 채권형·혼합형 ETF, 중립~안정형 디폴트옵션 등으로 큰 손실을 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투자는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세현 신한투자증권 신한프리미어연금사업본부 본부장은 "통상적으로 은퇴를 앞둔 50대에 들어가면서부터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지는데 젊은 세대가 관심갖고 일찍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당장 살 수 없지만 연금은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보다 연금을 미리 알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Z가 시장의 중심으로 갈수록 연금시장이 커지고 자본시장도 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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