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질주에 코인 시총 다시 3조 달러, ‘겨울 끝’ 기대감 ↑
비트코인이 급반등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8개월 만에 다시 3조 달러(약 4053조원)를 넘어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암호화폐 법안의 좌초에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들어온 덕분이다. ‘암호화폐 겨울’이 끝나간다는 시장의 기대 섞인 전망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 비트코인 관련 레버리지 투자(빚을 내거나 선물·옵션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는 거래)도 함께 늘었다.

23일 오후 2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8만721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1일 하루 약 8% 급등하며 기록한 장중 고점(8만7381달러)에 다시 근접했다. 지난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이날 집계한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지난 1월 이후 처음 3조 달러를 회복했다.
여러 악재에도 암호화폐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틀을 만드는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절차표결이 무산됐다. 다음 날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 미 국채 금리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되살아났다. 지난달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를 발표한 이후 암호화폐 시총은 7400억 달러(약 1000조원) 이상 불어났다.
정책 기대도 가세했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지난 16일 ‘미국 비축 현대화법’을 가결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관리하고, 비축분을 최소 20년간 보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가 커진 것도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암호화폐 현물시장에는 자금이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1일 하루 9억9900만 달러(약 1조3500억원)가 순유입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6일 이후 최대 순유입 규모다. 비트코인이 8만6000달러를 넘어서면서 ETF 투자자들도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을 회복했다. 정민 프레스토리서치 연구원은 “단일한 촉매는 없지만 위험 선호 회복과 강한 현물 ETF 수요, 주요 기술적 저항선을 돌파한 뒤 나타난 숏커버링(하락 베팅 후 되사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급 측면에선 현물과 함께 레버리지 투자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의 미결제약정(OI·아직 정리되지 않은 선물계약) 규모는 1600억 달러(약 216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21일 가격 급등으로 9억2000만 달러(약 1조2500억원) 이상의 하락 베팅이 강제 청산됐는데도 미결제약정은 오히려 늘었다. 통상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면 미결제약정이 줄지만, 이번에는 청산된 자리를 새로운 레버리지 투자가 빠르게 채웠다는 의미다.
시장의 관심은 ‘암호화폐 겨울’이 끝날지에 쏠리고 있다.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블록체인 거래가 늘고 블랙록과 같은 대형 금융사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오히려 개선됐다”며 “겨울이 끝났고 이제 봄꽃이 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셰어스 리서치 총괄은 “매파적인 통화정책과 클래리티법 처리 지연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의 큰 폭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케일럽 린 QCP그룹 선임 트레이더도 “가장 주목할 것은 레버리지가 현물보다 앞서가는지 여부”라며 “현물보다 레버리지가 빠르게 늘면 작은 가격 하락도 강제 청산과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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