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 의혹’ 이상민 구속심사…특검, PPT 160쪽 공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 등의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19호 법정에서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비상계엄 관련 구속 위기에 서게 된 당시 국무위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이 전 장관이 두 번째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8분쯤 법원에 도착해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했는가”, “대통령실에서 들고 있던 문건은 어떤 내용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구속심사 직전 특검팀 사무실에 왔을 땐 취재진에게 “심사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했다.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에 이윤제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및 검사 6명 등 총 8명을 투입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 구속 수사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29일 법원에 30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날 심문엔 16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했다. 또한 심문에서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제시할 계획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의견서엔 이 전 장관의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소명이 주를 이룬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구속 필요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의견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이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언론사 등의 단전·단수 조치 지시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정 질서를 교란하는 ‘국헌문란(國憲紊亂)’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런 지시를 내림으로써 소방당국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있다고 봤다. 또한 이 전 장관이 지난 2월 11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문건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건 거짓이라며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반면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게서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으며 소방당국엔 ‘안전 활동에 유념하라’는 당부를 했을 뿐이란 게 이 전 장관 측 설명이다.
이 전 장관 측은 특검팀이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행안부 장관과 소방청장 사이에 직권남용죄 구성 요건인 지휘 관계가 성립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전면 반박한다. ‘행정기관장은 소속 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관해 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같은 법 특별규정에 따라 장관이 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건 ‘정책 수립’에 국한된단 주장에서다.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심문을 거쳐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여부를 이날 밤 또는 다음 날 새벽쯤에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특검팀이 이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하면 내란 공범 의혹을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울러 이 전 장관 포함 윤석열 정부 고위 법률 참모들이 계엄 해제 당일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 모여 제2 계엄 또는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안가 회동’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나운채‧김성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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