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 뜬눈으로 밤샌 야구계...외국인 선수들 안전은? 캠프 합류는? WBC 개최도 '물음표' [더게이트 이슈분석]
-MLB·KBO 구단들 밤새 선수 안전 확인
-정세 불안에 시즌 준비 차질 우려 커져

[더게이트]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선을 넘었다. 트럼프의 불법적인 베네수엘라 침공에 야구계도 밤사이 발칵 뒤집혔다.
현지 시간으로 3일 새벽 2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폭격이 시작됐다. 미군 160특수작전항공연대 '나이트 스토커스' 헬기가 나타났고, 최소 7차례의 폭음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베네수엘라 겨울야구리그(LVBP)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 중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도 없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다.

구단들, 밤새 선수 안전 확인
LVBP에서 뛰고 있는 미국인 선수 중 한 명은 월드 베이스볼 네트워크에 "지금은 괜찮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다른 선수는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경기는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베네수엘라 내 미국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면서 선수들은 발이 묶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소속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들의 안전 여부를 긴급 타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자이언츠의 카일 헤인스 선수육성 담당 이사는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모두 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집에 머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다리고 있다." 자이언츠는 외야수 루이스 마토스가 카라카스의 라과이라에서, 포수 헤수스 로드리게스가 북부 마라카이의 아라과에서 겨울야구를 뛰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나는 안전하다. 구단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밀워키 브루어스도 비상이 걸렸다. 스타 외야수 잭슨 추리오, 내야수 앤드루 모나스테리오, 포수 제퍼슨 케로가 베네수엘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맷 아널드 야구운영 담당 사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정보가 많지 않다"며 "공항이 폐쇄됐다는 것 외엔 아는 게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의회 승인도 없이 주권국가 침공
트럼프의 이번 행동은 명백한 불법이다.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미국 헌법 위반이다. 국제법도 짓밟았다. 1949년 제네바 협약이 금지한 사법 절차 없는 살해를 자행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며 "베네수엘라는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비판했다.
명분은 '마약과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미국 마약 문제의 주범인 펜타닐 생산국도 아니다. 베네수엘라가 생산하는 코카인 대부분은 유럽으로 간다. 진짜 목표는 석유다. 트럼프는 "우리의 빼앗긴 석유를 되찾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자원, 특히 석유와 광물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당장 선수들 안전 확인은 끝났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베네수엘라 내 미국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 상황. 하늘이 폐쇄돼 선수들은 발이 묶였다. 선수들은 며칠간 베네수엘라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 선수들의 국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2월 중순부터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KBO리그는 1월 말부터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여기에 제때 합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며 "선수들이 자유롭게 국외를 왕래할 수 있을지, 가족들의 안전은 어떻게 될지 선수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WBC 참가도 물음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더 큰 문제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오마르 로페스 감독은 지난달 10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윈터미팅에서 간절하게 호소했다. "우린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행복하게 해달라." 베네수엘라 팬들이 마이애미 경기장에 안전하게 올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때만 해도 '위협'이었지만 이젠 현실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발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고, 미국 거주 베네수엘라인들의 임시보호자격(TPS)도 취소했다. 지난 7월 베네수엘라 시니어리그(13~16세) 대표팀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입국을 거부당했다. 8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대표팀은 공화당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도움으로 겨우 입국 허가를 받았다.
이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주권국가를 침공해 대통령을 납치한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 베네수엘라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을까. 이민자를 마구 잡아가는 나라에 입국하면 신변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입국이 허용될지도 불투명하다. 설령 입국이 허용된다 해도, 침략자의 나라에서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극단적인 경우, 베네수엘라가 대회 참가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법 침공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혹은 선수와 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카리브해야구연맹(CBPC)은 지난달 17일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3개 리그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캐리비안 시리즈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이었다. 그때도 트럼프의 위협 때문이었다. 이젠 실제 침공이다.
야구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후기 제국주의'이자 '전쟁광 행위'라고 규탄한 트럼프의 무법적 침공은 국제 평화는 물론 야구까지 위협하고 있다. LVBP 플레이오프는 중단됐고, 선수들은 발이 묶였으며, 가족들은 폭격 속에 남겨졌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시즌 준비는 차질을 빚을 수 있고, WBC는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노벨 평화상 호소인' 하나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Copyright © 더게이트