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수' 환절기 탈모 왜? 머릿속이 복잡하다
40대 중반,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수챗구멍에 그득한 머리카락 잔재를 목격한다. ‘한 달 전 앓았던 코로나19 때문일까?’ ‘운동 중 모자를 푹 눌러쓴 탓일까?’ ‘중년 시작의 증표?’ 아니면 말로만 듣던 ‘환절기 탈모?’ 우수수 미련 없이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시기다.
“환절기 탈모, 진짜 있나요?”
개와 고양이는 혹서기 및 혹한기 대비를 위해 봄과 가을 환절기가 되면 주기적으로 털갈이를 한다. 거듭되는 진화 속에서 머리카락과 일부 체모만 남겨진 포유류인 사람도 같은 원리로 환절기가 되면 일시적인 탈모를 겪는 것인가.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요즘 같은 환절기가 되면 확실히 탈모를 호소하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고온다습하고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을 지나 쌀쌀한 가을이 되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건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여름철 환경으로 인해 두피와 모발 손상이 이뤄지다가 가을철이 되면 건조한 공기와 강력한 바람, 일조량 감소 등 외부 환경 변화로 탈모 환자가 늘어납니다.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이죠.”
환절기에 자주 걸리는 감기처럼, 마냥 튼튼해 보였던 머리카락도 일종의 몸살을 앓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코로나19를 앓고 난 후 갑자기 탈모가 생겼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들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조현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탈모 위험이 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스트레스와 염증의 증가가 일시적인 탈모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부쩍 빠지는 머리카락에 덜컥 겁을 먹은 기자는 한달음에 피부과 병원으로 달려갔다. 탈모 고민을 털어놓으니 의사는 미녹시딜을 처방했다.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감고 의식을 치르듯 정성을 다해 두피에 약을 바른다. 5회 이상 분무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지키며 최대한 골고루 바른다. 미녹시딜은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다. 계속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부작용은 없을까.
조 교수는 “미녹시딜 용액을 사용하면 일부에서 각질이나 가려움, 홍반, 부종 등을 동반한 접촉성 피부염 또는 따가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마나 목 주변에 잔털이 많아지거나 눈썹이 짙어질 수 있으며 간혹 얼굴 ‘주름’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기업도 뛰어든 저출력 레이저 치료 기술을 활용한 가정용 탈모 치료 의료기기의 효과는 어떨까. 조 교수는 “효과는 크지 않겠으나 일정 부분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레이저가 두피의 진피층까지 투과해 모낭을 자극하고, 모세 혈관 순환을 도와 모낭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만찮은 기기 가격을 고려할 때, 사용 시간 대비 납득할 만한 탈모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가성비와 효용은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관리도 어렵고 치료도 여의치 않은 탈모. 그렇다고 모발 이식은 부담스러운 탈모 환자들을 위해 최근 레이저 문신으로 두피에 색을 채우거나 일부러 삭발한 것처럼 보이도록 모공을 그려주는 시술도 나왔다. 모든모의원 대구점 이수익 원장은 “ ‘SMP(Scalp Micro Pigmentation)’라고 불리는 레이저 의료 기기는 두피에 균일한 크기와 깊이로 염료를 넣어주기 때문에 바늘 문신보다 통증이 적고 안전하며 결과물도 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해당 시술은 정수리 부분 숱이 적은 여성형 탈모를 겪고 있는 사람이나 헤어 라인에 숱이 적은 사람 중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스타일을 해야 하는 항공승무원과 같은 종사자들이 받고 있다고 한다. 일명 흑채나 헤어섀도, 헤어쿠션 등의 제품으로 매일같이 머리의 빈 공간을 ‘커버’하던 이들에게는 유용한 시술로 통한다.
이 원장은 “사우나 등지에서 불법 헤어 문신을 받고 염증으로 모낭이 완전히 손상된 분이나 시술 1년 만에 얼룩덜룩해진 두피로 인해 고민하다 병원을 찾는 분도 있다”며 “문신은 몸에 직접 시술하고 한 번 새긴 흔적은 쉽게 지울 수 없으므로 안전한 유통을 거친 염료를 사용하는지, 시술 시 위생 상태는 괜찮은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내에서 비의료인이 하는 문신 시술 행위는 불법이다.
탈모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
완벽한 치료법이나 부작용 없는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탈모는 관리의 영역이다. 탈모는 단순히 미용 차원을 넘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튼튼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탈모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견인성 탈모를 주의해야 한다. 평소 머리카락을 꽉 묶는 포니테일이나 정수리까지 틀어 올리는 일명 ‘사과 머리’를 자주 하면 두피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두피를 얼굴 피부처럼 생각하고 매일 씻고 관리하는 감각도 유지해야 한다. 세수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두피 역시 자주 씻지 않으면 피지와 노폐물이 쌓여 모공을 막는다. 머리를 감지 못할 때 임시로 쓰는 ‘드라이 샴푸’는 모공을 막아 머리카락을 가늘게 할 수 있으니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두피를 긁는 작은 행동도 탈모를 불러올 수 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두피가 가렵다면 염증 증상일 수 있으니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아야 한다. 두피에 염증이 발생했을 때 이를 손톱으로 긁으면 모낭이 손상돼 영구적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려움증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때로는 모자를 오래 쓰는 습관도 탈모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모자는 햇볕과 각종 노폐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지만 오래 착용하는 경우 반복적인 마찰을 일으켜 모낭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장시간 착용 시 잠시 모자를 벗고 두피에 바람을 쐬어주는 시간도 필요하다.
극단적인 식단을 이용한 다이어트는 탈모를 부르는 대표적인 습관이다. 특히 일정 기간 한 가지 식품만 70% 이상 섭취하는 식이요법인 원푸드 다이어트는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와 몸 전체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의 수명 주기를 짧게 하고 새 모발이 자라나기 어렵게 만든다. 반대로 머리카락 생성에 좋은 비오틴, 아연, 철, 마그네슘이 포함된 음식이나 영양제를 보충하는 것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황산염 성분이 없는 탈모방지용 샴푸를 꾸준히 쓰는 것도 머리카락을 덜 빠지게 하는 습관이다.
대전보건대 화장품과학과 윤세영 교수는 “두피 자극을 최소화하는 샴푸를 사용하고 세정 성분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이 두피 건강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한다.
또 “탈모 방지 약용 성분이 함유된 샴푸는 모발이 새로 나게 하는 개념이 아니라 덜 빠지게 하는 관리 차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치료제가 아닌 만큼 몇 번의 사용으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꾸준히 사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커피 샴푸’ 만드는 법
100년 이상 두피와 모발을 연구해온 쿼트 볼프 연구소에 따르면 적정량의 카페인을 두피에 직접 도포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
유전성 탈모가 시작된 남성의 모낭에 카페인 복합제를 투여한 결과, 모발의 성장기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시켜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친환경생활연구소 ‘킨센스’ 김성희 대표가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커피 샴푸’ 제조법을 공개했다. 허브인 로즈메리는 혈액순환과 모발 영양 공급을 위한 재료이고, 레몬청은 모발과 두피의 때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
■ 재료: 인스턴트 블랙커피 분말 30g, 로즈메리 끓인 물 30g, 중성 샴푸나 유아 샴푸(저자극 샴푸) 60g, 레몬청 5g, 소금 5g, 꿀 5g, 동백유 3g(선택사항: 알로에베라 겔 10g, 비타민E 3g, 멘톨 1g, 식초 8g)
■ 만드는 법:
1. 로즈메리 잎을 물과 함께 끓인 뒤 잎을 걸러낸다.
2. ①에 인스턴트 블랙커피 분말과 소금을 넣은 뒤 잘 녹여준다.
3. 레몬청을 넣는다.
4. 꿀과 동백유(알로에베라 겔 비타민E, 식초)를 넣어주고 잘 저어준다.
5. 중성 샴푸를 넣고 잘 섞은 뒤 사용한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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