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감독 류승완은 왜 붕어빵을 찍지 않았을까 [홍종선의 명장면⑱]
'베테랑2'(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 배급 CJ ENM)가 개봉 9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영화 '밀수'로 514만을 일궜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9년 전 개봉해 무려 1341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베테랑'의 후속편으로 영화는 공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고 호감도가 형성돼 있었다.
1편을 재미있게 본 만큼 2편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았던 상황. 개봉 후 관객에게는 예상치 못한, 제작진과 출연진에게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포털 네이버 기준 실관람객 평점 6.62, 9~10점을 준 관객이 36%로 가장 많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관객의 사랑과 박수를 받았던 류승완 감독에게는 아플 수밖에 없는 수치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2편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림길 앞에 서게 됐지만, 그래도 관객들은 감독 류승완과 배우 황정민 정해인 장윤주 정만식 등을 믿고 관람을 택했다. 100만 넘기도 어렵고 200만 넘으면 대성공이라는 극장가 가뭄의 시기에 또 다시 500만 고지애 올라섰고 흥행 기세는 진행 중이다.
관객의 전폭적 사랑과 언론의 호평, 흥행과 명예를 둘 다 잡지는 못 하는 현재는 왜 벌어졌을까. 류승완 감독은 과연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단언컨데, 감독 류승완은 모든 걸 예견했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걸 만들고 싶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선보이고 싶어 이런 선택을 했다.
제작사 대표나 특히 감독에게 혹평 속 흥행과 호평 속 흥행참패 중 어느 쪽이 나은지 악마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그들의 답은 무엇일까. '베테랑2'는 언론과 관객의 호평이 전무한 영화가 결코 아니고 흥행 성적은 매우 좋다. 충분히 행복한 상황이다.
그럼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 류승완 감독이라고 언제나 뜨거운 박수만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관람객 평점 좀 낮다고 부각시키려 함이 아니다. 감독 류승완의 선택이 시사하는 바가 있어 주목하고자 함이다.
류승완은 영민하다. 범죄를 소탕하고 범죄자를 응징함으로써 일으켰던 1편의 커다란 카타르시스에 관객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알고 있고, 비슷한 쾌감을 선사하는 게 관객의 박수와 흥행을 이끄는 데 상대작으로 쉬운 길인 줄도 안다. 아는 사실을 더욱 알 수밖에 없도록 비슷한 쾌감으로 내리 흥행가도를 달린 범죄영화 시리즈가 있잖은가.
우선 관객이 원하는 것을 계속 주다가 물리고 질릴 때쯤 공백기를 갖고 새로이 정비해 또 다른 색깔로 돌아오겠다고 알리는 전략도 좋다. 흥행에는 더욱 유리하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다른 길을 택했다. 단지 9년 만의 2편이어서가 아니라 1편의 흥행을 비슷한 소재와 쾌감 포인트로 답습하고 싶지 않은 '감독 심(心)'이 중요했다.
'베테랑2'에 아쉬움을 느낀 관객의 평가를 존중한다. 그 의견들을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베케랑2'를 옹호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끝없이 새롭고 싶어 몸부림치는 감독 류승완의 선택이 과거의 우리에게 또 앞으로의 우리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었고 줄 것인지를 상기하고자 할 뿐이다.
류승완 감독은 단편영화 '패싸움' '현대인' 시절부터 액션영화에 능하기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스스로 액션연기를 할 줄 아는 감독이 연출해선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육탄액션, 몸과 몸이 부딪혀 빚어내는 새로운 무술 시퀀스를 생성해 냈다. 그것만 계속해도 칭찬받을 텐데 '다찌마와 리'로 튀어 웃음을 믹스하고, 이혜영과 전도연 여자배우를 액션의 투 톱으로 세우고(피도 눈물도 없이), 태권도 판타지를 만들고(아라한 장풍대작전, 류승범 윤소이 주연) 짙은 감성의 권투 영화를 선보였다(주먹이 운다, 최민식 류승범 주연).
뿐인가. '부당거래'(류승범 유해진 황정민 주연)로 대한민국 국민을 뿌리깊게 멍들게 하는 힘 있는 것들의 파렴치한 커넥션을 고발하고, 당대 최고 섹시한 배우들인 하정우와 전지현에 연기파 한석규를 한 화면에 올린 '베를린'으로 액션의 무대를 유럽으로 확장시켰다. 우리가 혼쭐내고 싶었던 그들을 '베테랑'(황정민 유아인 주연) 형사 서도철의 열정과 끈기로 처단하며 사이다를 드럼 통으로 부어 주었다.
그리고 감독 류승완은 역사로 눈을 돌렸다. 단편 '다찌마와 리'와 장편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임원희 공효진 황보라 류승범 주연) 때부터 이미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방대해진 제작 규모만큼 진심을 담아 '군함도'(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이경영 주연)를 만들고, 드디어 '모가디슈'(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주연)로 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액션 대서사시를 썼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독 류승완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주로 지상에서 남성 위주의 서사와 액션을 펼쳤던 그가 데뷔 초반의 '피도 눈물도 없이'처럼 다시금 여성 투 톱을 세웠고, 액션의 무대도 바다로 넓혔다. 여성 해양 액션 영화 '밀수'이다. '군함도'가 '모가디슈'로 무르익었듯, '피도 눈물도 없이'의 여성 액션이 '밀수'로 꽃을 피웠듯, 해양 액션도 더욱 만개해 열매를 맺을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새삼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본 이유. 제자리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한 번 더 홈런 날리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간 '베테랑2'의 선택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못마땅함이 감독 류승완을 만들어 왔고 그덕에 우리가 웃었고 또 앞으로도 우리가 즐거울 것이라는 뻔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한 감독이 잘하는 걸 물릴 때까지 보고 버리고, 또 다른 감독의 것을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도대체 내 돈을 써도 되는 감독인지 영화인지 골라내기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잖은가.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우량주를 내가 알고 있다는 든든함, 감독 류승완이 주는 미덕이다.
'베테랑2' 명장면은 왜 소개하지 않느냐고? 제자리를 맴맴 돌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감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음에도 용기 내 한 걸음씩 진일보해 나가는 감독 류승완의 발걸음이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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