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정책 언론유출 되자 "누구냐"..원희룡 '상식밖 도로公 감찰'

강갑생 2022. 9.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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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2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 국토교통부
"혁신이란 부분이 논의로서 안 되니 감독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국도로공사 임원들에 대한 감찰지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더 나은 혁신을 함께 추진한다는 공감대 위에서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협조·신뢰 관계가 생기는데 그게 안 됐다"라고도 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혁신은 다름 아닌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값 인하 문제다. 사연은 이렇다. 원 장관의 지시로 휴게소 서비스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TF가 꾸려졌고, 여기서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는 휴게소 음식값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를 위해 도공이 받는 휴게소 임대료를 낮추거나 운전자가 통행료 납부 때 일정액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줘 이를 휴게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얼핏 보면 고속도로 이용자들로서는 음식값 부담이 줄어드니 좋은 얘기일 수 있다. 반면 도공 입장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부담만 가중되는 달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도공은 고속도로 건설비의 50~60%를 직접 조달해온 탓에 부채가 33조원을 넘는다. 통행료는 8년째 동결돼 있어 휴게소 임대료 수입 등으로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300억원을 조금 넘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휴게소 음식값을 인하하면 300억~400억원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코로나 기간 중단됐던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정책이 다시, 그것도 기존 3일에서 4일로 늘려서 시행되면서 700억원 가까운 수입이 사라졌다.

단순히 따져봐도 경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물론 공기업인 도공이 굳이 흑자에 집착할 필요 없고, 국민편익을 우선시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국토부의 도공 감찰에는 명절 통행료 무료정책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오게 된 경위도 포함됐다고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정부 정책을 잘 따른 탓에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기업 평가에서는 이런 사정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는데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은 지난해 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등의 임대료 인하에 1조원을 썼다. 지난해 인천공항의 적자가 7500억원이었으니 임대료 감면만 없었다면 2500억원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적자란 이유로 인천공항 임원들의 성과급을 자율반납하라고 했다. 말이 자율이지 사실상 강제다. 게다가 기재부는 앞으로 공기업 평가에서 재무건전성을 더 비중 있게 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적자를 내면 성과급 등 여러면에서 불이익이 클 거란 얘기다. 정부 내 엇박자가 이렇게 심하니 공기업들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용이 중앙일보 등 언론에서 지적되자 결국 음식값 인하 논의가 중단됐고, 관련 TF도 해체됐다. 그 뒤 원 장관은 해당 사안이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라며 여러 TF 관련자 중에서 도공을 콕 짚어 감찰을 지시했다. 도공이 조직적으로 개혁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게 원 장관의 판단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 내 엇박자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확보는커녕 저해할 우려가 큰 선심성 정책을 과연 혁신이라고 불러도 될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 유출 경위를 감찰하라는 발상은 더 우려스럽다. 논란이 될 정책은 발표 이전에라도 언론에서 얼마든지 취재하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이를 논의 과정에 반영하고 정책을 다듬으면 된다.

그런데도 논란이 됐다는 이유로 언론에 누가 해당 사안을 얘기했느냐를 색출하고 감찰하기 시작하면 '언론 통제'가 될 수도 있다. 감찰을 고려하면 누가 기자에게 불합리한 정책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게다가 명절 무료 통행료와 관련한 비판기사가 여러 번 나왔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이를 문제 삼은 감찰 지시는 없었다. 반면 이번 도공 감찰에는 무료 통행료 비판 기사가 나온 경위 파악도 포함됐다고 한다.

공기업 혁신은 필요한 일이다. 원 장관의 언급처럼 공기업이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 최상의 대 국민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기업을 감독하는 정부의 모순을 해소해야 하고, 무책임한 지시나 요구도 사라져야만 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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