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타자 김주원, '김하성 대체자' 이상의 존재감 뽐냈다
[이준목 기자]
'도쿄돔 홈런'의 주인공인 야구대표팀 내야수 김주원(NC 다이노스)이 평가전에서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며 다가오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5-2로 이겼다. 지난 20일 첫 실전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전 3-4 석패의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날 대표팀의 9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주원은 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3회초 첫 타석과 6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 타격감을 조율한 뒤 7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홈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주전 1순위 올라선 김주원
김주원은 이번 대표팀에서는 백업 멤버 정도의 역할이 예상됐다. 본래 유격수 포지션에서 대표팀 부동의 주전은 메이저리거 김하성(애틀란타)이었다. 그런데 WBC를 앞두고 김하성이 손가락 힘줄 파열이라는 불의의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23세의 김주원이 유력한 주전 1순위로 올라서게 됐다.
물론 해외파 셰이 위트컴(휴스턴)이나, KBO리그 MVP 출신 김도영(KIA) 등도 유사시 유격수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3루 자원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많은 이번 대표팀에서, 확실한 전문 유격수 자원은 오로지 김주원 한 명뿐이다. 여기에 최근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김주원이 WBC에서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력과 성적 면에서도 김주원은 이미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나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NC에 지명된 김주원은 KBO리그 통산 570경기에서 타율 .254(1766타수 448안타) 49홈런 231타점 9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747을 기록했다.
특히 2025시즌에는 144경기 전 게임에 출전하며 타율 .289, 15홈런, 65타점, 98득점으로 리그 유격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또한 리드오프 자리를 맡아 44도루를 기록, 리그 도루 2위를 차지하며 최상위권의 주루능력을 과시했다. 후반기 김주원의 대폭발을 앞세운 NC는 막판 9연승을 질주하며 기적의 5강행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주원은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연말 시상식에서는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최근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발탁되며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원은 첫 성인 국가대표 무대였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홈런 2개를 때려 금메달을 이끌었다.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타율 .429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2025 NAVER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에서는 6-7로 뒤지던 9회말 2사 후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공략, 천금 같은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키며 한국의 패배를 막아내고 한일전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주원이 국제무대와 큰 경기에서도 통하는 해결사 기질을 지녔음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한화 전에서도 김주원은 의미 있는 홈런을 쏘아 올리며 쾌조의 컨디션을 증명했다. 다만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아직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에 대표팀에서는 하위타선을 맡는 선수가, 언제든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표팀에 큰 이점이다.
좌우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화전에서는 좌타석에서 각각 박준영과 강재민을 상대로 단타와 3루타를 쳤고, 7회 마지막 타석은 황준서에게 뽑아낸 홈런은 우타석에서 만들어냈다.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타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위치히터라는 희소성에, 탁월한 주루능력, 넓은 수비 범위까지 갖춘 김주원은 다양한 작전야구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대표팀에서 김주원처럼 백업자원이거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가, WBC 본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사례로는 2009년 대회의 김태균(은퇴, 당시 한화 이글스)이 있다. 당시 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 후보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웅' 이승엽과 이대호가 유력했다. 그런데 이승엽이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WBC 대표팀 출전을 고사하면서, 김태균에게 갑자기 기회가 돌아왔다.
직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던 한을 푼 김태균은, WBC에서 동갑내기 이대호와 추신수를 밀어내고 대표팀 주전 4번타자겸 1루수 자리를 꿰찼다. 본 대회에서는 9경기 타율 0.345, 3홈런(공동 1위), 11타점(1위), 9득점(1위)의 맹활약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고 WBC 1루수 올스타까지 선정된 바 있다.
이번 대표팀 역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다저스), 류현진(한화) 등 화려한 이름값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경력자들에게 먼저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 MVP 출신 김도영이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MLB.com)이 한국의 키플레이어로 꼽은 안현민(KT 위즈) 등도 주전으로 상위타선 기용이 유력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결국 야구는 이름값이 아닌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 경기에서 대표팀 선수 중 몸 상태가 가장 잘 준비되어 있고 강렬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타자는 단연 김주원이었다.
류지현 감독도 한화전 직후 "지난해 도쿄돔에 홈런의 감동이 남아 있는데 김주원이 다시 홈런을 터뜨리며 마지막에 주인공이 됐다. WBC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며 김주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원이 지금처럼 착실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다가오는 WBC에서 '김하성의 대체자'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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