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조기숙 “이인규 회고록? 이재명을 노무현급 만드는 것”
조기숙 교수 “거짓이 더 퍼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겠다는 심정”
“노무현·이재명 사건 완전히 달라…檢 알아서 대응해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끌어내면, 이재명 대표를 ‘노무현급’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1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재단에서 공식 대응할 때가 되면 너무 늦다.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릴 것”이라며 “거짓이 더 퍼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겠다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이런 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끌어내면, 이재명 대표를 ‘노무현급’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번 책 발간이) 현 정부 검찰에게 굉장한 악재라고 본다. 검찰이 알아서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인규 전 부장을 겨냥해 “노 재단이 공식 대응을 하기에 앞서 제 개인적인 질문을 먼저 드려도 되겠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인트라넷에서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공모해 아들 건호씨의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총 140만 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힌 님의 주장을 저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님’은 이 전 부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조 교수는 “노 대통령은 검찰에 다녀오신 후 기분이 매우 좋았고,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강 이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적었다. 과거 노 대통령이 “나도 검찰 출석 전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 있을까 긴장했던 게 사실입니다. 막상 가보니 아무 것도 없더군요. 이 싸움 이길 수 있겠다, 해볼만 하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라고 발언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부장에게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증거가 확실했다면서 왜 노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4월29일부터 5월23일 권 여사 재소환일까지 검찰은 노 대통령을 기소도 못하고 다른 액션도 취하지 못했는가 △병보석으로 석방하겠다던 강금원 회장을 약속된 날짜에 보내주지 않아 왜 노 전 대통령이 모종의 결심을 하도록 만들었는가 △이미 소환조사를 받은 권 여사를 무슨 이유로 재소환했는가. 증거가 없으니 시간 끌면서 계속 망신 주는 게 목적은 아니었는가 △지금 와서 그런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평생 죄인으로 살 것 같아 자녀들 명예회복이라도 시키려고 했는가 등의 질문이다.
조 교수는 “이번 책은 고인과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권여사의 자금 수수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밝혀라. 그렇지 못하면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으로 살아온 분이다. 가족의 잘못을 부끄러워했고, 나를 버리라고 했고, 스스로 홈페이지도 닫았다”며 “가족에게 공직 윤리를 가르치지 못한 대통령 스스로를 탓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거짓에 현혹되지 않는 우리 국민의 현명함을 믿는다”라고 거듭 목소리 높였다.
노 전 대통령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 전 중수부장은 오는 20일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다. 책 부제는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이다.
책에서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의 수뢰혐의를 세세하게 적시하며 다툼없는 사실로 규정했다. 특히 이 전 부장은 책에서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시발점이 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다. 지난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고 서거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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